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레드카드가 나왔다는 것에 대해 반박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태클이었다. 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는 뒤에서부터 달려와 힘을 실어 백태클을 했고 곧바로 퇴장을 명받았다.

이승우의 공격적 재능과 창조적이면서도 과감한 돌파는 누구도 물음표를 달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승우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격수지만 ‘수비력 향상’이 반드시 필요함을 여실히 드러난 장면이었다.

ⓒ헬라스 베로나
이승우는 1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로나의 스타디오 마르크 안토니오 벤테고디에서 열린 아스콜리와의 2018-2019 세리에 B(2부리그) 29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도움을 기록했지만 후반 40분 퇴장을 당했다.

0-1로 뒤지던 전반 36분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돌파해 패스를 통해 잠파올로 파치니의 골을 도운 이승우는 후반 40분 상대 공격수의 공을 빼앗기 위해 백태클을 해 경고도 없이 곧바로 퇴장을 당했다.

공격적 기여와 도움을 기록했다는 점은 칭찬받아야할 부분이지만 한창 역전을 위해 마지막 기세를 올려야할 때 하지 않았어도 될 태클로 인해 팀의 역전 의지에 찬물을 끼얹은점은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이승우의 특유의 돌파력과 스피드, 창의적인 공격전개 등은 동나이대 여전히 최고로 인정받고 바로 그런 모습으로 여전히 유럽에서 활약하고 대표팀에도 호출이 되고 있다.

누구도 이승우의 이런 공격적 재능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는다. 다만 조금 더 뛰어난 슈팅력과 연계 플레이만 추가되길 바랄 뿐이다.

많은 팬들이 그렇게 뛰어난 공격적 재능을 가진 이승우가 대표팀 혹은 베로나에서도(지난시즌, 올시즌 초반)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모습에 아쉬워하고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국내 한 지도자는 “이승우의 최대 단점은 체력과 수비력”이라고 했다.

현대축구는 공격수가 공격만 하지 않는다. 공격만 하기 위해서는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정도의 압도적 능력을 갖춰야한다. 그 손흥민도 대표팀에서 적극적으로 수비가담을 할 수밖에 없다.

현대 축구는 공격수들에게 많은 전방 압박은 물론 수비까지 내려와 함께 라인을 맞추고 적극적으로 수비해줄 수 있는 공격수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비와 공격을 오가는 체력과 전문 수비수만큼은 아니라도 상대 공격수에게 쉽게 뚫리지 않고 전진을 저지할 수비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승우는 지난 시즌부터 줄곧 풀타임을 뛸 수 있는지 의문을 받아왔다. 최근 체력적인 면에서 향상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그러나 수비적인 면에서 부족함을 보여 다소 다혈질적으로 다리를 걸어 경고를 받거나(2018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전) 반칙을 저지르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AFPBBNews = News1
한 전문가는 “이승우는 바르셀로나 유스 시절 압도적인 공격재능을 가지고 있어 팀의 주득점원 역할을 했다. 그때는 수비가 크게 필요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성인 수준에 다가갈수록 수비의 중요성이 커진다. 하필 이승우가 바르셀로나의 징계로 인해 경기 출전이 금지된 기간이 길어지며 실전 경기에서 수비법을 많이 배우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구FC의 조광래 사장은 “K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는 전북 현대의 로페즈가 아니냐”며 “로페즈가 공격을 잘하는 것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하지만 로페즈의 진짜 가치는 수비에 있다. 공격임에도 풀백 위치까지 내려와 풀백과 함께 수비를 할 줄 아는 선수다. 90분 내내 공격은 공격대로 하면서 수비가담까지 뛰어나니 K리그 최고의 선수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16일 성남FC에 910일만 K리그1 복귀승을 안긴 성남의 조성준은 K리그 최고 전술가로 평가 받는 남기일 감독의 축구가 어떤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수비는 공격부터, 공격은 수비부터 하는게 남기일 감독의 축구다. 수비가 빌드업으로 공격을 풀어주고 공격은 앞에서부터 많이 뛰고 수비하는 축구”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이동국, 양동현 등 K리그 내에서도 득점력만큼은 높게 평가받는 공격수들이 지속적으로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하는 대신 이정협 등 득점력은 떨어지는 공격수가 대표팀에 차출되는 이유로 ‘공격수의 수비가담’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는 이유기도 하다.

이처럼 K리그에서부터 공격수의 수비력과 체력을 중요시 여기는데 대표팀이나 축구의 최첨단을 달리는 유럽리그에서는 오죽할까. 손흥민도 토트넘 데뷔시즌 당시 마우로시오 포체티노 감독에게 에릭 라멜라보다도 더 활용되지 못했던 이유는 수비력에 대한 의문이 컸다. 하지만 두 번째 시즌부터 손흥민은 상당한 수비력 향상을 이뤄냈고 전방 압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중용 받다보니 안정적인 출장 속에 득점력도 터진 것이다.

단순히 이날 경기 퇴장을 당한 장면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승우의 수비력에 대한 지적은 이승우가 성인무대에 올라왔을 때부터 한국 축구계에 공공연히 돌던 말이다. 이승우도 이를 알기에 여러 훈련을 통해 수비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승우가 현재 대표팀 조커카드 이상의 입지를 바라보고 이탈리아 세리에A 주전급 멤버를 바란다면 더 큰 노력으로 수비력 향상을 이뤄내야만 한다. 동료들과 함께 수비하지 못하고 수비를 했다하면 반칙이고 풀백에게도 쉽게 뚫리는 공격수는 그 활용법이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FPBBNews = News1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