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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이 4년 만에 또 한 번 우물 밖으로 나간다. 이번에는 세계의 높은 벽 앞에서 조금 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은 2017년 11월 24일 뉴질랜드와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459일에 걸쳐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일정을 소화했다.

대회 초반까지는 2승2패로 불안한 모습이 있었다. 그러나 대표팀은 지난달 24일 레바논과의 예선 최종전에서 승리하는 등 8연승을 질주하며 10승2패, E조 2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본선행 티켓을 비교적 일찌감치 품에 안으며 2014년 스페인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세계 무대를 밟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침체된 한국 농구에 조금이나마 활기를 불어넣은 몇 가지 이슈들이 있었다. 이에 대표팀이 그동안 걸어온 여정을 돌아보고, 향후 세계무대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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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삼부자의 아쉬웠던 동행, 자존심 회복할 아들은?

대회 첫 경기부터 허재-허웅-허훈 삼부자가 다같이 태극마크를 달아 화제를 불러모았다.

허재 감독은 선수 시절 1990년 아르헨티나 세계선수권대회(현 농구월드컵)에서 이집트를 상대로 62점을 폭발시킨 경험이 있다. 한국이 농구월드컵 마지막 승리를 따낸 1994년 캐나다 대회에서도 독보적인 활약을 펼쳐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때문에 허웅, 허훈 형제에게도 자연스럽게 높은 관심이 집중됐지만 결과적으로 삼부자의 동행은 훈훈하게 마무리되지 못했다. 허재 감독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지휘봉을 내려놨고, 허웅, 허훈 역시 예선 전체 일정의 절반(6경기)만 소화했을 뿐이다. 대표팀 내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가운데 선발 특혜 논란으로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허웅, 허훈은 예선 마지막 2연전에서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으며, 최근 KBL리그에서도 나름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본선 무대에서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가 주어질 확률이 높다고 보긴 어렵지만 아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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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건아, 대표팀의 중심으로 우뚝

대표팀에서 허재, 허웅, 허훈 삼부자 만큼이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이는 바로 라건아다. 태극마크를 새기고 한국 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대회가 바로 이번 농구월드컵(홍콩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특별귀화제도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라건아는 예선 총 10경기에 출전해 평균 26.7점(2위), 12.5리바운드(공동 1위), 1.8어시스트 1.7블록(5위)을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골밑을 든든히 지켰다.

물론 힘과 체력, 스피드만으로도 충분히 평정이 가능했던 아시아 무대와 달리 세계 무대에서는 2m를 넘지 않는 신장의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날 수도 있다.

하지만 늘 제공권 싸움에서 밀려 고개를 숙였던 한국 입장에서는 라건아의 존재 자체가 든든하기만 하다. 오세근이 부상에서 건강히 복귀하고 서로 다른 스타일을 갖춘 김종규, 이승현 등이 조화를 이룬다면 ‘한국 역대 최강의 트윈타워’ 서장훈-김주성을 능가하는 빅맨진 활약을 세계무대에서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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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 토끼 사냥한 예선

이번 대회는 성적 뿐 아니라 젊은 선수의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대회이기도 했다. 약 1년 3개월 동안 홈 앤 어웨이 방식으로 열린 예선에서 단 한 경기라도 출전한 한국 선수는 총 25명. 이 가운데 이정현이 12경기를 모두 소화하며 유일하게 개근을 달성했고, 박찬희(11경기), 라건아, 이승현(이상 10경기), 김종규(8경기) 등이 꾸준히 기회를 얻었다.

이처럼 예선 과정을 통해 대표팀 핵심 멤버로 거듭난 선수들도 있었지만 부상자가 발생할 때마다 그 공백을 훌륭히 채운 선수들도 다수 등장하면서 내부 경쟁 역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본선행 진출을 10경기 만에 확정지은 뒤에는 김상식 감독이 젊은 선수들을 대거 발탁하며 새로운 부분들을 점검하기도 했다. 마지막 원정 2연전에서 정효근, 안영준, 임동섭, 양홍석 등 젊은 포워드들이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큰 소득이었다.

김상식 감독은 예선 일정을 모두 마친 뒤 “장신 포워드들을 집중적으로 점검하자는 생각이 강했다. 신장이 있는 선수들이 많이 뛰다보니 스위치 수비를 하면서 상대를 버겁게 했고,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어린 선수들이 느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포워드 경쟁과 관련해서는 “수비, 리바운드, 조직력을 점검했는데 들어가는 선수마다 상대가 볼을 잡지 못하게 물고 늘어지거나 애를 쓰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마지막 선발까지 경쟁 구도가 이어질 것 같다”고 언급했다.

  • 사진=박대웅 기자
▶지금부터가 진짜 승부

예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긴 것은 사실이지만 오는 8월31일부터 중국에서 개최되는 본선은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른 팀들과 승부해야 한다. 한국은 1998년 그리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전패를 당한 뒤 16년 만에 스페인 대회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지만 역시 5전 전패에 그쳐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이번 농구월드컵 본선은 2020 도쿄올림픽 예선을 겸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지역 예선을 함께 했던 호주, 뉴질랜드를 제외하고 아시아 6개 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올림픽 직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중국이 예선(7승5패)에서는 부진했지만 개최국으로서 본선에 자동 진출해 정예 멤버를 앞세우지 않았고, 이란도 최근 세대교체에 돌입했으나 중국과 함께 오랜 기간 아시아 최강 자리를 놓고 다퉜던 팀이다.

일본 역시 NBA에 입성한 유타 와타나베, 미국 대학농구에서 돌풍을 일으킨 루이 하치무라, 귀화 선수 닉 파지카스 등이 모두 나설 경우 더 이상 한국보다 전력이 아래라고 단언할 수 없다.

KBL리그 일정을 모두 마친 뒤 선수단이 철저한 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대한민국농구협회 역시 선수들의 정신력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평가전 개최 등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대표팀은 2016 리우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던 아시아농구선수권 대회에서 손빨래를 직접하고, 이코노미 좌석에 타는 등 코트 밖에서까지 열악한 환경과 싸워야 했다. 당연히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여전히 예산 부족 문제에 부딪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협회부터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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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9/03/03 07: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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