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피스 그리즐리스가 마이크 콘리(32) 및 마크 가솔(34)의 트레이드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은 백기를 들었다는 것과 다름없다. 즉 이제까지 유지해왔던 자신들의 농구에 리셋 버튼을 눌렀다는 뜻이다.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각) 유력 매체 ESPN의 워즈 내로우스키 기자는 멤피스가 이제껏 처음으로 콘리와 가솔의 트레이드 오퍼를 듣기 시작할 것이라 전했다. 이는 10년 넘게 유지해온 프랜차이즈 스타 듀오를 해체할 의지가 있다는 뜻이다.

콘리와 가솔 둘 모두는 각자 2007~08시즌 및 2008~09시즌 NBA 데뷔 이후로 줄곧 멤피스 선수로서 뛰어 왔다. 때문에 10시즌이 넘는 시간을 공유한 이들은 최근 10년 동안 멤피스의 농구를 정의해온 선수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탄탄한 수비와 다양한 선수들의 공격 기여라는 멤피스의 농구 정체성에 콘리와 가솔의 역할은 매우 컸다. ⓒAFPBBNews = News1
하지만 결국 멤피스도 현재의 농구에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있는 듯하다. 더 이상 이들의 농구는 최근의 농구 경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성적으로든 숫자로든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멤피스에는 승리 소식이 거의 들려오고 있지 않다. 12월 이후로 5연패 후 2연승, 그리고 또 6연패 후 1승을 거쳤다가 최근 다시 6연패에 빠져 있다. 즉 최근 20경기 전적이 3승17패다.

이들이 이렇게 무너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리셋 버튼을 눌러야할 만큼 이들의 농구에는 한계가 있는 것일까.

▶서부 컨퍼런스 1위에서 14위로

11월22일 샌안토니오 스퍼스전 승리를 통해 멤피스는 5연승을 이뤘고 올시즌 대단한 경쟁률을 보여주고 있는 서부 컨퍼런스의 정상에 올라봤다. 당시 이들의 12승5패(승률 70.6%) 성적은 컨퍼런스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정상등극은 단 이틀뿐이었다. 11월24일 LA 클리퍼스전부터 시작된 3연패를 시작으로 이후 7승23패의 추락을 겪었다. 이로써 23일 현재 이들의 19승28패(승률 40.4%) 성적은 컨퍼런스 14위에 있다.

콘리가 46경기 평균 33.5분 동안 19.8득점 6.1어시스트 1.3스틸을 기록하며 활약 중이지만 멤피스의 성적은 다시 또 하위권에 머물렀다. ⓒAFPBBNews = News1
전 시즌 멤피스는 22승60패(승률 26.8%)로 역시 컨퍼런스 14위로 마감했었다. 당시와 비교해 승률은 현재가 훨씬 높지만 워낙 올시즌 서부 컨퍼런스의 경쟁률이 높다. 그리고 리그 전체 29위로 마감했던 전 시즌에 비해 현재 이들이 위치한 25위는 크게 다를 것도 없다.

지난 시즌에는 분명 사정이 있었다. 개막 4연승도 이뤄보며 나름 괜찮은 성적을 보였던 멤피스는 14번째 경기부터 콘리를 부상으로 인해 기용하지 못했다. 13번째 경기까지 7승6패였던 멤피스는 이후 69경기 동안 15승54패를 거쳤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콘리와 가솔이 각각 1경기씩만 결장했음에도 나락에 빠져 있다. 결국 전 시즌도 올시즌도 초반 반짝만 있었을 뿐 내리막을 보여주고 있다.

▶진흙탕 농구는 이제 힘든 것일까

지난 10년 동안의 멤피스 농구를 관통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면 진흙탕 농구다. 자신들이 얼마나 잘하냐보다는 상대를 얼마나 못하게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올시즌의 숫자에도 잘 나타나 있다. 23일 현재 멤피스는 평균 실점 2위(103.9실점)에 올라 있는 짠돌이 팀이다. 하지만 또 반대로 평균 득점 순위에서는 최하위 30위(100.6득점)에 그쳐 있다.

여기에는 멤피스가 느린 농구를 좋아하는 성향도 체크할 필요가 있다. 올시즌 멤피스는 리그에서 상대와 가장 적은 포제션을 나눠 갖는 팀이다. NBA닷컴에 따르면 멤피스는 현재까지 47경기 동안 48분 당 96.21포제션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리그 30번째 페이스다.

페이스를 감안해도 멤피스의 공수 밸런스는 수비에 크게 치우쳐 있음을 볼 수 있다. 100포제션 당 106.8실점은 리그 8위의 수비지표지만 100포제션 당 103.9득점은 29위 공격지표다. 오히려 콘리가 단 한 경기만 결장한 올시즌 현재 공격지표 순위보다 70경기 결장했던 전 시즌의 27위(103.4)가 낫다.

절대 숫자 측면에서 분명 올시즌 현재 멤피스의 공격지표는 전 시즌보다 크지만 순위는 낮다. 여기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올시즌 NBA는 더욱 공격 지향적인 농구를 보여주고 있다. 단적으로 전 시즌 리그 평균 득점이 106.3득점이라면 올시즌 현재에는 110.5득점이다.

리그 평균 110.5득점은 73시즌 리그 역사에서 14위에 해당하는 대단히 높은 숫자다. 이 앞의 순위들에는 12위 1984~85시즌(110.8득점)을 제외하고 모두 1970~71시즌 이전의 1960년대 시즌들이 들어서 있다. 그 당시엔 공수 교체가 매우 잦았다.

NBA 통계사이트 바스켓볼레퍼런스에 따르면 올시즌 현재 리그 평균 페이스 99.5는 1988~89시즌(100.9) 이후로 가장 빠르다. 1988~89시즌(91.6)에 최저점을 찍다가 다시 리그 페이스가 계속해 상승해오고 있는 추세다.

46경기 평균 33.8분 동안 15.3득점 8.5리바운드 4.7어시스트 1.2스틸 1.3블록의 큰 활약을 보이고 있는 가솔이지만 느려진 발은 수비에서의 영향력을 낮추고 있다. ⓒAFPBBNews = News1
더욱이 올시즌의 리그 공격지표는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높다. 바스켓볼레퍼런스 기준 100포제션 당 110.2득점이며 2위 2016~17시즌(108.8)과 3위 2017~18시즌(108.6)과도 격차를 두고 있다. 즉 최근 3시즌은 리그 역사 속에서 꽤나 높은 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큰 최근의 유행들이 자리하고 있다. 첫째는 공격 포제션에서 되도록 빠른 시점에 공격에 들어가는 것, 그리고 두 번째로 3점슛의 적극 활용에 있다. 반면 멤피스는 이 두 가지 경향에 따라오지 않았던 대표적인 팀이다.

▶다른 스타 영입에 크게 실패한 멤피스

멤피스의 이 진흙탕 농구를 두고 완전한 구닥다리로 취급할 수 없는 것이 이런 농구로 성공을 거뒀던 때도 있었다.

8번 시드로서 1번 시드에 플레이오프 업셋을 이뤘던 2010~11시즌 이후 멤피스는 7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성공을 이룬 팀이다. 2012~13시즌에는 컨퍼런스 파이널까지도 진출해 봤다.

멤피스의 수비지향적인 농구에는 분명 통할만한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농구에서는 득점도 중요하기 때문에 멤피스의 모자란 득점력은 발목을 잡기도 했다. 현재까지 멤피스가 공격지표에서 가장 높게 올랐던 순위는 2014~15시즌의 13위(104.7)였고 주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여기에는 콘리와 가솔이란 중심축에 또 한 명의 스타를 얻는 데에 실패한 것이 컸다. 2016년 여름 나름 큰 투자를 했던 챈들러 파슨스(31)는 올시즌 3경기 출전에 그쳤고 나왔을 때의 활약도 미비하다. 멤피스에 들어온 이후 파슨스는 코트에 잘 나오지도 못했지만 나왔을 때 늘 리그 평균의 선수에도 못 미치는 숫자를 보여줬다.

현재 나오고 있는 멤피스의 트레이드 루머에는 파슨스의 계약을 끼워 넣는 데에 중점이 맞춰졌다는 소식도 있다. 올시즌 2400만 달러(약 271억원)와 다음시즌 2500만 달러(약 282억원)에 달하는 샐러리를 받는 챈들의 계약은 분명 큰 걸림돌이다.

현재 멤피스에는 2018년 NBA 드래프트 4순위 출신의 자렌 잭슨 주니어(20)를 제외하면 미래를 기대할 자원이 별달리 없는 편이다. 다시 또 2019년 드래프트에서 미래를 위한 자산을 얻는 방안이 현실적인 편이다. 여기에 더해 콘리와 가솔의 트레이드를 통해 자산을 추가한다면 좋을 것이다.

어쨌든 트레이드 데드라인 2월8일까지 멤피스에서 큰 트레이드 뉴스가 나올 가능성이 생겼다. 다만 아무래도 당장 멤피스에 스타가 들어오는 트레이드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 드래프트 픽 같은 자산이 멤피스가 바라보는 중점이 될 것이다.

2시즌 연속 낮은 순위에 머물고 있는 상황은 분명 멤피스에게 시련이다. 10시즌 넘게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해 왔던 선수들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이들의 어려움을 시사해준다. 여기에서 이들이 트레이드를 성사시킨다면 어떤 반대급부가 들어올지가 큰 관심여부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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