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개막하고 열흘 동안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승리 소식은 나오지 못했다. 그 10일 동안 치른 4경기 모두 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뒤로 7연승과 4연승 등을 포함해 오클라호마시티는 17승4패를 기록하며 마침내 11일(이하 한국시각) 현재 17승8패(승률 68.0%)로 서부 컨퍼런스 1위에 오르게 됐다.

4연승 후 8일 시카고 불스에게 제동이 걸렸지만 11일 유타 재즈전을 122-113으로 승리하며 누리게 된 정상 등극이다.

에이스로 올라선 폴 조지 그리고 러셀 웨스트브룩을 중심으로 오클라호마시티 선수들 사이의 단결력이 유난히 돋보이고 있다. ⓒAFPBBNews = News1
물론 현재의 1위 자리는 곧바로 바뀔 수 있는 불안한 형세에 있긴 하다. 유독 올시즌 서부 컨퍼런스는 뚜렷한 강호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여러 팀들이 1위 자리에 앉아 봤다.

현재 컨퍼런스 6위 안에 있는 팀들 중 5팀이 시즌 10번째 경기 이후로 각자 1위에 올라 봤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부상 문제로 흔들린 것이 컸다.

때문에 오클라호마시티의 현재 1위 자리도 금방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승차 숫자로는 2위 19승9패(승률 67.9%) 골든스테이트에게 0.5경기 뒤져 있기도 하다. 골든스테이트보다 3경기 덜 치른 것이 기회가 됐다.

더욱이 현재 오클라호마시티의 68.0% 승률은 컨퍼런스 1위의 승률치고 낮은 측면도 있다. 1983~84시즌 54승28패(승률 65.9%) LA 레이커스 이후로 68.0% 이하 승률로 마감했던 서부 컨퍼런스 1위 팀은 없었다.

그럼에도 초반의 불안한 출발을 딛고 리그 강호로 올라선 오클라호마시티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다. 오클라호마시티가 현재의 위치까지 오르게 된 힘은 무엇이었을까.

▶에너지와 수비

워낙 화제의 스타들이 자리한 팀이기 때문에 오클라호마시티는 수비 측면에서 조명을 크게 받지 못한 경향이 있다. 그 스타들이 보여주는 득점력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클라호마시티는 2011~12시즌 이후 두 시즌을 제외하고 매번 리그 10위 이내의 수비지표로 마감했던 전통의 수비 강호다. 이들이 10위 밖으로 밀려났던 때는 전에 있는 스타 포워드 케빈 듀란트가 부상 문제로 출전이 불안했던 2014~15시즌과 2015~16시즌이었다.

이런 이들이 현재 리그 1위 수비지표를 기록 중이다. NBA닷컴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시티는 시즌 25경기 동안 100포제션 당 101.6실점을 기록하며 수비지표 리그 1위 자리에 오른 지 꽤 됐다. 현재 2위 보스턴(102.1)이 시즌 초 1위 자리를 지켰었지만 11월25일 이후로는 오클라호마시티가 정상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서부 컨퍼런스의 강호로 올라서기 시작했던 러셀 웨스트브룩-케빈 듀란트-서지 이바카의 빅3 시절부터 오클라호마시티는 젊은 팀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해왔다. 경험은 적을지언정 상대 팀에게 에너지로 밀리는 팀이 아니었다.

이런 구도를 올시즌 오클라호마시티가 다시 재현해냈다. 물론 1988년생 웨스트브룩은 어느덧 30대 나이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웨스트브룩의 현재 코트 위 플레이 모습은 무릎 문제로 시즌 초에 나오지 못했던 30세 선수라 보기 힘들 정도다. 2시즌 연속 트리플더블의 주인공이 다시 평균 22.1득점 10.6리바운드 10.2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을 기록 중이다.

현재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평균 출전시간 상위 10인 중 웨스트브룩을 제외하면 모두 20대 나이의 선수들이다. 그리고 폴 조지(28)와 패트릭 패터슨(29)도 제외하면 다들 25세 이하의 선수들이다.

이런 선수들의 조합에서 보여주고 있는 수비 실적은 확실히 이 팀이 에너지에 있어 상대방에게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멤피스가 이 부문에서 이름난 팀이긴 했지만 상대방에게 가장 성가신 팀의 명패는 이제 오클라호마시티가 차지할 만하다. ⓒAFPBBNews = News1
▶스틸 1위, 상대방 턴오버 1위

11일 현재 평균 스틸 리그 1위인 조지(2.2스틸)를 필두로 오클라호마시티에는 리그 22위 안에 든 선수 3명이 있다. 5위 웨스트브룩(2스틸)과 스티븐 아담스(1.5스틸)가 나머지 두 명이다.

그리고 오클라호마시티에 평균 1스틸 이상의 선수들이 두 명 더 있다. 데니스 슈로더(1.2스틸)와 널렌스 노엘(1.1스틸)이다.

이렇게 많은 스틸을 뽑아내고 있는 선수들이 많은 만큼 팀 기록도 풍성하다. 11일 현재 리그 팀 스틸 1위(10.4스틸)에 올라있는데 자신들 뒤의 팀들과 제법 격차를 두고 있다.

오클라호마시티와 리그 2위 미네소타 팀버울스브스(9.3스틸) 사이의 차이는 2위와 13위(8.3스틸) 사이의 차이보다도 크다. 그만큼 오클라호마시티의 경기에서는 다른 팀들의 경기에 비해 유난히 많은 스틸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힘입어 오클라호마시티는 상대방 턴오버에 있어 리그 1위(18턴오버)에 올라 있다. 여기에 더해 오클라호마시티는 평균 블록 리그 10위(5.6블록)에도 올라 있어 역동적인 공수 전환 국면을 많이 만들어내는 팀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오클라호마시티가 많은 스틸을 뽑아내는 팀임에도 상대의 슈팅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팀이라는 사실이다. 농구에서 스틸과 상대 야투율 단속은 동시에 이루기 힘든 부문들이지만 오클라호마시티는 이를 해내고 있다.

상대방 야투율에서 오클라호마시티는 리그 8위(44.6%), 상대방 3점슛 성공률에서는 리그 5위(32.6%)에 올라 있다. 여기에다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 리그 10위(73.8%)까지 더해지며 리그 1위 수비지표가 이상하지 않을 내실을 쌓았다.

▶공격 실적은 여전히 물음표

오클라호마시티가 에너지와 수비로 많은 승리를 이끄는 한편으로 공격 진영에서는 불안한 구석이 꽤 있는 편이다. 이들이 패한 경기들에는 수비보다는 공격 쪽의 부진이 많이 작용하는 편이다. 개막 4연패에도 득점 부진이 컸다.

수비지표 리그 1위에 올라 있지만 공격지표는 16위(108.1)에 그쳐 있는 것이 이런 현상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야투율 리그 20위(45.3%), 3점슛 성공률 29위(31.9%)는 오클라호마시티의 공격 진영 쪽 약점을 대표하는 면면들이다.

즉 오클라호마시티는 3점슛을 포함 점프슛에서 불안한 국면을 가지고 있다. 3점슛도 안 좋지만 미드레인지에서도 리그 22위(39.4%)에 그친 정확도다.

평균 24.3득점으로 팀 내 득점 선두로 올라선 조지가 최근 6일 브루클린 넷츠전에서 47득점을 기록하는 등 높은 득점 활약 대역을 보여주고 있는 등 신호는 좋다. 다만 팀 전체적인 외곽 슈팅 약점은 쉽게 고쳐지기 힘든 면이기에 불안한 구석이기는 하다.

그래도 전 시즌의 보스턴도 그랬고 공격력은 미지근하더라도 수비 성과가 리그 정상권이면 높은 성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들이 보여주는 멋진 공격 마무리 장면들도 결국 수비에서 계기가 마련되는 경우들이 많다. 때문에 순위 변동이 심한 올시즌 서부 컨퍼런스지만 오클라호마시티가 상위권을 유지해 나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여름 동안 오클라호마시티는 베테랑 카멜로 앤써니와 결별하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 그러고 난 다음 다시 데니스 슈로더(25)와 널렌스 노엘(24) 등 젊은 선수들을 영입하며 새 판을 짰다. 전 시즌 25경기 시점 때 성적 12승13패와 현재 17승8패의 차이는 여기에서 비롯됐다 볼 수도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