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양 컨퍼런스 1위 팀끼리의 대결에서 덴버 너겟츠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이 승리는 덴버가 이번 시즌 자신들을 정상에 올려준 정체성을 통해 거뒀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덴버는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각) 동부 컨퍼런스 1위이자 리그 1위인 토론토 랩터스를 상대로 95-86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3연승을 거둔 덴버는 20승9패(승률 69.0%)로 서부 컨퍼런스 단독 1위이자 리그 2위에 올라섰다. 한편 리그 1위 23승9패(승률 71.9%) 토론토는 2연패에 빠졌다.

이번 대결은 사실 토론토에게 불리한 국면이긴 했다. 정규 주전으로서 큰 축을 맡아왔던 포인트 가드 카일 라우리와 파워 포워드 파스칼 시아캄이 빠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올시즌 현재 평균 114.8득점을 기록 중인 토론토는 17일에 시즌 최저인 86득점에 그쳤다. 토론토는 현재까지 32경기 중 23경기에서 110득점을 넘겼고 100득점 미만은 3경기뿐이다.

덴버 상대로 카와이 레너드가 29득점 14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맹활약했지만 경기는 토론토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AFPBBNews = News1
하지만 또 반대로 보면 덴버 수비의 승리이기도 하다. 86실점은 덴버에게 올시즌 2번째로 낮은 실점이기도 하지만 이미 이들은 17일 현재 리그에서 3번째로 낮은 평균 102.9실점만을 내준 팀이기도 하다.

또한 토론토에게 인원공백이 생긴 경기이기도 했지만 덴버에게도 정규 주전 파워 포워드 폴 밀샙(33)과 슈팅 가드 개리 해리스(24)의 공백이 있는 경기였다. 때문에 2연패에도 빠지기도 했었지만 다시금 전열을 가다듬어 3연승을 이루는 중이기도 하다.

최근 몇 시즌 동안 덴버는 수비 약체로 꼽혀왔었다. 공격 진영에서는 꽃이 피고 있었지만 수비가 늘 발목을 잡으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번번이 실패했다. 이랬던 덴버가 짠돌이 수비 팀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다섯 시즌과 확연히 달라진 수비 성과

2003~04시즌부터 2012~13시즌까지 10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뤘던 덴버는 2013~14시즌부터 플레이오프 진출에 계속 실패했다. 5시즌 연속이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듯이 지난 5시즌 동안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덴버가 수비 실적에서 매번 리그 하위권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NBA닷컴에 따르면 100포제션 당 실점의 수비지표에서 덴버는 지난 시즌까지 5시즌 연속 20위보다 아래였다. 2013~14시즌 22위(107.3), 2014~15시즌 26위(107.1), 2015~16시즌 25위(108.2), 2016~17시즌 29위(111.7), 2017~18시즌 23위(109.9)였다.

반면 올시즌에는 17일 현재 100포제션 당 104.1실점으로 리그 4위다. 29경기라는 제법 표본이 쌓인 시점에서 덴버가 상당한 향상을 이뤘음을 인정할 만하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덴버는 공격지표에서 리그 10위 안에 드는 성과를 냈지만 늘 수비에서 모자란 성과를 내며 매번 컨퍼런스 9위에 그쳤다. 반면 올시즌 현재는 공격지표 9위(110.6)보다 높은 수비지표 순위를 보여주며 컨퍼런스 정상을 맛보고 있다.

▶확 달라진 상대방 슈팅 효율성

덴버가 전 시즌들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성과를 내고 있는 부문이 상대방 슈팅 정확도다. 즉 상대가 전보다 잘 슛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우선 17일 현재 덴버는 상대방 야투율에서 리그 7위(44.5%)에 올라 있다. 그리고 상대방 3점 야투율에서는 1위(31.7%)다. 이런 덴버 상대로 17일 토론토는 20% 3점 야투율에 그치고 말았다.

일반 야투율 계산 공식에서 3점 야투 성공에 1.5의 가중치를 주면 보기 더 간단하면서도 정확한 효율성 숫자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이펙티브 필드골 퍼센티지(이하 eFG%)라고 한다. 이 eFG% 순위에서 덴버 자신들은 16위(51.9%)에 그쳐 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내주는 eFG%는 리그 5번째(50.5%)로 낮다. 즉 자신들보다 낮은 eFG%를 허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반면 전 시즌까지 덴버는 상대방 eFG% 순위에서 꽤 안 좋은 성과를 냈다. 지난 5시즌 동안 2013~14시즌 13위(50.0%)위를 제외하면 매번 22위 이하의 성과였다.

올시즌 덴버의 경기에서는 안쪽에서 포위망을 형성하는 동시에 외곽에서도 오픈을 잘 주지 않는 좋은 수비 로테이션들이 많이 보이고 있다. ⓒAFPBBNews = News1
▶좋아진 수비 로테이션

덴버에 뛰어난 운동선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 인원 변경이 크지 않았던 최근 시즌들 동안 덴버가 수비에서 곤경을 겪어야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농구 수비에서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센터로서 주전 니콜라 요키치(23)가 역동적인 수비수는 아니다. 반응할 수 있는 범위가 좁은 편이다. 즉 상대방이 노려보기에 좋은 공략 지점이다.

이에 대비해 올시즌 덴버가 주안점을 둔 부문이 요키치가 코트 위에 있을 때 나머지 선수들의 대응이다. 요키치가 상대의 픽앤롤 등으로 외곽으로 끌려 나갔을 때 페인트 구역을 단속하는 위력에서 한층 나아졌다. 다른 포지션 선수들이 커버하는 정도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포워드 후안 에르난고메스(23)의 활용도가 높다. 빼어난 능력은 없지만 206cm 신장 포워드로서 공수 여러 분야에서 다채로운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최근의 3연승은 백업 센터로서 임해왔던 메이슨 플럼리(28)를 주전 파워 포워드로 기용하면서 이뤄진 성과로도 볼 수 있다.

211cm 신장 플럼리는 큰 신장에도 상대 윙 포지션까지 외곽에서 맡을 수 있을 만큼 기동성도 갖췄다. 때문에 17일 경기에서는 매우 효과적으로 막진 못해도 토론토의 에이스 카와이 레너드를 맡으면서 팀 수비가 무너지지 않게 기여했다.

▶공수 양 진영 팀플레이 지향

덴버는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누군가의 파괴적인 활약으로 승리하는 경향은 아니다. 코트에 나온 선수들이 저마다 구성원으로서 좋은 기여를 보여주면서 승리를 얻어내고 있다.

이런 점은 또 반대로 한 선수가 강력한 창으로 나서는 상대방에게 약한 고리가 될 수도 있다. 덴버가 높은 실점을 허용하며 패한 경기들은 빼어난 슈퍼스타 공격수가 활약하는 팀들을 만난 경우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부상 선수들이 많은 가운데 최근 보여주고 있는 승리들은 덴버가 팀으로서 진화했다는 증거다. 밀샙과 해리스가 돌아오는 때에 더 탄력을 받는다면 덴버가 올시즌 리그 판도에 새로운 분위기를 가져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올시즌 덴버에는 전 시즌까지 큰 기회를 받지 못하다 중용 받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에르난고메스, 몬테이 모리스(23), 말릭 비즐리(22)가 그렇다. 이들이 틈틈이 보여주는 에너지가 쌓이고 쌓이면서 덴버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들이 맞물리며 공격력은 전보다 낮아졌을지 모르지만 수비에서는 확실히 좋아졌다. 때문에 서부 컨퍼런스 판도에서 덴버를 무시해서는 안 될 세력으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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