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1년도 안됐다. 지난해 3월 KBL이 200cm이하 외국인 선수만 영입가능하다는 규정을 만들었고 11개월이 지난 11일 KBL은 다시 외국인 선수 키 제한을 해제했다. 올시즌은 203cm의 르브론 제임스가 아무리 원해도 올 수 없는 리그였지만 이제는 르브론 제임스도 KBL에 ‘올 수는’ 있게 됐다.

전세계가 웃었고 자신의 키가 2m이하로 나오자 무릎을 꿇고 감사함을 보이던 외국인 선수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더 이상 안보게 된 것이다.

늦었지만 다행이고, 또 대체 지난 1년간 이런 말도 안되는 규정이 있어야만 했는지 분노할 수밖에 없다.

찰스 로드가 서울 신사동 KBL 센터에서 키를 측정 후 기준에 통과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KBL은 11일 오후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제24기 제2차 임시총회 및 제3차 이사회를 열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 제도를 결정했다.

KBL은 지난해 3월 현재 2018~2019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의 신장 기준을 장신 선수 200㎝ 이하, 단신 선수 186㎝ 이하로 적용하기로 했다. 즉 2m를 초과하는 외국인 선수는 아예 KBL에 올 수 없었고 ‘203cm의 르브론 제임스는 오고 싶어도 못 오는 리그’로 전세계에 웃음을 샀다. 르브론 제임스는 키 제한 뿐만 아니라 현행 규정상 NBA에서 최근 세 시즌 동안 1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는 NBA에서 마지막 시즌을 치른 이후 3년이 지나야 영입이 가능했다. 이날 KBL 이사회는 이 규정을 폐지하기로 해 정말 르브론 제임스가 '올수는' 있는 리그가 됐다.

계속 한국에서 뛰고 싶은 외국인 선수들은 키 측정을 했고 키가 크면 좋은 농구라는 스포츠에서 자신의 키가 200cm를 넘지 않는 것에 무릎을 꿇고 신에게 감사인사를 올리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보였다.

이런 황당한 규정에 피해를 본 선수들도 많다. 당장 2017~2018시즌 안양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고 평균 25.7점을 올리며 득점왕에 등극한 사이먼은 2010년 KBL 데뷔 후 2014년부터는 4년 연속 한국에서 뛴 ‘한국 선수 같은 외국인 선수’였다. 하지만 그의 키가 202.1cm로 나오면서 KBL은 스스로 득점왕이자 오래 뛰며 팬들의 사랑을 받은 사이먼을 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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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브론 제임스는 오고 싶어도 못 오고, 득점왕에 한국에서 오래 뛴 외국인 선수는 나가야하는 황당한 리그가 된 KBL은 그나마 11개월만에 키 제한을 폐지하는 바른 결정을 내렸다.

결국 농구계에서는 전임 김영기 총재가 마지막까지 고집을 부려 만든 규정으로 인해 시대를 역행하고 1년간 전세계가 비웃는 리그가 된 것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김영기 총재는 빠른 농구, 즉 단신 용병 가드들을 활용해 경기 템포를 끌어올린 경기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로 밀어붙였지만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규정만 만들고 1년도 안돼 다시 농구계의 반발로 사라지는 규정만 만든셈이다.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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