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쿼터 동안 공격 진영에서 워싱턴 위저즈 포인트 가드의 임무는 간단했다. 슈팅 가드 브래들리 빌(26)이 어디 있는지 찾아내면 됐다.

워싱턴은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홈에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게 123-106으로 크게 승리했다. 재미있게도 바로 전날 9일 필라델피아 원정에서 115-132, 17점차로 패했던 경기를 다시 또 17점차 승리로 되갚아줬다.

여기에서 빌은 이틀 연속 야투율 60%를 넘기는 가운데 28득점에 이어 34득점을 올렸다. 특히 10일 4쿼터 중반부터는 홀로 14득점을 연속으로 올리는 괴력을 보여줬다. 레이업, 덩크, 플로터, 3점슛 등 다채로운 경로를 통해 필라델피아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동료 포인트 가드 토마스 사토란스키는 빌이 4쿼터 연속 14득점을 올리는 동안 5어시스트를 추가하며 11어시스트로 마감했다. 커리어 공동 최다이자 올시즌 첫 두 자릿수 11어시스트를 기록한 사토란스키는 8어시스트를 빌의 야투 성공을 통해 올렸다.

멋진 스텝 백 3점슛까지 성공시키면서 10일 4쿼터의 빌은 워싱턴 홈팬들의 영웅이 됐다. ⓒAFPBBNews = News1
팀의 스타 포인트 가드 존 월이 발꿈치 수술로 시즌아웃을 거친 현재 빌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그리고 월의 시즌아웃 공백이 시작된 12월29일 경기부터 워싱턴이 4승3패를 기록하는 동안 빌은 성공적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봐도 된다.

현재까지 42경기 평균 36.6분 동안 24.2득점 4.8어시스트를 기록 중인 빌은 최근 7경기 36.8분 동안 28.1득점 5.1어시스트를 올렸다. 평균 20득점 이상의 유일한 동료 월이 빠진 현재 득점의 짐이 빌에게 더욱 커지게 됐지만 시즌 야투율 47.2%와 별 차이 없는 46.5%를 최근 7경기 동안 기록했다.

올시즌 2승9패로 시작하며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워싱턴은 상당히 많은 트레이드 루머를 생성했다. 여기에서 가장 탐나는 자원이라면 빌이다. 그렇다면 17승25패(승률 40.5%), 동부 컨퍼런스 11위 워싱턴 안에서 빌은 얼마나 좋은 선수일까.

▶슈터를 넘어선 만능 공격수

신인이었던 2012~13시즌 경기 당 4.2회의 3점슛 시도를 38.6%만큼 성공시켰던 빌은 일찍이 외곽 슈터로서 큰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7시즌 커리어 3점슛 성공률 38.7%를 기록 중인 빌을 두고 3점슛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순 없다.

다만 올시즌을 놓고 보면 빌에게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3점 슈터를 넘어 코트 전 구역을 위협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득점원으로서의 궤도에 올랐다.

올시즌 7년차 빌은 커리어 중 단연 가장 낮은 3점슛 성공률 34.7%를 기록 중이다. 종전 가장 낮았던 전 시즌의 37.5%와도 제법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올시즌 빌의 전체 야투율 47.2%는 커리어 중 2번째로 높다. 커리어 야투율 44.8%보다도 높다.

이는 3점 구역 안에서 빌의 위협이 확연히 높아졌다는 뜻이다. 올시즌 현재 빌의 2점 야투율 54.8%는 커리어 최고에 달한다. 올시즌 경기 당 7.2회의 많은 3점슛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지만 커리어 중 단연 가장 많은 경기 당 12회의 2점 야투를 시도하고 있기에 크나큰 성과라 할 수 있다.

단편적인 예로 10일 필라델피아전 2쿼터에 나온 앨리웁은 올시즌 빌의 14번째 앨리웁 시도이자 12번째 성공이다. 이전 시즌들 중 가장 많았던 앨리웁 시도가 전 시즌의 11회였는데 시즌 일정의 반절만 흐른 현재 벌써 초과했다.

이렇게 공격 진영에서 빌의 활용 방법이 다양화됐다는 뜻이며 실제 빌이 위협적인 득점원이 됐음을 증명하는 숫자가 있다.

▶페인트 구역 안에서 가장 많이, 잘 넣고 있는 시즌

전문 슈터와 에이스 득점원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페인트 구역 활동이다. 드리블 돌파 또는 컷인을 통해 바스켓 근처에서 얼마나 잘 마무리를 해줄 수 있느냐는 에이스 득점원에게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쾌한 드리블 돌파에 이어진 레이업 또는 오픈된 동료를 향한 패스가 최근 두 시즌 동안 빌에게서 자주 보이고 있다. ⓒAFPBBNews = News1
이 점에서 올시즌 빌은 이전 시즌들에 비해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올시즌 빌의 경기 당 페인트 구역 9.7득점은 커리어 중 가장 많은 페인트 구역 득점이다. 이를 빌의 득점 중 비중으로 보자면 이전 시즌들과 확연히 다르다.

올시즌 빌은 전체 평균 24.2득점 중 40.1%를 페인트 구역에서 올렸다. 2016~17시즌의 31.4%와 2017~18시즌의 32.1% 등 최근 시즌들의 경향과 사뭇 다르다. 미드레인지와 3점 구역에서의 비중이 줄어듦과 동시에 나온 결과다.

빌의 전체 야투 시도 중 제한구역 비중 29.8%는 커리어 중 가장 높다. 또한 제한구역 적중률 67.9%도 커리어 중 단연 가장 높다.

올시즌 빌은 경기 당 11.5회의 드리블 돌파를 시도 중이다. 이는 리그 전체 선수들 중 28번째에 달하며 어지간한 포인트 가드들보다도 많은 숫자다.

그리고 더욱 눈여겨볼 지점은 드리블 돌파 시의 야투율 58.3%다. 이는 경기 당 10회 이상 드리블 돌파를 기록한 리그 선수들 중 4위에 달하는 효율성이다. 전 시즌 경기 당 10.4회의 드리블 돌파에서 48.8% 야투율을 기록한 때와 비교해도 확연한 진화다.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진화

가드의 돌파 공격 위력은 수비의 대응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이는 곧 오픈된 동료가 생기는 빈도의 증가와 연결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시즌들의 빌은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진화도 확연히 거뒀다.

전 시즌의 평균 4.5어시스트와 올시즌 현재의 4.8어시스트는 이전 커리어와 확연히 구별되는 숫자다. 여기엔 백코트 동료 월이 부상으로 부진하거나 장기 공백을 거친 것이 큰 이유로도 작용했다.

최근 월의 공백 7경기 동안 빌은 평균 5.1어시스트로 팀에서 사토란스키와 공동으로 가장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전 시즌에도 월은 27경기 연속으로 빠지는 장기 공백을 남겼었는데 그 27경기 동안 빌은 평균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마찬가지로 사토란스키와 공동으로 가장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사토란스키가 시야를 통해 어시스트를 올린다면 빌은 본인의 움직임을 통해 어시스트를 만든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빌은 올시즌 한창 젊은 나이에도 큰 가치의 선수로서 성장했다. 소속팀은 수비의 붕괴로 부진한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다른 팀들에게 정말 탐이 나는 선수가 됐다.

아직 시즌의 절반 일정이 남은 가운데 워싱턴이 어떤 방향으로 항해를 할지 알 수 없다. 빌이나 다른 주요 선수의 트레이드를 통해 선수단 개편을 거칠지 아니면 최근 다시 살아난 분위기를 통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도전할지 갈릴 수 있다.

어느 시나리오가 나오든 빌은 중요한 패로서 존재할 것이다. 다른 팀으로부터 보다 가치 있는 자산들을 받아올 수 있는 반대급부가 될 수도, 또는 팀이 전의 부진을 털어내는 견인차가 될 수도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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