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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정현(25위·한국체대)이 한국 테니스의 역사를 갈아치웠던 호주오픈에서 또 한 번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정현은 15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호주오픈 남자단식 1회전에서 브래들리 클란(미국)을 세트 스코어 3-2(6-7, 6-7, 6-3, 6-2, 6-4)로 꺾었다.

세계랭킹 76위 클란을 상대로 낙승이 예상됐지만 경기 초반 상대의 빠른 서브에 정현이 주춤하면서 자칫 이변의 희생양이 될 위기까지 몰렸다. 1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5-7로 무릎을 꿇은데 이어 2세트 역시 같은 상황에서 또 한 번 좌절을 겪었다.

그러나 정현은 벼랑 끝에서 집중력을 되찾는데 성공하며 대반격을 시작했다. 3세트를 6-3으로 승리하며 경기 흐름을 뒤바꾼 그는 4세트 역시 6-2 압도적인 격차를 통해 가져오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결국 이러한 분위기를 마지막 5세트에서도 이어가며 짜릿한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총 10개의 서브 에이스를 비롯해 첫 번째 서브를 득점으로 연결시킨 비율이 80%에 달할 만큼 서브의 위력이 돋보인 경기였다. 물론 서브 에이스 숫자에서 클란이 두 배 이상으로 많았지만 정현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통해 실책을 최소화하면서 기세를 한참 올랐던 상대를 서서히 무너뜨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정현에게 호주오픈은 최고의 짜릿한 기억이 깃든 대회다. 지난해 정현은 이 대회 3회전에서 세계랭킹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를 꺾은 것을 시작으로 16강에서는 한 때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특급 스타 노박 조코비치마저 3-0으로 완파했다.

이형택(2007년 9월 US 오픈) 이후 10년 4개월 만에 메이저대회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낸데 이어 한국인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메이저 8강 무대에 올랐다.

정현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8강에서 테니스 샌드그렌을 꺾고 아시아 선수로는 86년 만에 호주오픈 4강 티켓을 거머쥔 선수가 됐다. 비록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에게 패해 결승 문턱을 밟지는 못했지만 세계 테니스계를 발칵 뒤흔든 중심에 정현이 자리하고 있었다.

정현은 2019년 타타오픈, ASB클래식 두 차례 투어 대회에서 모두 0-2로 패하는 등 출발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약속의 호주오픈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챙기며 또 한 번 기적을 일으킬 발판을 마련했다.

한편 정현은 오는 17일 세계랭킹 55위 피에르위그 에르베르와 32강 티켓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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