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인천=박대웅 기자] NBA 휴스턴 로켓츠의 제임스 하든만큼이나 손이 뜨거웠다. 전자랜드 기디 팟츠가 인생 경기를 선보였다.

전자랜드는 15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DB와의 경기에서 79-76으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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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승리로 전자랜드는 4연승을 질주하며 23승12패를 기록, 선두 현대모비스와의 승차를 3.5경기로 좁혔다. 특히 홈 11연승으로 구단 최다 기록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반면 DB는 연승 및 5할 승률 도전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16승18패로 같은날 오리온을 꺾은 LG에게 6위 자리를 넘겨줬다.

팟츠의 슛감이 절정에 이른 경기였다. 팟츠는 이날 43점 12리바운드 4스틸 3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팀 승리의 중심에 섰다. 찰스 로드가 11점 11리바운드로 더블 더블을 달성한 가운데 정효근이 7점 5리바운드 2스틸로 그 뒤를 받쳤다.

DB는 마커스 포스터가 33점 10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팟츠 제어에 실패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경기 전 감독 출사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 DB는 국내 선수들이 약속된 플레이에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감이 올라온 팀이다. 응용보다는 한 가지라도 확실하게 하겠다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생각한 것과 반대로 하도록 만드는 플레이가 중요하다. 볼 없는 선수에 대한 수비부터 철저히 할 계획이다.

DB 이상범 감독 : SK와의 지난 경기에서 김선형의 원맨 속공 때 놓치는 부분들이 있었다. 상대에게 쉬운 점수를 내주면 그만큼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을 강조했다. 허웅의 경우 전역 다음날인 30일부터 투입을 시켜볼 계획이다. 연습해보면서도 느끼겠지만 성향을 먼저 파악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반전(1·2쿼터) : 팟츠-포스터의 쇼다운

1쿼터부터 양 팀이 팽팽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전자랜드가 팟츠의 물오른 슈팅을 앞세워 서서히 격차를 벌리는 듯 했지만 DB 역시 포스터가 만만치 않은 폭발력을 뽐내며 호락호락 흐름을 넘겨주지 않았다. 그러나 팟츠 외에도 정효근, 박봉진, 박찬희의 외곽포가 쉴 새 없이 림을 통과하면서 결국 1쿼터는 전자랜드가 21-17, 근소한 리드를 가져갔다.

전자랜드가 2쿼터 초반 급격히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박봉진과 팟츠의 내외곽 슛을 통해 순식간에 9점 차까지 달아난 것. 그러나 DB의 저력도 매서웠다. 윌리엄스가 꼬박꼬박 골밑 득점을 적립하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DB는 전반 종료 3분 여를 남기고 유성호와 포스터의 연속 3점슛을 통해 30-29 역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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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전자랜드는 1쿼터에 위력을 발휘했던 3점슛이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전반 막판에는 유도훈 감독의 벤치 테크니컬 파울 등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한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DB가 38-35로 앞선 채 양 팀의 전반이 마무리됐다. 포스터는 양 팀 최다인 14점을 기록하며 DB의 리드르 이끌었다.

▶후반전(3·4쿼터) : 팟츠의 폭발력, 깨지지 않은 전자랜드 홈 연승

양 팀은 3쿼터에도 역전과 재역전을 반복하며 승부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전자랜드는 팟츠가 약 5분 동안 홀로 팀의 10점을 모두 책임질 만큼 쾌조의 컨디션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DB는 추격 및 역전을 이뤄냈던 2쿼터 후반처럼 국내 선수들까지 활발하게 득점에 가담했다. 포스터를 중심으로 윤호영, 이우정의 외곽슛이 꽂히면서 박빙의 승부를 선보였다.

하지만 팟츠의 폭발적인 활약이 이후에도 계속되면서 결국 전자랜드가 분위기를 확실하게 움켜잡았다. 팟츠는 3쿼터에만 무려 20점을 쓸어 담았으며, 로드 역시 덩크슛 두 방을 포함해 6점을 책임지며 5점 차로 재역전을 이룬 채 3쿼터를 마감했다.

결국 전자랜드가 남은 10분 동안 집중력 있는 모습을 유지하며 DB의 맹추격을 뿌리치는데 성공했다. 4쿼터 역시 팟츠 타임이었다. 4쿼터 시작과 함께 3점슛을 성공시킨 팟츠는 1점 차로 쫓긴 경기 종료 8분21초를 남기고 위기를 벗어나는 득점을 기록하며 해결사 역할을 수행했다. 6분31초를 남기고는 8점 차까지 달아나는 쐐기 3점포까지 작렬시키며 인천삼산월드체육관을 뜨겁게 만들었다.

DB도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포스터가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점수를 쏟아내면서 경기 종료 1분9초를 남기고는 3점 차까지 따라붙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이우정, 포스터, 박지훈의 3점슛이 차례로 림을 벗어났고, 결국 전자랜드가 마지막에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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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의 털보, 얼마나 대단한 퍼포먼스였나

누구도 팟츠를 막을 수 없었다. 이날 팟츠가 기록한 43점은 지난해 10월26일 KT전에서 남긴 39점을 뛰어넘는 본인의 한 경기 최다 득점이었다.

2점슛(7/9), 3점슛(8/17) 모두 최고의 효율을 남긴 가운데 특히 3쿼터에 쏟아낸 20점은 올시즌 4번째로 높은 기록이었다. 지난 9일 KT전에서 2쿼터에만 21점을 기록했던 팟츠는 한 시즌 두 차례나 한 쿼터 20점 이상을 집중시키며 한 번 불붙으면 누구도 막기 어렵다는 것을 입증했다. 한 경기 도합 43점 역시 올시즌 5위에 해당되는 기록이다.

특히 팟츠의 이번 활약이 더욱 의미 있었던 이유는 최다 득점과 함께 팀의 연승을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올시즌 전자랜드는 팟츠가 20점 이상을 기록한 16경기에서 13승3패를 기록 중이다. 팟츠가 터지는 날 승리 확률이 더욱 올라가는 경향이 있었다. 단 39점을 기록한 KT전에서는 팀 패배로 짙은 아쉬움을 삼킨 바 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후반에만 30점을 몰아치는 등 승부처마다 해결사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냈고, 득점 뿐 아니라 12리바운드 4스틸 3어시스트까지 곁들이는 등 소위 인생 경기로 마지막 순간 활짝 웃었다.

NBA에서 휴스턴 로켓츠의 제임스 하든이 15일 멤피스 그리즐리스전에서 무려 57점을 폭발시켰다면 KBL에서는 전자랜드의 ‘털보’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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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장 인터뷰

승장 유도훈 감독 : 오늘 경기 뿐 아니라 최근 4쿼터 승부처가 왔을 때 외국인 선수가 해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국내 선수가 풀어줄 때도 있어야 한다. 감독으로서 그런 전술을 만들지 못해주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다. 하지만 선수들도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무리 좋은 패턴을 줘도 작전 수행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좀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

이상범 감독 : 끝까지 잘 했는데 마지막에 아쉬운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경기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올스타 휴식기 전까지 선수들이 선방해줬다. 휴식기 동안 잘 준비해서 지금까지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경기 결과

전자랜드
기디 팟츠 43점 12리바운드 4스틸 3어시스트
찰스 로드 11점 11리바운드
정효근 7점 5리바운드 2스틸

DB
마커스 포스터 33점 10리바운드 3어시스트
유성호 9점 4리바운드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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