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크리스마스의 간판 매치라면 LA 레이커스-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간의 경기일 것이다. 25일(이하 현지시각) 배정된 5경기 중 양 팀을 향한 NBA 팬들의 관심이 가장 높다 할 수 있다.

레이커스는 크리스마스의 단골 출전 팀이다. 단축 시즌으로 아예 일정이 잡힐 수 없었던 1998~99시즌 뒤로 크리스마스 일정에는 늘 레이커스가 배정돼 왔다.

심지어 단 한 경기만 배정됐던 2006~07시즌에도 레이커스에게 일정이 배정되기도 했다. 시청률 측면에서 NBA측이 신경을 써서 짜는 일정이기에 거대도시를 연고로 둔 팀인 레이커스는 그만큼 우선순위를 가진다.

단지 거대도시란 이유만으로 레이커스가 크리스마스 단골은 아니었다. 1999~00시즌부터 올시즌까지 레이커스가 20년 연속 크리스마스 출전을 배정받았다면 미국 최대 도시에 연고를 둔 뉴욕 닉스는 해당 기간 동안 그 절반인 10시즌에 걸쳐 배정을 받았다.

NBA 역사에서 레이커스의 의미가 크다는 뜻이다. 1948~49시즌 창단돼 70시즌을 마감하면서 무려 60시즌에 걸쳐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이다. 그리고 보스턴 셀틱스의 17회 파이널 우승 다음으로 가장 많은 16회의 우승을 거둔 구단이다.

레이커스가 명문 팀의 전통을 잇기 위한 구심점으로 택한 르브론 제임스가 다시금 본인의 위력을 첫 서부 컨퍼런스 경력에서도 증명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다만 전 시즌까지 한동안의 레이커스는 이런 명성에 부합하지 못했었다. 2013~14시즌부터의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는 이 구단 역사에서 큰 구멍이었다. 그 전까지의 65시즌을 마감하는 동안에는 단 5시즌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연속 실패는 2시즌 연속 딱 한 번이었다.

구단 역사 최저 승률 다섯 번 중 네 번이 모두 2013~14시즌부터 2016~17시즌 안에 담겨 있다. 그리고 전 시즌의 35승47패(승률 42.7%) 성적은 구단 역사 중 10번째로 낮다.

이랬던 팀이 올시즌 24일 현재 19승14패(승률 57.6%), 서부 컨퍼런스 4위 팀으로 올라섰다. 아직 49경기가 남았지만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충분히 보이고 있다. 여름에 이룩한 르브론 제임스(34) 영입이 결국 어느 정도의 결실을 맺었다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올시즌 레이커스는 전 시즌까지의 약체 시절에 비해 얼마나 달라진 것일까. 디펜딩 챔피언 골든스테이트에게 충분한 적수가 될 수 있을까.

▶MVP 후보를 가진 팀

1955~56시즌부터 선정한 NBA의 시즌 MVP 역사에서 레이커스는 총 8시즌에 걸쳐 4명의 MVP를 배출했다. 각자 3시즌씩의 카림 압둘자바와 매직 존슨, 그리고 1999~00시즌 샤킬 오닐을 거쳐 가장 최근이 2007~08시즌의 코비 브라이언트다.

브라이언트 이후로 레이커스에서는 MVP 후보가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제법 가능성을 지니며 MVP 후보 선두권에 든 레이커스 선수가 있다. 4시즌 MVP 이력을 지닌 제임스다.

21일 NBA닷컴이 발표한 MVP 후보 순위에서 제임스는 야니스 아데토쿤보와 카와이 레너드 다음의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평균 27.6득점 8.2리바운드 7.2어시스트 1.3스틸 0.7블록을 기록 중인 제임스는 다시금 약체였던 팀을 플레이오프 진출 팀으로 향상시키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제법 많아진 나이임에도 16년차 제임스는 단 한 번의 결장 없이 경기 당 35.1분 출전을 기록하면서 여전히 팀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어쩌면 거의 전부라 해도 될 만큼의 영향력이다.

현재까지 33경기 동안 경기 당 1.5점차의 마진을 기록한 레이커스는 제임스가 뛴 35.1분 동안 2.7점차로 상대방을 앞섰다. 그리고 제임스가 빠진 13분 동안 동안에는 -1.2점차로 밀렸다. 제임스가 없는 시간 동안 레이커스는 공수 양 진영에서 모두 큰 하락을 봤다.

경기별 성과의 간극이 큰 브랜든 잉그램과 론조 볼의 활약 여부는 제임스의 활약과 더불어 골든스테이트와의 첫 대결에서 큰 변수가 될 것이다. ⓒAFPBBNews = News1
▶우려를 뛰어 넘는 수비 실적

NBA닷컴에 따르면 레이커스는 24일 현재 100포제션 당 106.92실점으로 리그 10위의 수비지표를 기록 중이다. 여름 동안 대규모 인원 변경에 따른 수비 약화 우려가 있었지만 리그 상위권의 수비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레이커스가 시즌 처음부터 수비를 잘했던 것은 아니다. 페인트 구역 단속에 실패하며 상대에게 쉬운 득점을 허용하는 장면들이 유난히 많이 나왔다. 10월의 8경기 동안에는 100포제션 당 112.5실점으로 수비지표 리그 23위에 그쳤었다.

하지만 피닉스 선즈와 이별 절차를 밟은 센터 타이슨 챈들러(36)를 영입한 뒤로의 실적은 극적으로 향상됐다. 챈들러가 뛰기 시작한 11월7일 이후 레이커스는 100포제션 당 104.7실점으로, 해당 기간 리그 6위의 수비지표를 기록했다.

레이커스가 현재 수비에서 잘하고 있는 부문은 상대방 슈팅 정확도 단속이다. 24일 현재 레이커스의 상대방 야투율은 리그 9번째(45.1%)로 낮다.

특히 바스켓으로부터 8피트(약 2.4m) 안에서 상대방들은 레이커스 상대로 55.3% 야투율을 기록했는데 리그 6번째로 낮다. 11월7일 이후로는 53.4%로, 해당 기간 리그 3번째로 낮다.

이제 레이커스는 상대방들이 손쉽게 골밑 득점을 노릴 수 있는 팀이 아니다. ⓒAFPBBNews = News1
▶골든스테이트 상대로 한 번씩은 이겼던 레이커스

4시즌 연속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소속으로서 골든스테이트와 NBA 파이널에서 맞붙었던 제임스가 서부 컨퍼런스로 옮긴 지 꽤 됐지만 올시즌 그 오랜 적수와 맞붙기는 이번 크리스마스가 처음이다.

25일 다음으로는 1월21일, 2월2일, 4월4일에 같은 디비전 소속으로서 4회의 시즌 맞대결을 가진다. 여기에서 레이커스는 골든스테이트 상대로 얼마나 승리를 따낼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레이커스에겐 구단 역사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던 2013~14시즌부터 2016~17시즌까지 시즌마다 한 번씩은 골든스테이트에게 승리를 거뒀다. 2014~15시즌부터 리그 최강 팀으로 올라선 골든스테이트가 레이커스에겐 이상하게 한 번씩은 걸려 넘어졌다는 뜻이다.

여기엔 두 가지 상황이 맞물렸다. 우선 골든스테이트의 주포들인 스테픈 커리나 클레이 탐슨의 부진한 경기가 나왔던 것. 그리고 레이커스에서는 유난히 손끝 감각이 올라온 선수가 나왔다는 점이다. 레이커스가 젊은 팀이기에 가능한 상황이기도 했다.

올시즌에도 레이커스엔 미래를 기대 받고 있는 젊은 선수들이 있다. 조쉬 하트(23), 카일 쿠즈마(23), 브랜든 잉그램(21), 론조 볼(21)이 그들이다. 제임스의 경기력과 더불어 이 네 선수가 어떤 변수를 보여줄지도 골든스테이트 상대의 승패에 크게 관여할 것이다.

특히 잉그램과 볼은 변수라는 말이 너무나 어울릴 정도로 경기별 성과의 간극이 크다. 볼의 경우 최다 득점이 23득점인 한편 최소 득점이 28분을 뛰고도 0득점에 그친 적이 있다. 포인트 가드로서 어시스트도 10어시스트 이상이 3경기라면 2어시스트 이하는 8경기다.

신체 능력 측면에서 수비에서 중요한 선수들이긴 하지만 이들의 공격 진영 성과가 어떨지에 따라 레이커스의 승패가 갈릴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에서도도 이 젊은 선수들의 성과는 코트 위에서든 구단 경영진의 협상 테이블 위에서든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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