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최지만(28)에게 2018시즌은 2010년 시작한 미국 생활 9년중 가장 유의미한 시즌이었다.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주전급 선수로 거듭났고 자신의 자리를 보장받았다.

드디어 메이저리그 주전급 선수로 인정받았으니 한숨 놓을법도 하지만 진짜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최지만의 뚜렷한 약점인 좌완투수 상대 성적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오직 타격만으로 승부를 봐야하는 지명타자 특성상 언제든 교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쪽짜리’ 선수를 벗어날 수 있느냐에 따라 최지만의 메이저리그 생활이 신기루일지 롱런으로 이어질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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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택한 밀워키선 마이너, 트레이드된 탬파베이에선 주전

지난시즌 모두가 힘들거라는 밀워키 브루어스를 굳이 택해 딱 12경기만 출전하고 대부분을 마이너리그에서만 보냈던 최지만은 탬파베이 레이스로 트레이드되며 구원의 빛을 맞이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분명 눈에 띄는 활약을 했지만 1루자원이 풍부하고 지명타자를 쓸수도 없었던 밀워키에서는 그를 활용할 수 없었기 때문.

탬파베이로 가서도 약 한달가량의 마이너리그에서 인내의 마늘을 먹은 최지만은 7월 10일 감격의 콜업이후 더 이상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일이 없었다. 49경기에서 출루율 3할7푼, 장타율 5할6리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기 때문. 최지만을 보지 못하는 경기가 더 적었을 정도로 주전급 멤버로 성장했고 2019시즌 역시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등 야구 전문 사이트들은 최지만을 탬파베이의 주전 지명타자로 예상하고 있다. 심지어 중심타선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기도하다.

밀워키에 있을때만 해도 메이저리그 잠깐 콜업됐다 대부분을 마이너리그로 보내던 신세였던 최지만 입장에서는 탬파베이가 그야말로 천국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해서든 밀워키를 떠나 탬파베이에 온 것이야말로 2018년 최지만이 한 가장 잘한 일이었다.

▶우완일때만 나오는 타자… 반쪽짜리의 위험성

하지만 최지만에게도 2019시즌 중요 과제가 있다. 바로 반쪽짜리 타자를 벗어나야한다는 점이다. 지난시즌 최지만은 좌투수가 들어설 때 고작 25타석에 들어서는 것에 그쳤다. 우투수 상대 196타석에 들어선 것과 비교하면 천지차이. 1루수로도 딱 1경기 들어섰고 나머지는 모두 지명타자로만 나왔다.

즉 탬파베이는 우투수가 나올 때 지명타자로 쓸 용도로 최지만을 데려왔고 최지만은 2018시즌 wRC+(조정득점생산력) 135와 5할을 넘는 장타율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반시즌 정도만 뛰었던 성적이기에 최지만이 이러한 성적을 한시즌 내내 기록할 수 있느냐와 그렇다할지라도 최지만이 메이저리그 경력이 차고 몸값이 비싸졌을때도 우완만 상대하는 지명타자로써 가치가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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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파베이 언론이 ‘최지만이 전체 시즌을 뛰었다면 30홈런 이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하자 이후 캐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냉정하게 "최지만은 뛰어난 선수다. 나는 여러분이 어떤 수치를 예상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공정하게 말하자면 그가 일관되게 타석에 나섰다면 꽤 손상된 성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일관되게 나온다는 것은 우투수, 좌타수 가리지 않고 나온다는 것. 지금처럼 우투수에 비해 좌투수를 13%밖에 나오지 않는다면 약한 좌투수를 상대로 성적이 안 좋으니 전체 성적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

정확히 꿰뚫어본 말이다. 메이저리그는 냉정하다. 당장 자신의 팀동료이자 경쟁자였던 C.J 크론이 2018시즌 무려 30홈런을 때리고도 방출됐다. 이제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어 약 500만달러(실제로 이후 미네소트 트윈스와 480만달러에 계약)에 가까운 돈을 주기에는 30홈런말고는 메리트가 없다고 봤기 때문.

한국에서 뛰던 에릭 테임즈를 데려오기 위해 2016시즌 홈런왕이었던 크리스 카터를 방출했던 것이 최지만의 전소속팀이었던 밀워키다. 홈런 밖에 못 때리거나 혹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타자인데 수비까지 허술하다면 곧바로 방출할 수도 있는 것이 메이저리그다.

냉정하게 현재 최지만이 탬파베이의 주전급 타자로 인정받는 이유는 그의 몸값이 매우 싸고, 일단 반시즌동안 wRC+ 137과 WAR(대체선수이상의 승수) 1.1이라는 생산적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직 수비없이 우투수만 상대해서 거둔 성적이기에 우투수를 상대로 성적이 떨어지는 순간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수비, 좌투수 상대 성적없인 롱런 힘들다

최지만은 지명타자 혹은 1루수로 분류된다. 좌익수도 볼 수 있다곤 하지만 2016시즌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좌익수로 20경기 나온 것을 제외하곤 2년간 좌익수로 1이닝 소화한 것이 전부다. 지명타자는 당연하지만 1루수 포지션도 그 어떤 포지션보다 타격이 최우선이다. 타격이 평범해지는 순간 그 어떤 가치도 가지지 못한다. 최지만이 발이 빠르거나, 수비가 뛰어난 선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40홈런 이상을 때리는 파워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단 최지만 입장에서는 지명타자를 벗어나 1루수 주전으로 수비를 맡길 수 있을 정도의 1루수비 능력을 갖춰야한다. 그래야 지명타자에서 행여 밀릴 때 살아날 구멍이라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구단에서 ‘우투수말고는 안된다’는 인식을 가지지 않게 좌투수 상대 성적도 개선해야한다. 물론 최지만은 2018시즌 마이너리그에서는 오히려 우투수보다 좌투수 상대 성적이 좋았고 2017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좌투수 상대 성적 OPS 8할8푼8리, 2016시즌에도 9할5푼5리로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레벨에서의 좌투수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만약 이렇게만 우투수 상대로 나오는 지명타자 역할만 하다 연봉조정자격이 온다면 결국 템파베이는 크론에게 그랬듯 방출을 명할 수밖에 없다. 냉정하게 ‘가난한 구단’의 대명사인 탬파베이이기에 언론보도도 많이 됐듯 ‘가성비 좋은’ 최지만을 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지만도 탬파베이를 발판 삼아 ‘반쪽짜리 선수’를 벗고 타격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음을 증명해내는 2019시즌을 보내야한다. 결국 좌투수 상대 성적과 꾸준함을 개선할 수 있느냐에 따라 최지만이 계속 메이저리거로 있을 수 있는지 아닌지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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