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팬들을 넘어 세계 NBA 팬들의 큰 관심이 집중된 홈경기에서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 한 경기에 조성된 분위기 덕분이라 여기기엔 최근 이들이 보여주고 흐름 자체가 좋다. 최근 3연승 동안 계속해서 120득점을 돌파하고 있다.

샌안토니오는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각) 토론토 랩터스를 맞이해 125-107로 크게 승리했다. 최대 28점차까지 벌어졌던 이 경기는 이미 1쿼터의 38-19, 더블스코어 마감 때부터 분위기가 기울어 있었다.

여기엔 샌안토니오와 갈등을 빚으며 트레이드를 통해 떠나간 카와이 레너드가 처음 샌안토니오를 방문하며 만들어진 뜨거운 분위기가 한몫했을 수 있다. 샌안토니오 홈 관중은 잠깐이라도 레너드가 공을 잡은 순간이면 야유를 퍼부었고 샌안토니오 선수의 활약엔 보다 큰 함성을 보냈다.

2쿼터 3분37초를 남기고 레너드가 자유투 2구를 얻었을 때는 관중석으로부터“배신자(traitor)”라는 외침이 격렬히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이런 적대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레너드는 61.5% 야투율로 21득점 5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샌안토니오의 공세가 너무나 거셌다.

서로 소속을 맞바꾼 스타 2명의 대결에서 레너드의 활약에 비해 화제가 적었던 더마 드로잔이 생애 첫 트리플더블 등 큰 주목을 받는 활약을 보여줬다. ⓒAFPBBNews = News1
4일 토로토전 포함 최근 보여주고 있는 샌안토니오의 화력과 대승 분위기는 11월의 이들과 꽤 상반돼 있다. 11월 동안 샌안토니오는 평균 105.6득점 대비 111.6실점을 기록하며 5승10패의 수렁에 빠졌었다. 11월30일에는 10승12패(승률 45.5%)로 서부 컨퍼런스 14위까지 추락해 봤다.

하지만 3일 현재에는 22승17패(승률 56.4%)로 컨퍼런스 7위까지 올라 있다. 12월의 11승5패에 더해 2019년의 첫 경기를 승리로 시작했다. 큰 위기에 빠져 보였던 샌안토니오가 이렇게 반등할 수 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전 시즌의 기둥 알드리지의 반등

지난 시즌 51.0% 야투율로 75경기 평균 23.1득점 8.5리바운드 1.2블록을 통해 샌안토니오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크게 기여했던 라마커스 알드리지(34)의 시즌 출발을 좋지 못했다. 11월까지의 22경기 야투율 43.2% 평균 17.8득점은 커리어 어느 때의 모습보다도 좋지 못했다.

포스트와 미드레인지 위주로 슛하는 알드리지에게 슈팅 감각은 시즌이 조금 흐르고 나서야 돌아왔다. 11월19일과 11월 21일 두 경기에서 각각 18.2%와 30.0%의 야투율을 기록하며 바닥을 찍은 알드리지는 그 이후로 큰 구멍 없는 야투율을 기록했다. 11월23일 이후 22경기 동안 57.8% 야투율을 기록했다.

12월 이후 17경기 동안의 야투율은 59.3%로써 더욱 높다. 특히 이 동안 알드리지 야투 시도의 42.2% 비중을 차지했던 미드레인지에서 49.6%라는 대단한 정확도를 뽐냈다. 게다가 제한구역에서는 82.4%, 제한구역 외 페인트 구역 안에서는 52.6% 적중률이라는 날서 있는 손끝 감각의 숫자를 보여줬다.

올시즌에도 알드리지에게는 상대방의 더블 팀 수비가 자주 붙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볼을 빼앗기는 턴오버도 이따금씩 나오고 있지만 1대1 상황에서 알드리지의 해결 능력은 매우 위협적인 수준으로 올랐다.

알드리지의 점프슛 감각 회복은 샌안토니오에게 매우 반가운 뉴스다. ⓒAFPBBNews = News1
▶절실했던 포인트 가드 자리를 채운 화이트

올시즌의 원래 주전 포인트 가드로 전망 받았던 3년차 디전테 머리(23)를 프리시즌에 큰 부상으로 잃은 샌안토니오는 포인트 가드 자리의 공백을 쉽게 채우지 못했다.

신인 로니 워커(21)는 반월판 부상으로, 2년차 데릭 화이트(25)는 족저근막 부상으로 시즌 데뷔를 제때 하지 못했다. 때문에 3년차 브린 포브스(26)를 주전으로서 내세웠지만 포브스는 볼 핸들러보다 슈터에 어울리는 선수다.

이런 상황으로 말미암아 샌안토니오의 실질적인 포인트 가드이자 볼 핸들러는 10년차 슈팅 가드 더마 드로잔(30)이다. 커리어 최고 기록인 평균 6.4어시스트를 기록 중인 드로잔은 현재의 상황에 맞게 득점 에이스의 역할과 함께 플레이메이커로서도 큰 기여를 해오고 있다.

다만 볼 핸들링까지 드로잔이 전격적으로 맡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11월7일부터 합류한 화이트의 경기력 상승이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2017년 드래프트 29순위로서 뽑혔던 화이트는 전 시즌에 평균 8.2분 출전으로 큰 기회를 받지 못했다. 올시즌에도 기회가 적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포인트 가드 자리에서 부상들이 나오며 모처럼 주전으로서 평균 22.8분의 출전시간을 받고 있다.

사실 화이트의 기여가 처음부터 있던 것은 아니다. 11월 13경기 동안 38.4% 야투율 평균 5.6득점에서 볼 수 있듯이 플러스가 되기엔 부족했다. 하지만 12월31일 야투율 88.9%로 커리어 최고 경기 득점인 22득점 포함 최근 3연승 동안 야투율 76.9% 평균 17.7득점은 큰 플러스가 됐다.

▶화력 증가와 동반된 수비 안정세

알드리지의 손이 다시 뜨거워지고 볼 핸들러 쪽의 안정세가 찾아오며 샌안토니오의 야투율은 크게 증가했다. 11월까지 45.1%였다면 12월부터는 51.5%다. 현재 리그 1위에 올라 있는 3점슛 적중률 40.0%는 12월부터의 42.8%가 큰 힘이 됐다.

NBA닷컴에 따르면 11월까지 샌안토니오는 100포제션 당 108.7득점으로 리그 13위의 공격지표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12월부터의 공격지표는 100포제션 당 117.2득점으로써, 해당기간 리그 1위다.

그리고 샌안토니오에게 승리가 따라온 데에는 공격성과도 컸지만 그보다는 수비의 안정세가 컸다고도 볼 수 있다. 11월까지 리그 26위의 수비지표(112.1)였다면 12월부터는 100포제션 당 106.5실점으로 해당 기간 리그 8위의 수비지표다. 이로써 3일 현재 19위(109.7)로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지만 상승을 거뒀다.

레너드에 더해 대니 그린까지 떠나보내면서도 수비를 다시 다잡은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힘이 보이는 올시즌 샌안토니오다. ⓒAFPBBNews = News1
우선 화이트가 가드 백코트 쪽의 수비 강화에 도움이 됐다. 12월 이후 화이트가 뛴 432분 동안 샌안토니오는 100포제션 당 100.4실점만 내줬다.

그리고 7월 토론토와의 트레이드에서 드로잔과 함께 건너온 3년차 센터 야콥 퍼들(24)이 로테이션에 녹아든 것도 큰 힘이 됐다. 12월 이후 퍼들이 뛴 315분 동안 샌안토니오는 100포제션 당 100.3실점만 내줬다.

이와 별개로 몇몇 선수들의 반등과 합류를 통해 샌안토니오가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가운데 계속해서 이들의 버팀목이 된 선수가 드로잔이다. 팀 내 선두 평균 22.8득점과 함께 커리어 최고의 6.1리바운드와 6.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확실한 중심으로서 자리 잡았다.

3일 토론토전에서 드로잔은 21득점 14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커리어 714경기 만에 첫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 커리어 동안 두 자릿수 어시스트는 6경기, 리바운드는 18경기만 가져봤기에 트리플더블과 거리가 있는 선수였지만 앞선 NBA 9시즌을 오롯이 보냈던 친정팀 토론토를 만나 달성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버팀목이 루디 게이(33)였다. 게이도 시즌 야투율 51.7%에 비해 11월 동안 46.8%를 기록하는 하락을 봤지만 답답한 국면에서 올려주는 득점으로 기여함과 동시에 수비에서 가장 꾸준해온 선수이기도 하다.

아직 시즌 일정의 반이 살짝 넘는 43경기가 남아 있어 현재 컨퍼런스 7위의 샌안토니오를 두고 낙관론을 펼치기엔 어렵다. 올시즌 서부 컨퍼런스는 몇 번의 연승과 연패로 몇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는 혼돈의 국면이다.

다만 3일 워커도 첫 NBA 데뷔를 거쳤고 돌아올 인원들이 돌아오고 있는 샌안토니오가 궤도에 올랐다고 보기에 무리는 아니다. 11월에는 어두워보였던 2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위업이 이제는 그렇게 멀리 있는 목표가 아니란 뜻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