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최근 10경기 동안 패배가 없음에도 안좋은 이야기가 나온다. 만약 패하고 나면 어떤 기사가 나올지 궁금하다.”

바레인전을 앞둔 공식기자회견에서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불평하듯 말했다. 결과가 좋은데 왜 안좋은 기사가 나오냐는 것.

누구도 강호들과 맞붙고 좋은 경기를 했던 지난해 11월까지는 대표팀에 대해 불만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아시안컵에 들어오니 아시안컵 첫 출전인 필리핀,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겨우 1-0으로 이기고, 실제로 의무팀 일원이 대회 도중 귀국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당연히 안좋은 기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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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도 중요하지만 피파랭킹 100위권 밖에 팀들에게 한골차로 겨우 이기고, 16강에서도 또 피파랭킹 113위의 바레인을 상대로 연장까지가 졸전 끝에 승리하는 처참한 경기력을 보였다.

가뜩이나 타이트한 일정이 예정된 8강을 앞두고 체력을 아껴야했는데 연장을 가면서 체력소비는 물론 갈수록 좋아지지 않는 경기력은 무패에 대한 자부심을 모두 그늘지게 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2일 오후 10시(이하 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 막툼 빈 라시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바레인전에서 1-1로 정규시간을 마친 후 연장전 김진수의 헤딩 결승골로 2-1 힘겹게 승리했다.

전반 43분 중앙에서 손흥민이 오른쪽의 이용에게 벌려주는 패스를 했고 이용은 낮고 빠른 크로스를 문전에 넣었다. 이때 황의조가 쇄도하자 골키퍼는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채 흘러나왔고 뒤에서 대기하던 황희찬이 침착하게 낮고 빠르게 오른발로 밀어 넣으며 선제골을 가져갔다.

하지만 후반 32분 바레인의 페널티박스 밖에서의 중거리슈팅이 하필 문전에 있던 선수에게 갔고 슈팅한 것이 김승규 골키퍼를 지나 골문으로 가자 홍철이 몸을 날려 일단 막았다. 그러나 다시 흐른 공을 바레인의 모하메드 알로마이히가 밀어 넣으며 1-1 동점이 됐다.

결국 연장전으로 갔고 연장전 교체투입된 김진수가 연장전반 추가시간에 오른쪽에서 이용의 크로스 때 다이빙 헤딩골을 넣어 졸전 끝에 한국은 8강에 진출했다.

승리했지만 경기력면에서 전혀 만족할 수 없었다. 기회가 났을 때 슈팅에 인색했고 의미없는 볼점유에 자위했다. 벤투 감독은 늘 ‘지배하고 점유했다’고 하지만 상대를 압도하는 지배와 점유가 아니고 역습에 취약한 모습에 팬들은 만족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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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들어 경기력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모습은 더욱 심각하다. 필리핀에게 1-0으로 이겼을때만 해도 ‘밀집수비는 뚫기 힘들니까’라는 변명을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꽤 공격적이었던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도 겨우 1-0으로 이기자 경기력에 대해 할말이 없었다. 바레인전 역시 황희찬의 골 덕에 이기나했지만 잘버티던 수비가 무너지자 곧바로 연장전까지 갔다.

문제는 해당 팀들이 전혀 객관적으로 강한팀이 아니라는점이다. 만약 이런 경기력을 아시아 상위팀이나 FIFA랭킹 상위팀에게 했다면 충분히 이해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언급한 상대들은 모두 피파랭킹 100위권밖의 팀들이었다.

바레인전의 최대 목표는 승리이기도 했지만 90분안에 끝내는 것이었다. 8강부터는 매우 빡빡한 일정으로 진짜 강한 상대들과 맞붙게 된다. 16강부터 연장전을 가게 되면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쉬어가는 경기가 필요했는데 바레인전에서 연장까지 가면서 이겼음에도 실패한 경기가 되고 말았다.

벤투 감독은 바레인전을 앞두고 자신만한하게 ‘10경기 연속 무패인데 왜 안좋은 기사가 나오냐’고 했다. 이런 처참한 경기력을 보이고, 피파랭킹 100위권 밖의 팀도 겨우 이기는데 안 좋은 여론은 나올 수밖에 없음이 당연지사다.

바레인전을 앞둔 벤투 감독의 모습은 분명 오만했다. 그리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떠올리게 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매번 ‘승률이 70%가 넘고 한국축구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지휘봉을 잡은 감독이 나’라고 강조해왔다. 약한 상대에게만 이기고 경기력이 갈수록 떨어짐에도 ‘무패’에 사로잡혀 슈틸리케는 오만하고 안일해졌고 결국 대표팀을 월드컵 아시아예선 탈락위기까지 몰았었다.

다행인 것은 바레인전 경기 이후 벤투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오늘 경기력이 지난 경기들보다 좋지 않았다”고 인정하고 선수들의 몸이 무거웠음을 인정했다. 점유와 지배에 집착하고 경기력보다 결과에 집착하는 모습은 슈틸리케를 떠올리게 하는 벤투다. 하지만 바레인전 이후처럼 좋지 않은 상황을 인정하고 개선책을 찾겠다는 것은 또 슈틸리케와 다르기도 하다.

무패행진이 중요한게 아니다. 그 과정 속에 ‘어떻게’ 무패행진을 했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경기력이라면 당장 카타르와 맞붙는 8강, 그리고 호주, 이란 등 아시아 강팀과 진검승부를 펼쳤을때는 민낯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경기력 개선 없이는 우승은 꿈도 못꿀 대표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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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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