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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박대웅 기자
[스포츠한국 용인=박대웅 기자] “미안(웃음). 새로운 동생 양홍석. 누군지 제대로 보여줘.”

2018~19시즌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KCC 전태풍(39)이 KT 양홍석(22)에게 남긴 말이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35경기 출전에 그쳤던 전태풍은 당시 신인이었던 양홍석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때문에 개막 미디어데이를 앞두고 대기실에서 양홍석에게 “너 누구니? 전자랜드 선수니?”라는 질문을 했고, 양홍석이 이러한 에피소드를 공개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약 3개월의 시간이 흘러 양홍석이 전태풍의 응원대로 본인이 누구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최연소 올스타전 팬투표 1위로 우뚝 서는 기염을 토했고, 올스타전에서 한 팀이 될 멤버들을 선정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는데 성공했다.

양홍석이 극적으로 후보에 합류한 전태풍을 같은 팀원으로 뽑을지 여부를 놓고 농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KBL은 10일 오후 3시에 올스타 드래프트 결과 및 해당 영상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스포츠한국은 용인 마북동에 위치한 KCC 체육관을 찾았다. 어느덧 KBL리그 10년 차이자 한국 나이 40세가 된 전태풍과 그동안의 농구 인생을 함께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다.

이번 [인터뷰ⓛ]편에는 오는 20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올스타전과 관련된 대화를 주로 담았다. 어느덧 전성기 기량에서 한참 내려와 은퇴를 앞둔 시기지만 전태풍이 변함없이 팬들의 사랑 속에 올스타전 무대를 밟을 수 있었던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유쾌한 입담 대결을 펼친 전태풍과 양홍석. KBL 제공
▶양홍석의 선택을 기다리다

양홍석이라는 이름 석 자를 꺼내자마자 전태풍이 민망한 듯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나 진짜 지난 시즌 다쳐서 양홍석 누군지 몰랐어요. 그래서 마이크 받고 궁금해서 ‘얘 누구야? 전자랜드?’ 했어요. 어떤 팀인지도 몰랐어(웃음). 그런데 지금은 솔직히 얘 실력 인정. 어 완전 인정. 키고 크고 앞으로 더 많이 발전할 것 같아요.”

전태풍은 본인의 개막 미디어데이 발언이 내심 양홍석의 인지도 상승에 도움을 준 것 같다는 말과 함께 뿌듯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팬 투표 1등한 거 알아요. 그래서 저 마음이 좋았어요. 그거(미디어데이 때)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들 더 재미있게 했고, 얘 조금 도와줬어요(웃음). KBL 농구 지금 이런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전태풍은 양홍석이 본인을 같은 팀에 지명했을 것으로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 그는 이어 뽑았을 때의 흡족한 반응 및 뽑지 않았을 때 화가 난 반응을 각각 선보여 큰 웃음을 안겼다.

“안 뽑았을 때? 그럼 욕해줘야지. 에이 씨. 형 안 뽑아 인마? 난 너 아직도 누군지 몰라(웃음). 뽑았을 때요? 아이고 고마워. 너 멋있다. 많이 컸어. 하하하.”

  • 2009~2010시즌 KBL 첫 올스타전 출전에서 탄탄한 복근을 공개하며 팬들에게 쇼맨십을 선보인 전태풍. KBL 제공
▶“팬들 위한 올스타전, 무조건 즐겁게”

유쾌한 농담 이후 전태풍은 양홍석으로부터 몇 번째 순위로 뽑히느냐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밝혔다.

사실 전태풍은 올시즌 19경기 평균 13분40초 출전에 그친 가운데 3.4점 2.0어시스트 1.6리바운드로 데뷔 후 가장 부진한 모습이다. 설상가상 햄스트링 부상까지 당해 지난해 12월20일 이후 코트를 밟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올스타전 무대를 누빌 수 있는 자체를 그저 영광스럽게 생각했다.

“저 (한국 나이) 40살이에요. 이제 아재. 하하하. 그래서 올스타 뽑아준 것도 너무 고마워. 사실 뽑히고 깜짝 놀랐어요. 솔직히 그거 말도 안 돼(웃음). 그래도 너무너무 좋아요.”

KBL 선수들의 경우 농구 인기가 떨어진 이후 현재는 대부분이 팬 서비스에 충실한 편이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특히 노장 선수들의 경우 일부는 올스타전 브레이크 기간에 말 그대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거나 가족들과 소중한 개인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전태풍은 단지 커리어 마지막 올스타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만이 아니라 오직 팬들을 위해 마련되는 무대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금 걱정 있어요. 2주 동안 공을 못 만져서 ‘잘 뛸 수 있을까?’, ‘빽차(에어볼) 쏘면 어쩌지?’, ‘팬들 앞에서 창피하지 않을까?’ 그런 고민 했어요. 그래도 올스타전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좋은 생각만 있어요. 아직 뭘 보여줘야 할지까지는 생각 못 했어요. 하지만 팬들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이기 때문에 나가서 무조건 즐겁게 할 생각이에요.”

  • '최고의 입담 듀오' 하승진-전태풍. 두 선수는 올스타전에서 40cm가 넘는 신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밀착마크 하는 등 이색 장면들을 연출한 경험이 있다. 이번 올스타전에서는 전태풍-양홍석의 호흡 혹은 대결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KBL 제공
▶입담도 노력이자 의지

전태풍이 오랜 기간 농구 팬들에게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화려한 농구 스킬들을 구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코트 밖에서 늘 솔직하고 유쾌한 입담으로 즐거움을 안겨주는 부분 역시 인기의 큰 요인이다.

특히 어머니의 나라에서 태극마크 달고 싶다는 마음으로 KBL 무대에 입성해 이제는 스스로를 진정한 대한민국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다소 서툴지만 한국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는 팬들도 많다.

전태풍은 본인의 구수한 입담 중 어느 정도 의도된 발언들도 제법 있었다고 털어놨다. 동시에 또 다른 선수들 역시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인터뷰를 계속해서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문화는 플레이스타일 뿐 아니라 인터뷰도 어떤 틀에 박힌 박스가 만들어져 있어요. 재미있는 성격을 보여주면 ‘하지마’ 하니까 선수들도 인터뷰 때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즐겁게 마음이 좋아요’ 그냥 이러는 것 같아요. 숙소 가서 혼날 수 있으니까요. 제가 그냥 옆에서 ‘X소리 해도 안 혼나. 그냥 해’라고 말해요(웃음). 저는 일부러 장난 치고 생각나는 대로 그냥 막 말하는데 그렇게 하면 나중에 다른 애들도 똑같이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안 해(웃음). 요즘 감독들 선수한테 오히려 더 재미있게 인터뷰 하라고 시켜야 해요. 그럼 애들도 자신감 생기고 팬들도 많아지고 KBL 농구 전체 인기 다 올릴 수 있어요.”

전태풍은 하승진을 최고의 입담을 가진 선수이자 짓궂은 한국어 선생님이었다고 소개한 뒤 SK 최준용 역시 “인정”이라는 말과 함께 인터뷰를 재미있게 하는 선수로 꼽았다.

또한 플레이스타일로 놓고 보면 김선형과 이대성 등이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스타성을 가졌다는 게 그의 생각. 단지 이들 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지켜보고 있는 젊은 선수들의 평소 모습 역시 늘 유쾌하고 활발하기 때문에 그러한 끼를 코트 위에서도 보다 활발하게 펼쳐주기를 희망했다.

단지 전태풍이기 때문에 가능한 입담이 아니다. 전태풍처럼 개성있는 모습은 사실 누구든지 보여줄 수 있다. 단지 시도 자체를 주저할 뿐이다. 농담을 농담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는 주변의 인식 개선이 함께 뒷받침 될 필요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선수들 스스로도 팬들에게 보다 사랑받기 위해 전태풍과 같은 적극적인 노력을 시도해야 한다.

<②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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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9/01/10 08: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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