리그 1위 밀워키 벅스에게 주전 가드 말콤 브로그던(27)의 부상 공백은 얼마나 큰 타격일까. 그의 공백이 시작되자마자 당한 패배는 시즌 막판 위기의 신호탄일까.

밀워키는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각) 홈에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게 125-130으로 패했다. 2쿼터 최대 14점차로 뒤진 이후로 대부분 시간 동안 두 자릿수 점수 차로 벌어진 경기를 막판 뒤늦게 추격해봤지만 필라델피아는 무너지지 않았다.

밀워키는 그 바로 전 경기인 16일 마이애미 히트전에서 전반전을 42-62, 20점차로 뒤진 채 끝냈지만 후반전에서 71-36으로 크게 앞서며 최종 113-98, 15점차 승리를 따냈었다. 이는 NBA 역사에서 전반전을 20점차로 뒤진 팀이 이뤄낸 가장 큰 최종 점수 차 역전 기록이다. 또한 구단 역사 최대의 후반전 역전 기록이기도 하다.

이는 올시즌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밀워키의 위력을 보여주는 한 사례로 남았다. 하지만 밀워키는 이 기쁨을 누린 지 얼마 안 돼 브로그던의 부상 소식을 들어야 했다.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만큼 정확했던 올시즌 브로그던의 슈팅을 이제 밀워키가 당분간 보지 못하게 됐다. ⓒAFPBBNews = News1
브로그던은 17일 오른발의 족저 근막에 작은 파열이 발견되며 6주에서 8주가량의 공백을 예고했다. 올시즌 브로그던은 이 부위의 문제로 이따금씩 빠지며 그 전에도 5경기의 결장을 남긴 바 있었다.

하지만 4월11일에 팀의 82경기 모든 시즌 일정이 끝나고 4월14일부터 플레이오프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브로그던이 빨라야 6주 이후에 나올 수 있는 상황은 매우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시즌 나머지 일정과 플레이오프 초반 라운드를 브로그던 없이 치러야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브로그던의 계속 된 공백은 밀워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혹여 현재의 리그 1위 자리를 빼앗긴다거나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위기를 겪게 되는 것은 아닐까.

▶50-40-90 클럽을 이룩한 브로그던

2016~17시즌 올해의 신인에 선정됐던 브로그던은 3년차인 올시즌 슈팅 성과에 있어 NBA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큰 명성을 남긴 과거 전설들 및 현역 슈퍼스타와 같은 대열에 속했다.

이제 어쩔 수 없이 사실상 시즌을 마치게 된 시점에서 브로그던은 전체 야투율 50.5%, 3점슛 성공률 42.6%, 자유투 성공률 92.8%를 기록했다. 이는 농구 선수의 드높은 슈팅 정확도를 기리는 50-40-90 클럽을 만족시키는 숫자다.

이 클럽에 들기 위한 최소 요구 조건은 현재 300개 이상의 야투 성공, 82개 이상의 3점슛 성공, 그리고 125구 이상의 자유투 성공이다. 때문에 64경기 동안 378개 야투 성공, 104개 3점슛 성공, 141구 자유투 성공을 남긴 브로그던은 자격요건을 충분히 만족시켰다.

NBA 역사에서 야투율 50% 이상, 3점슛 성공률 40% 이상, 자유투 성공률 90% 이상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시즌을 마감한 선수는 몇 없다. 이제 브로그던은 그 8번째 클럽 멤버가 됐으며 시즌으로는 12번째 시즌이다.

시대 순으로 1986~87시즌 래리 버드로 시작해 마크 프라이스, 레지 밀러, 스티브 내쉬, 덕 노비츠키, 케빈 듀란트를 거쳐 2015~16시즌 스테픈 커리와 같은 큰 명성의 슈터들이 과거 이 업적을 달성했다. 이 중 버드는 2시즌, 내쉬는 4시즌에 걸쳐 이룩해냈다.

물론 이 중에서 브로그던의 64경기 출전 및 평균 15.64득점이 가장 적은 숫자다. 여기에서 브로그던 바로 앞의 기록들은 1986~87시즌 버드와 2008~09시즌 내쉬의 74경기 출전, 그리고 동일 시즌 내쉬의 15.68득점이다.

▶브로그던의 공수 양 진영 영향력

앞서 언급한 역대 50-40-90 클럽 인원들 중 나머지 인물들과 브로그던 사이의 결정적 차이는 공격 주도권이다. 브로그던보다 앞서 달성했던 선수들은 팀의 에이스로 나선 선수들로서 자신의 움직임으로 본인과 팀의 득점력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에 비해 브로그던은 밀워키의 공격에서 큰 위치에 있진 않다. 평균 출전시간 팀 내 4번째(28.6분)인 브로그던은 자신보다 많이 뛰는 야니스 아데토쿤보(33분), 크리스 미들턴(31.3분), 에릭 블레드소(29.3분)보다 적은 득점 기회를 가진다.

그리고 저 3명의 선수들이 독자적으로 득점 기회를 창출하는 경향에 비해 브로그던은 동료의 패스를 통한 기회를 살리는 측면이 크다. 밀워키의 출전시간 상위 4인 중에 본인의 야투 성공 중 어시스트 받은 비중이 가장 큰 선수가 브로그던(56.9%)이다.

볼 핸들러 역할을 맡기도 하는 가드이지만 실제 볼 소유 시간에서 아데토쿤보(4.6분), 블레드소(4.1분), 미들턴(3.3분)보다 브로그던(3.3)이 적다. 이런 측면에서 브로그던이 빠지더라도 밀워키의 공격이 가시적으로 원활히 돌아가지 못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공격보다 타격이라면 수비 진영일 수 있다. 196cm 신장 가드로서 브로그던은 포인트 가드와 슈팅 가드 수비에도 좋은 면모를 보여주는 동시에 큰 선수와 붙었을 때에도 밀리지 않는 힘을 보여준다. 때문에 밀워키 수비에서 브로그던이 제공하는 기여도는 꽤 크다.

자신보다 큰 선수들을 상대로도 브로그던은 어느 정도 버텨내주는 모습을 보여줘 왔다. ⓒAFPBBNews = News1
NBA닷컴에 따르면 밀워키는 올시즌 3375분 동안 100포제션 당 104.7실점으로 18일 현재 수비지표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그리고 브로그던이 뛴 1832분 동안에는 100포제션 당 101.6실점만을 허용했다.

물론 브로그던과 같이 뛰는 선수들과 상대 선수들의 득점력 수준 등을 감안해야 하지만 가드로서 브로그던이 가지는 수비 진영 영향력은 제법 크다.

▶앞으로 브로그던의 공백은 큰 타격이 될까

일단 나머지 일정 동안 밀워키 입장에서 가장 큰 과제는 플레이오프 동안 NBA 파이널까지 모든 시리즈에서 홈코트 우위를 보장해주는 리그 1위 수성이다. 52승18패(승률 74.3%)로 12경기를 남겨 놓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리그 2위이자 같은 동부 컨퍼런스 2위인 토론토 랩터스와 3경기차의 여유를 두고 있는 점은 괜찮아 보인다. 밀워키도 최근 10경기 전적이 6승4패로 페이스가 뜨겁지 않지만 토론토도 5승5패로 주춤하고 있다.

앞으로의 12경기 일정에 있어서는 일단 원정이 단 4경기만 배정돼 있는 점이 좋다. 그리고 상대방의 전력 측면에서 18일 현재 승률 5할 밑의 팀들을 6경기에서 만난다.

때문에 나머지 전력에서 부상이나 부진이 나오는 불운이 따르지 않는 이상 순위 싸움에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 문제는 플레이오프에서의 위력이다.

밀워키는 현재 동부 컨퍼런스의 플레이오프 하위 시드 진출 가능성이 있는 팀들을 상대로 모두 상대전적 우위를 갖고 있다. 하지만 브로그던의 3점슛과 수비를 아쉬워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컨퍼런스 3위 필라델피아를 상대한 18일 경기에서 밀워키는 바로 3점슛과 수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필라델피아가 3점슛 46.9% 성공률의 힘을 받아 130득점을 올린 한편 밀워키는 3점슛 성공률 32.0%에 그쳤다.

물론 이날 40득점을 올린 센터 조엘 엠비드를 필두로 필라델피아의 공세는 포워드 이상의 장신 선수들 위주로 이뤄졌다. 때문에 아직 밀워키의 수비가 바로 고장 났다고 섣불리 진단할 수 없다.

또한 3점슛에서은 7회 시도 중 1개(14.3%)만 성공시킨 니콜라 미로티치 등 일시 부진의 원인을 들 수 있다. 그래도 42.6%의 적중률로 경기 당 1.6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던 브로그던의 부재를 느낄 시점이 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결국 나머지 인원들이 채워나가야 할 부분들이다. 2월말 부상으로 잠시 주춤했던 아데토쿤보가 패배 속에서도 커리어 최고인 52득점을 올리는 등 최근 기세가 다시금 MVP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머지 조력자들의 컨디션이 따라줘야 하는 때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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