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에 나설 수 있는 포인트 가드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팀에게 큰 위기이자 비상사태다. 적어도 공격 진영에서는 제1 볼 핸들러의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타 재즈에겐 그 영향력이 크지 않았던 것일까. 오히려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팀의 포인트 가드들인 리키 루비오(29), 라울 네토(27), 단테 엑섬(24)이 다들 하나 같이 최근 부상으로 결장 중이지만 5연승을 달리고 있다.

특히 모든 경기 주전으로 나와 40경기 평균 29.2분 동안 뛰던 루비오가 부상을 당했던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각) 밀워키 벅스전에서 102-114로 크게 지며 우려를 낳았지만 그 뒤의 5경기 동안 모두 승리하고 있다.

가장 최근 17일 LA 클리퍼스전에서는 원정임에도 129-109, 20점차 대승을 거두며 앞선 홈 4연승이 단순히 홈경기의 혜택 때문만은 아님을 보여줬다. 129득점은 올시즌 유타의 46경기 중 공동 4번째로 높은 득점이기도 하다.

올시즌 다소 실망스러웠던 2년차 도노반 미첼이 지난주부터 대단한 활약을 이어오며 유타의 상승세에 큰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AFPBBNews = News1
최근의 5연승을 통해 8일 서부 컨퍼런스 10위에 있던 유타는 25승21패(승률 54.3%)로 17일 현재 8위에 들어와 있다. 마치 전 시즌 1월말부터 보여줬던 11연승의 강력한 행진을 다시 보여줄 것 같은 분위기다.

전 시즌도 그랬고 올시즌도 유타의 출발은 그렇게 신통치 못했다. 물론 전 시즌 1월말 19승28패(승률 40.4%)에 그쳤던 것보다 낫긴 하지만 결국 5할 승률에 못 미친 날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올시즌 유타다.

그렇다면 최근 5연승 상승세 동안 유타는 어떤 힘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포인트 가드 없이도 줄곧 100득점을 넘기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좋은 수비 성과의 지속성

전 시즌 1월말 유타의 11연승에 있던 경향은 질식 수비였다. 그 11연승 동안 유타는 평균 98실점만을 기록했고 100실점 이상 내준 경기는 2경기에 그쳤다.

그리고 현재 5연승 중에도 비슷한 그림이 나오고 있다. 최근 5경기 동안 평균 98.6실점을 기록 중인 유타는 13일 시카고 불스전의 102실점과 17일 클리퍼스전의 109실점을 빼면 모두 95실점 이하를 기록했다.

유타는 올시즌 46경기 동안 평균 105.1실점을 기록하며 이 부문 리그 3위에 올라 있는 좋은 수비 팀이다. 전 시즌 올해의 수비수 루디 고베어(27)가 평균 31.6분 동안 13리바운드 2블록을 기록하며 여전히 상대의 골밑 공격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다만 수비 성과의 기복이 이들의 승패 성적에 제법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이 이겼을 때는 평균 99.2실점이지만 졌을 때는 112실점에 달한다. 110실점 이상이 19경기이며 여기에서 5승14패를 거쳤다. 그리고 118실점 이상의 9경기에서는 모두 패했다.

수비 진영에서는 코트 위 다섯 포지션 중 포인트 가드의 영향력이 가장 작은 편이다. 가장 작은 체격의 선수가 포인트 가드, 1번을 맡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상대가 미스매치 유발을 가장 많이 노리는 대상이기도 하다.

이런 점 때문에 오히려 포인트 가드가 없는 현재 유타가 꾸준히 좋은 수비 실적을 내고 있을 수도 있다. 최근 5연승 동안 상대 턴오버 유발은 줄어든 대신 상대의 슈팅 정확도가 크게 떨어져 있고 유타의 리바운드 점유율 우위는 평소보다 더욱 늘었다.

슈팅 정확도의 척도를 3점 야투 성공에 1.5의 가중치를 둔 이펙티브 피드골 퍼센티지(이하 eFG%)로 삼는다면, 턴오버 유발은 100플레이 당 턴오버 비중(이하 TOV%)으로 본다면, 최근 5연승과 그 전의 41경기 동안 성과 사이의 차이가 다음과 같다.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 차이는 적지만 유타 측의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은 앞선 41경기 동안 26.6%에서 최근 5경기 동안 28.9%로 늘어나면서 전체 리바운드 우위를 더욱 늘렸다.

포워드 이상의 선수층에 상당한 깊이가 있는 유타가 최근 그 힘을 수비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AFPBBNews = News1
▶에이스로서, 볼 핸들로서 미첼의 각성

미첼은 지난 한 주의 맹활약을 통해 15일 이주의 선수에 선정됐다. 이는 미첼의 커리어 첫 이주의 선수 이력이다.

6일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전의 26득점을 시작으로 7경기 연속 20득점 이상을 기록 중인 미첼은 올시즌 다소 떨어져 있던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앞선 35경기 동안 41.0% 야투율을 기록했던 미첼은 최근 7경기 동안 47.1% 야투율을 기록 중이다.

여기엔 미첼의 주 공략 지점인 골밑과 3점 구역에서의 감각 회복이 컸다. 앞선 35경기 동안 제한 구역 적중률이 56.2%였다면 최근 7경기 동안엔 61.0%다. 그리고 앞선 35경기 동안 경기 당 6.7회의 3점 시도를 29.9%만큼 성공시켰다면 최근 7경기 동안엔 7.4회 시도를 42.3%만큼 성공시키고 있다.

17일 경기에서는 3점슛 시도 5회 모두 실패하기도 했지만 3점 구역 안에서 17회 시도 중 10개(58.8%)를 성공시킴과 동시에 자유투도 얻어낸 8구 모두 성공시켜 28득점을 올렸다.

원래 볼 핸들링 시간이 많기도 했던 슈팅 가드 미첼은 포인트 가드가 없는 현재 볼을 다루는 시간을 더욱 많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보다 더 본인의 움직임에 목적성을 두고 움직이며 공격의 날카로움과 패스의 유용성을 늘리고 있다.

▶만능 공격수 잉글스의 존재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건너 온 포워드 조 잉글스(32)는 NBA에서 전혀 두각을 나타낼 만한 운동선수는 아니지만 농구선수로서는 신묘한 힘을 발휘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의 뛰어난 농구 감각이 포인트 가드가 없는 유타의 공격에 큰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각각 44.1% 및 44.0%의 3점슛 적중률로 유타의 화력에 크게 기여했다가 올시즌 36.5%로 떨어지며 아쉬움을 주고 있지만 유타의 공격 전개에서 잉글스는 큰 몫을 하고 있다.

폭발적인 드리블 움직임이 없더라도 잉글스는 적시적소에 패스를 뿌려줄 수 있는 감각을 가지고 있다. ⓒAFPBBNews = News1
8일까지 루비오의 평균 6.2어시스트 다음 유타에서 2번째로 많은 4.7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던 잉글스는 최근 5연승 동안 가장 많은 6.2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이어 미첼이 최근 5경기 동안 평균 6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미첼이 자신의 드리블 움직임으로 수비를 쏠리게 만든 후 패스하는 편이라면 잉글스는 외곽에서 동료의 움직임을 간파해 제 타이밍에 건네는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즉 시야와 타고난 감각이 뛰어난 선수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미첼과 잉글스의 존재를 통해 유타는 포인트 가드들의 공백 동안에도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오히려 현재 선수들의 기민한 패스 움직임 덕분에 더욱 높은 화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NBA닷컴에 따르면 10일 전까지 41경기 동안 유타는 100포제션 당 107.2득점을 올렸다. 이에 비해 10일 이후 5경기 동안에는 100포제션 당 109.0득점이다. 5경기 모두 100포제션 당 100득점 이상이며 3경기에서 108.9득점 이상이다.

현재 공백 중인 포인트 가드들이 나오기 힘든 현재 유타는 당분간 현 체제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 그래도 다시 홈 4연전이 앞에 배정돼 있는 것이 위안이다. 다만 오는 22일과 24일에는 17일 현재 컨퍼런스 4위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 2위 덴버 너겟츠를 상대하는 어려움도 있다.

하지만 만약 저 팀들 상대로도 선전을 거친다면 현재의 상승세에 더욱 탄력이 가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과제는 하나다. 포인트 가드들이, 특히 루비오가 돌아왔을 때에도 현재의 꾸준한 수비력과 물오른 공격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여기에서 긍정적 답이 나온다면 지난 시즌 후반기에 나왔던 강력한 상승세가 올시즌에도 반복될 수 있다. 과연 유타가 또 슬로우 스타터의 위력을 보여줄지는 전력을 모두 되찾았을 때 팀 위력이 어떻게 될지에 달려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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