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득점 26리바운드 4어시스트 1스틸 3블록이라는 큰 숫자를 기록한 선수가 있음에도 팀은 승리하지 못했다. 어디가 문제일까.

뉴올리언스 펠리컨스는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각) 원정길에 오른 브루클린 넷츠전에서 126-121로 패했다. 종료 1분 전 무렵 5점차까지 따라가 봤지만 계속된 실점 누수를 감당하지 못했다.

팀의 에이스 앤써니 데이비스가 병치레로 한 경기 결장한 후 돌아와 34득점 26리바운드의 맹활약을 펼치기도 했지만 승리는 따르지 못했다. 26리바운드는 2016~17시즌 12월에 작성했던 22리바운드를 뛰어넘는 데이비스의 생애 최고 단일 경기 리바운드 개수다.

이번 한 경기를 넘어 데이비스는 올시즌 현재까지 34경기 동안 평균 28.7득점 13.4리바운드 4.4어시스트 1.7스틸 2.6블록이라는 괴물 기록을 남기고 있다. 블록을 제외한 나머지 4부문 기록 모두 커리어 최고 기록들이다.

그럼에도 그의 소속팀 뉴올리언스의 성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3일 현재 17승21패(승률 44.7%)의 뉴올리언스는 서부 컨퍼런스 14위에 있다. 즉 뉴올리언스 밑에는 9승29패(승률 23.7%) 피닉스 선즈뿐이다.

브루클린 상대로 공격 리바운드 5개, 수비리바운드 21개를 통해 생애 최고 26리바운드를 올렸지만 데이비스에게 승리는 따라오지 못했다. ⓒAFPBBNews = News1
12월13일 컨퍼런스 14위에 있다가 이후 9승1패의 약진을 통해 3일 현재 21승15패(승률 58.3%) 4위까지 올라온 휴스턴 로켓츠를 보면 뉴올리언스에게 희망이 없다 단언하기 힘들다. 다만 현재까지의 뉴올리언스를 보면 계속된 승전의 박차를 가할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휴스턴은 평균 33.3득점 5.8리바운드 8.4어시스트의 하든이 출전한 33경기에서 20승13패를 거뒀다. 반면 뉴올리언스는 데이비스가 출전한 34경기 동안 16승18패를 남겼다. 전 시즌 데이비스의 출전 동안 45승30패를 남겼던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마침 올시즌 동안에는 데이비스를 놓고 다른 팀의 스타들이 같이 뛰고 싶다는 언급을 남기는 등 데이비스와 뉴올리언스의 결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정말 현재 뉴올리언스는 데이비스를 담기에는 작은 그릇인 것일까.

▶실점 누수가 너무 큰 팀

3일 패전 후의 인터뷰 동안 데이비스는 “우리가 수비를 전혀 하지 못하면서 전반전 동안 브루클린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맞는 말이었다.

브루클린은 1쿼터 39득점, 2쿼터 34득점을 통해 전반전 동안 73득점을 올렸는데 이는 구단 역사에서 공동 10번째로 높은 전반전 득점이었다. 그리고 3쿼터에도 32득점을 내준 뉴올리언스는 3쿼터까지 각 쿼터마다 29득점씩 올렸지만 18점차 뒤지며 4쿼터를 시작해야 하는 불리함에 처했다.

올시즌 공격 진영 측면에서 보자면 대단한 숫자를 기록 중인 데이비스를 필두로 뉴올리언스는 좋은 숫자를 나타내고 있다. 평균 득점 리그 2위(116.3득점)의 뉴올리언스는 야투율 리그 4위(47.7%), 어시스트 3위(26.7어시스트), 공격 리바운드 리그 6위(11.4리바운드)에 올라 있다.

실제 NBA닷컴에 따르면 뉴올리언스는 100포제션 당 112.6득점을 통해 리그 3위의 공격지표를 기록 중이다. 이들 앞에는 밀워키 벅스(113.0)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112.9)뿐이다.

하지만 이런 높은 화력을 시들하게 만드는 것이 이들의 수비다. 평균 실점 리그 26위(115.5실점)의 뉴올리언스는 100포제션 당 112.1실점이라는 리그 26위의 수비지표를 기록 중이다.

뉴올리언스는 상대방 야투율 리그 21위(46.6%), 상대방 턴오버 리그 22위(13.6턴오버),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 리그 17위(72.5%) 등 수비의 주요 골자들에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미 훌륭한 수비수로 발전한 데이비스지만 뉴올리언스의 무너진 전체 수비는 데이비스 혼자 버티기엔 어려운 지경까지 왔다. ⓒAFPBBNews = News1
여기에서 데이비스만큼은 훌륭한 수비 쪽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1872분 동안 100포제션 당 112.1실점을 기록 중인 뉴올리언스는 데이비스가 뛴 1267분 동안 108.9실점을 기록했다. 이는 3일 현재 리그 16위 수비지표와 동일하다.

반면 데이비스가 뛰지 않은 605분 동안에는 100포제션 당 114.1실점을 기록하며 동료 포인트 가드 즈루 할러데이의 부재 시와 공동으로 가장 무너진 팀 수비가 나왔다.

한편 이럼에도 이들은 자신들이 내준 실점보다는 약간이나마 많은 득점을 올렸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많은 패배를 기록했을까.

▶승부처에서 크게 무너지는 팀

3일 경기 후의 인터뷰에서 데이비스는 “우리는 승패 성적이 보여주는 것보다 좋은 팀”이라는 말도 했다. 구단 모든 구성원들의 노고에 대해 치켜세우는 취지이긴 했지만 이 역시 현재까지 뉴올리언스가 보여준 숫자에 부합하는 맞는 말이다.

3일 현재 뉴올리언스의 17승22패(승률 43.6%) 성적은 리그 24위에 그쳐 있지만 이들의 경기 당 점수 마진 0.7점차는 리그 18위에 올라 있다. 승률 리그 20위 이하 중 유일하게 흑자의 점수 마진을 기록 중인 팀이다.

승패 성적보다는 경기 당 점수 마진이 더 그 팀의 실제 전력에 가깝다고 보는 통계 분석가들이 사용하는 피타고리안 승수가 있다. 이는 경기 당 점수 마진을 토대로 그 팀이 원래 올렸어야 하는 승수를 의미한다. 여기에서 뉴올리언스는 20승19패(승률 51.3%), 즉 컨퍼런스 10위까지는 올랐어야 할 성적이다.

그럼에도 왜 승보다 패가 5경기 더 많은 처지에 빠진 것일까. 이는 막판 승부처의 약세와 관련이 깊다.

종료 5분 안에 5점차 이내로 접어든 상황을 클러치 상황이라 정의했을 때 올시즌 뉴올리언스는 22경기를 클러치 상황에 접어들었다. LA 클리퍼스와 함께 리그 공동 4번째로 많은 클러치 상황을 거친 팀이다.

여기에서 뉴올리언스는 7승15패(승률 31.8%)의 전적을 거뒀다. 이는 리그 28위의 클러치 전적이다. 이들 뒤에는 뉴욕 닉스(6승13패)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4승9패)뿐이다.

평상시 공격지표 리그 3위의 뉴올리언스는 클러치 상황 동안 리그 최하위 30위(88.1)에 그쳤다. 수비지표는 오히려 15위(107.5)로 올랐지만 막판 승부처에서 공격이 제대로 막혔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데이비스는 20경기의 클러치 상황 동안 총 54분을 뛰었고 48.6% 야투율을 통해 40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3점슛 10회 중 1개, 자유투 10회 중 5개 성공의 아쉬움도 남겼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많은 공격 지분을 가진 할러데이가 25.0% 야투율에 그친 아쉬움도 있다.

클러치 약세는 시즌이 흐르면서 충분히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현재 뉴올리언스는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처했다 볼 수 있다. 아직 절반보다 많은 43경기가 남아 있지만 컨퍼런스 8위와의 4.5경기차는 앞으로 강력한 약진이 따라줘야 극복할 수 있는 숫자다.

전 시즌 뉴올리언스는 12월까지 18승18패의 미지근한 성적을 보여주다 1월부터 30승16패의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과연 올시즌에도 이런 강력한 1월 이후의 약진을 보여줄 수 있을까. 트레이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현재 데이비스의 위력을 뉴올리언스가 제대로 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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