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은 22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 시리아전에서 87-74로 승리했다.
이번 승리로 한국은 2라운드 5연승 및 지역예선 7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9승2패를 기록, 최소 E조 2위를 확보했다. 또한 한국보다 한 경기를 덜 소화한 조 선두 뉴질랜드(9승1패)의 뒤를 바짝 뒤쫓았다.
최종 점수 차는 제법 컸지만 유쾌한 승리라고 보기는 다소 어려웠다. 1쿼터 시작부터 안영준의 외곽포가 불을 뿜으며 17-0까지 앞섰지만 2쿼터부터 3쿼터 중반까지는 경기력이 매끄럽지 못했고, 한 때 5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 3쿼터 중반부터 라건아의 맹활약을 앞세워 큰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전반까지는 라건아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1쿼터 10분을 모두 소화하고 2쿼터에 휴식을 취하는 동안 단 2점을 올리는데 그쳤고, 야투 성공률도 20%(1/5)에 머물렀다. 한국이 농구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이미 거머쥐면서 김상식 감독이 선수들의 고른 투입 및 실험에 초점을 뒀기 때문에 라건아도 적극적으로 공격 기회를 찾지 않았다.
그러나 3쿼터 중반 5점 차까지 좁혀지면서 라건아의 득점 본능이 깨어났다. 중거리 슈팅으로 모처럼 한국에 점수를 안긴 라건아는 이후 속공에 이어 골밑에서 또 한 번 득점을 추가하며 가라앉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큰 고비를 넘긴 한국은 이승현의 자유투, 최진수의 3점슛을 통해 다시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상대 선수와 신경전을 펼치며 다소 민감한 모습을 보이던 라건아는 이후 호쾌한 덩크슛을 폭발시키며 시리아의 기를 완전히 꺾었다. 3쿼터에만 무려 15점을 몰아치면서 68-47, 한국의 21점 차 리드를 견인했다.
라건아는 시리아와의 경기에 앞서 이번 아시아 예선 평균 득점 1위(27.1점), 리바운드 1위(12.8개)에 오르는 등 한국 대표팀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해왔다. 이날 경기에서도 25점 12리바운드 3블록으로 변함없이 든든한 활약을 선보이며 대표팀의 해결사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라건아의 맹활약은 물론 반가웠으나 김상식 감독 및 나머지 선수들로서는 과제를 안은 경기이기도 했다. 24일 레바논과의 지역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는 라건아가 코트를 비웠을 때 선수들 전체가 조금 더 리바운드에 적극 가담하는 모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