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까지 있던 서로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결과가 나왔다. 뒤숭숭했던 보스턴 셀틱스가 승리를 따낸 반면 사기가 올라 있던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는 패배를 봤다.

큰 트레이드를 거친 후 2연승의 좋은 분위기를 가졌던 필라델피아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각) 보스턴에게 109-112 패배를 당했다. 보스턴의 입장에서는 카이리 어빙(27)의 부상과 맞물리며 홈 2연패를 당하다가 원정에서 꿀 같은 승리를 따냈다.

이 경기를 통해 보스턴과 필라델피아는 서로의 순위를 맞바꿨다. 36승21패(63.2%) 동률이 됐지만 상대전적에서 3승0패 우위를 점한 보스턴이 4위로 올라섰고, 필라델피아는 5위로 내려왔다.

알 호포드와 조엘 엠비드가 서로 같은 23득점을 올린 가운데 호포드는 56.3% 야투율을, 엠비드는 3점슛 6개 실패 포함 40.9% 야투율을 기록했다. ⓒAFPBBNews = News1
아직 많은 경기들이 남아 있는 현재, 순위 경쟁보다는 일방적인 상대전적이 필라델피아 입장에서 문제다. 올시즌 0승3패에 더해 지난 정규 시즌에서 1승3패, 플레이오프에서 1승4패, 꽤 오랜 기간에 걸쳐 보스턴에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전 시즌 조엘 엠비드(25)-벤 시먼스(23) 조합이 결성된 이후 큰 성장을 거둔 필라델피아는 올시즌 다시 두 번의 큰 선수단 변화를 거쳤다. 우선 11월 트레이드를 통해 지미 버틀러(30)를, 그리고 최근 2월 트레이드를 통해 토바이어스 해리스(27)를 들였다.

이로써 베테랑 슈팅 가드 JJ 레딕(35)까지 강력한 주전 5인조를 결성한 필라델피아는 9일 덴버 너겟츠에게 7점차로, 11일 LA 레이커스에게 23점차로 승리하며 꽤나 낙관적인 분위기를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보스턴을 넘지는 못하고 있다.

전 시즌의 인원이 거의 그대로 이어진 시즌 개막전에서도, 버틀러가 들어온 12월 크리스마스 경기에도, 해리스가 들어온 2월 경기에서도 필라델피아는 보스턴에게 열세를 보이고 있다. 정말 두 팀 사이에는 상성이 존재하는 것일까.

▶보스턴 포워드들의 활약

보스턴은 이전 경기들에서 LA 연고의 2팀을 홈에서 맞이해 크게 이기던 경기를 역전 당하는 수모들을 연속으로 겪었다. 8일 레이커스전에서는 18점차까지 앞섰다가 최종 1점차 패배를, 10일 LA 클리퍼스전에서는 무려 28점차까지 앞섰다가 최종 11점차 패배를 당했다.

이렇게 보스턴에 묘한 분위기가 감돌던 중 포워드 마커스 모리스(30)가 팀에 대한 쓴 소리를 꺼냈다. 다른 팀들에는 선수들끼리 북돋는 분위기가 있는데 보스턴에는 개인주의 분위기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소리는 가뜩이나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 불만스런 목소리의 주인공 모리스가 13일 필라델피아전에서 큰 수훈을 거뒀다. 코트 전 범위에 걸쳐 날카로운 슈팅을 선보여 53.8% 야투율로 17득점을 올렸다. 1쿼터를 보스턴이 28-23으로 마감하는 데에 있어 모리스의 8득점이 컸다.

시즌 야투율 47.8%에 평균 14.6득점의 모리스는 현재까지의 필라델피아전들에서 57.9% 야투율에 18.7득점을 올렸다. 그나마 가장 최근 13일 경기가 가장 낮은 53.8% 야투율이었으며 12월 2번째 대결에선 61.5% 야투율로 23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또 다른 포워드 제이슨 테이텀(21)도 13일 46.7% 야투율로 20득점의 제법 아픈 타격을 필라델피아에게 줬다. 시즌 야투율 45.3%에 평균 16.4득점의 테이텀은 필라델피아전들에서 46.0% 야투율로 22득점을 기록 중이다.

한편 13일 7회 시도 중 6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며 26득점의 깜짝 활약을 선보였던 포워드 고든 헤이워드(29)는 필라델피아 상대로 꾸준히 활약한 편은 아니다. 이전 두 번의 맞대결들에선 각각 33.3% 야투율로 10득점 및 5득점에 그쳤다.

모리스와 테이텀은 각자 동료들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슈팅 기회를 만들어낼 줄 아는 선수들이다. 이런 선수들에게 계속 아픈 펀치를 맞는다면 혹시 플레이오프에서 만났을 때 필라델피아는 대비책을 세워놓아야 할 것이다.

▶결정적 순간 가드들에게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구성

13일 경기에서 보스턴 가드들은 전체적으로 큰 힘을 쓰지 못했다. 어빙 대신 주전으로서 나선 포인트 가드 테리 로지어(25)는 25.0% 야투율로 5득점, 또 다른 가드 마커스 스마트(25)도 21.4% 야투율로 8득점에 그쳤다. 특히 스마트는 8개의 3점슛을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경기 막판 접전의 승부처에서 결정적 공을 올린 선수가 스마트였다. 3점 라인 밖에서 시먼스의 수비를 받던 스마트는 종료 23초를 남기고 4점차로 앞서게 만드는 멋진 돌파 덩크를 작렬시켰다.

전통적인 포인트 가드가 없는 필라델피아는 주전 라인업이 코트에 있을 때 가드의 돌파에 대해 수비 약점을 가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보스턴의 경우 포인트 가드 두 명을 코트 위에 동시에 세우길 즐겨하며 이런 경우의 수를 앞으로 또 만들 수 있다.

여기에다 이번에는 부상으로 빠졌지만 보스턴의 어빙은 2번째 맞대결에서 51.5% 야투율로 40득점을 올리기도 했었다. 그리고 최근 물이 오른 컨디션을 보이며 에이스의 분위기를 한껏 풍겨왔었다.

마켈 펄츠를 부상 이슈로 상당 기간 기용하지 못하다가 결국 트레이드로 보내면서 필라델피아에는 버틀러를 제외하면 마땅한 가드 상대 수비수가 없는 편이다. 이에 대해 펄츠를 보내면서 받아온 조나단 시먼스(30)를 경기 막판에 투입시켰는데 앞으로 어떤 운용 전략을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은 첫 두 경기에서 각각 60.0%를 넘는 3점슛 적중률을 선보였던 해리스지만 보스턴전에서는 6개 모두 실패하는 부진을 보였다. ⓒAFPBBNews = News1
▶막판 접전에서의 판단력

3점차로 끝난 13일 경기의 막판 동안에는 계속해서 피 말리는 접전이 이어졌었다. 종료 7분여를 남겨둔 시점 이후로 계속해서 동점 내지는 6점차 이내의 클러치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리고 시간이 다해갈 무렵 3점차로 뒤지던 필라델피아에게는 꽤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 6초를 남기고 해리스의 3점슛이 실패했을 때 엠비드가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하지만 2초를 남기고 엠비드는 리바운드 잡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레이업을 올렸다.

타임아웃을 다 소진했기 때문에 필라델피아에게는 당시 빠른 2점보다 3점이 필요했다. 엠비드의 판단이 아쉬웠던 순간이다.

물론 경기 후 엠비드가 공식 인터뷰로 불만을 드러냈듯이 이전의 과정 동안 심판 판정에 있어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엠비드의 경우 슈팅 파울을 얻어낼 수도 있었지만 휘슬이 불리지 않는 등 나름 억울한 마음을 품고 있을 만했다. 하지만 끝에 보여준 플레이는 플레이오프 중요한 무대에서 크게 지적될 만한 판단 실수였다.

▶작은 부분에서의 균열

전 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이 두 팀은 클러치 상황들을 제법 거쳤다. 그리고 올시즌에도 이번 3번째 맞대결 외에 2번째 대결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클러치 상황을 겪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승리는 보스턴에게 갔다.

큰 그림에서도, 미세한 부분에 있어서도 필라델피아는 턴오버 또는 앞서 언급한 판단 실수의 결점 등이 이따금씩 드러난다.

경기 당 턴오버에서 리그 3위(13.1턴오버)인 보스턴과 27위(15.5턴오버) 필라델피아 사이엔 계속해서 보스턴 쪽의 턴오버 우위가 나오고 있다. 13일 6-14 포함 3회 대결 모두에서 보스턴이 더 적은 턴오버를 기록했다.

한편 작은 부분일 수 있지만 자유투 정확도에서 필라델피아가 아쉬움을 가졌다. 특히 13일 4쿼터 막판 3점슛 파울을 끌어낸 버틀러는 평소 88.0%의 자유투 슈터지만 그 3회 기회 중 2구를 실패했다.

시즌 자유투 성공률 14위의 77.4% 자유투 적중률을 기록 중인 필라델피아는 보스턴 상대 3경기 동안 71.1%에 그쳤다. 첫 대결부터 60.9%, 79.3%, 71.0%로 썩 좋지 못한 경향이다.

같은 애틀랜틱 디비전 소속으로서 시즌 맞대결 4경기를 가지는 양 팀 사이의 우위는 이미 보스턴 쪽으로 넘어 왔다. 이 시즌 맞대결 전적은 시즌 마감 때 서로 동률일 경우 타이 브레이커로써 작용하기도 하며 플레이오프 맞대결의 중요한 예측 자료로써도 사용된다.

이런 가운데 다시 필라델피아 홈에서 열리는 3월21일 맞대결에서 필라델피아가 복수할 수 있을까. 라인업을 재편성한 이후로는 2번째 대결이기 때문이 그때 제법 우위를 보여준다면 그동안 존재해온 상성을 깰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선 앞서 언급한 사항들에 대해 복습이 필요하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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