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팀 선수의 자유투 시간에 홈 관중이 MVP 환호를 외치는 이색적인 장면이 나왔다. 하지만 사정을 알고 나면 충분히, 그것도 감동이 전해질 만큼 이해할 수 있다.

시카고에서 태어났고 시카고 불스가 드래프트해 7시즌을 함께 했던 데릭 로즈(30·미네소타 팀버울브스)가 시카고 홈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각) 미네소타의 119-94 대승 속에서 로즈는 24득점 8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하며 팀 최다득점자가 됐다.

4쿼터 5분26초를 남기고 로즈는 돌파 후 따라붙은 수비수 크리스 던 앞에서 스핀하며 점프슛을 성공시킴과 동시에 파울을 끌어냈다. 본인의 24득점을 채운 그 추가 자유투를 시도하기 전 로즈는 시카고 관중들로부터 MVP를 들었고 흐뭇한 표정으로 슛 자세를 취했다.

고향 팀 방문을 통해 많은 매체의 관심을 받기도 한 로즈가 큰 활약을 통해 더 큰 집중 조명을 받았다. ⓒAFPBBNews = News1
시카고 관중에겐 이런 로즈가 통상의 원정 팀 선수가 아니었다. 시카고 선수로서 2010~11시즌 MVP에 선정되면서 정점을 찍기도 한 한편으로 2011~12시즌 플레이오프 때의 무릎 인대 부상으로 커리어의 치명적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던 로즈다.

그 부상 후 푹 가라앉은 시즌들을 보냈던 로즈가 다른 팀 소속으로서 올시즌 부활해 멋진 모습으로 나타났으니 시카고 팬들에겐 묘한 감정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27일 현재 평균 18.7득점을 기록 중인 로즈는 올시즌 시카고와의 두 경기에서 각각 22득점 및 24득점을 올렸다.

2016~17시즌 평균 32.5분 출전 18득점을 올렸던 로즈는 지난 2017~18시즌 16.8분 동안 8.4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다시 올시즌 현재 평균 29.5분 동안 18.7득점을 올리며 2011~12시즌 뒤의 부진했던 시절과는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올시즌 로즈는 어떤 면에서 달라졌을까. 로즈는 전과 다른 선수가 된 것일까.

▶이전 커리어와 완전 달라진 점프슛 정확도

27일 경기에서 로즈는 3점슛 5회 시도 중 1개만 성공시켰다. 그렇잖아도 최근 4경기 동안 총 12회의 3점슛 시도 중 3개(25.0%)만 성공시키는 부진을 보였다.

하지만 올시즌 현재까지 로즈는 45.5%라는 높은 3점슛 적중률을 기록 중이다. 전 시즌까지 커리어 3점슛 성공률 29.6%에 종전 최고가 34.0%였던 선수에게 꽤나 큰 변화다. 당장 전 시즌만 해도 3점슛 성공률이 23.3%였던 선수다.

그리고 미드레인지 점프슛에 있어서도 올시즌 로즈는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시즌 로즈의 미드레인지 적중률 45.3%는 리그 평균(40.6%)을 훨씬 웃도는 좋은 기록이다. 종전 최고는 신인 때의 44.4%였으며 MVP를 수상했던 2010~11시즌에는 40.3%였다.

이런 페인트 구역 밖의 좋은 성과들은 결국 좋은 점프슛 성과가 기반이 됐다. 올시즌 현재 로즈의 점프슛 성공률이 46.0%인데 커리어 중 최고의 기록이다. 종전 최고는 2년차 2009~10시즌의 45.2%였으며 그 외의 시즌들에선 40%에 닿기도 바빴다. 특히 전 시즌에는 28.1%의 극심한 부진이 나왔다.

다만 최근 나오고 있는 3점 구역 부진처럼 로즈의 3점슛 성공률이 커리어 기록을 향해 갈 수도 있다. 즉 시즌이 흐르며 하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현재의 45.5%만 해도 커리어 중 너무나 유별난 기록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미드레인지 정확도는 3점슛에 비해 그렇게 유별난 편은 아니다. 볼 핸들러로서 경기를 풀어나가거나 득점을 해결해야 할 때 올시즌의 좋은 점프슛 성과는 매우 좋은 신호다.

▶벤치 에이스로서 든든한 기여도

이번 27일 시카고전, 커리어 하이 50득점이 나왔던 유타 재즈전 등 올시즌 로즈가 빛났던 순간들은 주로 선발 출전 경기들이었다. 주전으로서 나온 10경기 동안 로즈는 평균 23.8득점을 올렸다. 이는 34경기 정규 주전 출전의 동료 센터 칼앤써니 타운스(20.9득점)보다도 높다.

이렇게 올시즌의 로즈는 주전으로서 나섰을 때 맹렬한 기세를 뿜어낼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최근 정규 주전 포인트 가드 제프 티그가 발목 부상으로 인해 5경기 연속 결장 중인 가운데 기회가 왔다.

하지만 통상의 미네소타 상황이라면 로즈는 벤치에서 출전한다. 현재까지 31경기 출전 중 21경기에서 벤치 출전을 했다. 그리고 벤치 인원으로서 나선 21경기 동안 평균 16.2득점을 올렸다. 이는 현재까지 벤치 출전 20경기 이상의 리그 140명 중 5위의 벤치 출전 득점이다.

로즈는 직접 본인이 이번 시즌 올해의 식스맨에 눈을 맞추고 있다 말했다. MVP를 수상했던 이력이 있는 선수로서 어찌 보면 소탈한 발언일 수 있지만 그래도 현재 그렇게 만만한 목표는 아니다. 벤치 출전 시 33경기 동안 평균 18.5득점을 올린 스펜서 딘위디(25·브루클린 넷츠) 같은 강력한 경쟁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 보여주고 있는 고감도 슈팅 감각을 로즈가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하지만 올해의 식스맨 선정 여부를 떠나서 올시즌 로즈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앞으로 커리어를 확실하게 이어갈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벤치 에이스로서 활약하는 가드다.

벤치 출전 인원으로서 최다 28득점에 20득점 이상을 8경기나 가진 로즈는 미네소타에게 안정적인 득점 활약을 제공해줬다. 내실은 정규 주전으로서 본인보다 적은 평균 16.6득점을 기록 중인 맥시멈 계약자 앤드류 위긴스보다 낫다고도 볼 수 있다.

이는 30대 나이에 들어서 있는 로즈에게 올시즌을 넘어 차기 시즌들에 대해 내세울 수 있는 좋은 협상 카드라 볼 수 있다.

▶반짝이 아니었던 커리어 하이 50득점

11월1일 로즈는 50득점을 올린 경기 직후 눈물을 흘리며 감동적인 장면을 보여줬다. 다만 당시의 그 감동과 별개로 한 번에 그치는 반짝 활약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을 만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로즈가 보여준 꾸준한 성과를 보면 그 50득점 경기는 올시즌 로즈가 잘 할 수 있다는 신호였다.

돌파 후 좋은 골밑 마무리, 수비의 저항과 관계없이 넣는 점프슛, 클러치 상황에서의 강심장 등 당시 로즈가 보여준 모습은 이후의 경기들에서도 자주 보여줬다. 이를 통해 전 시즌 단 한 경기뿐이었던 20득점 이상을 현재까지 31경기 출전 중 절반가량인 15경기를 통해 기록했다.

최근 로즈의 경기들에서는 부진이 제법 있었다. 22일 샌안토니오 스퍼스전에서는 발목 부상으로 2쿼터에 빠져야 되기도 했지만 야투 7개 실패를 통해 12.5% 야투율의 극심한 부진도 있었다. 또한 18일 새크라멘토 킹스전에서는 야투 9개 실패의 25.0% 야투율도 나왔다.

그래도 발목 부상에서 돌아온 27일 경기에서 로즈는 57.9% 야투율을 통해 다시금 스타의 활약을 보여줬다. 고향 도시에서 거둔 큰 성과는 로즈에게 또 한 번의 고무적인 일이 될 수 있다.

티그의 복귀 시간표에 따라 활약 기회의 크기가 좌우되겠지만 로즈는 벤치 인원으로서도 좋은 궤도에 이미 올라 있었다. 이런 안정적인 벤치 활약과 좋은 슈팅 성과를 이어 나간다면 크나큰 가치의 시즌을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새로운 장이 될 수 있는 커리어를 위한 전환점의 의미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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