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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SK 김선형이 믿기 힘든 활약을 펼쳤다. 한 경기에 49점을 쏟아내며 팀을 10연패 수렁에서 구해냈다.

김선형은 지난 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KT와의 4라운드 맞대결에서 연장 혈투 끝에 팀의 91-90 승리를 이끄는 중심에 섰다.

이날 김선형은 홀로 팀 전체의 절반이 넘는 49점을 몰아쳤다. 전반까지는 6점으로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3쿼터에 KT 전체 선수들이 남긴 18점과 대등한 17점을 폭발시키더니 4쿼터에도 3점슛 2개를 포함해 14점을 추가로 기록,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 저력을 선보였다.

김선형의 뜨거운 활약은 연장에서도 계속됐다. 특히 경기 종료 34초를 남기고 1점 차로 따라붙는 돌파를 성공시켰으며, 마지막 공격에서도 침착하게 양홍석을 앞에 두고 바스켓 카운트를 이끌어내면서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추가 자유투를 놓치면서 50점 고지까지 정복하진 못했으나 팀의 10연패 사슬을 끊어내는 천금과도 같은 득점이었다.

심판 판정에 대한 논란이 전혀 없었다고 볼 순 없지만 김선형은 이날 22차례 2점슛 시도 중 16차례나 림을 갈랐고 3점슛 3개를 꽂아 넣었다. 자유투로도 총 8점을 적립하는 등 최고의 효율을 보여줬다. 4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은 덤이었으며, 실책은 단 두 차례 뿐이었다.

KBL 기록관리시스템에 따르면 김선형의 49점은 역대 공동 21위에 해당되는 기록이다.

하지만 이 기록이 대단한 이유는 역대 한 경기 최다 득점 1, 2위의 우지원(70점), 문경은(66점)의 퍼포먼스가 소위 상대 선수들까지 암묵적으로 합세, 타이틀 밀어주기에 의해 만들어진 것과 달리 정상적인 상황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2004년 3월7일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문경은은 2점슛 시도가 단 1회에 그쳤고, 3점슛만 42차례 시도해 22개를 성공시켜 66점을 만들었다. 우지원과의 3점슛 1위 경쟁을 펼치고 있던 상황에서 벌어진 촌극이었다.

상대팀 김주성의 경우 11블록을 기록하는 등 트리플 더블을 완성시켰는데 마찬가지로 김주성 역시 R.F. 바셋과 블록 1위 경쟁 중이었다. TG삼보 선수들은 문경은에 대한 외곽 수비를 느슨하게 했고, 전자랜드 선수들은 김주성 앞에서 블록 당하기 쉬운 레이업을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우지원 역시 LG전에서 3점슛 21개를 포함해 70점을 폭발시켰지만 같은 이유에서 부끄러운 기록이나 마찬가지였다. 기록을 삭제하진 않았지만 2003~2004시즌 KBL은 3점슛, 블록상에 대한 시상을 유보하고 진상 조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두 선수의 기록이 정당하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김선형의 49점은 현실적으로 김영만과 함께 국내 선수 역대 최다 득점에 해당되는 것과 다름없다. 김영만이 프로 원년인 1997년 3월29일 나래전에서 2점슛 10개, 3점슛 7개, 자유투 8구를 통해 49점을 기록한 이후 약 22년 만에 국내 선수 최고의 퍼포먼스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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