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종료를 남겨놓고 2분49초부터 0분57초까지, 약 2분 동안 득점을 올린 선수는 오직 한 명뿐이었다. 점수판에는 오직 루카 돈치치(19·댈러스 매버릭스)의 11득점만이 기재되고 있었다.

댈러스가 107-104로 휴스턴 로켓츠에게 승리한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경기는 이런 돈치치의 클러치 활약을 빼면 이야기할 것이 없을 정도였다. 경기 종료 3분여를 남기고 8점차로 뒤지던 경기를 그가 홀로 뒤집어냈기 때문이다.

이 경기 전체에서 돈치치의 기록은 41.2% 야투율을 통한 21득점 리바운드 1어시스트 3턴오버, 별달리 눈에 띌 것이 없다. 하지만 올시즌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을 하이라이트들 중 하나를 그가 만들어냈다.

댈러스 동료들에겐 영웅으로, 휴스턴 선수들과 홈 관중들에겐 악마로 보일 수밖에 없던 9일 경기의 돈치치다. ⓒAFPBBNews = News1
3개의 3점슛과 1개의 플로터, 돈치치가 막판 11득점을 올리는 동안 성공시킨 야투들이다. 그 중 첫 3점슛은 코너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동료의 패스를 받은 직후 던져 성공시켰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그림이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온 2개의 3점슛들은 모두 휴스턴 센터 클린트 카펠라를 상대하며 구사한 스텝 백 3점슛들이다. 특히 마지막 역전을 이룬 스텝 백 3점슛은 본격적인 드리블 돌파 움직임을 보여주다가 다시 3점 라인 밖으로 빠지며 던져 더욱 어려운 동작이었다.

또한 페인트 구역까지 드리블로 파고 들어가 카펠라의 팔 너머로 띄운 동점 플로터까지 숫자를 넘어선 명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이 모든 것이 19세의 신인 혼자 해낸 활약이다.

이런 돈치치의 클러치 활약은 신인을 넘어 리그 전체에서도 눈에 띄는 정도다. 과연 그는 얼마나 강한 심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클러치 야투율 63.6%를 통한 경기 당 4득점

경기 종료 5분 안에 5점차 이내의 상황을 클러치 상황이라 정의했을 때 올시즌 돈치치는 리그 전체에서도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클러치 상황에 접어든 10경기를 겪으며 평균 4득점을 올리고 있는데 클러치 상황 5경기 이상 경험 선수들 중 7위에 오르는 숫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심적으로 더욱 압박이 전해지는 이 클러치 상황에서 돈치치가 63.6%의 야투율을 기록 중이라는 사실이다. 올시즌 현재까지 23경기 동안 돈치치의 전체 야투율은 43.6%다. 이를 훨씬 뛰어넘고 있는 막판 승부처 정확도다.

돈치치의 높은 클러치 야투율은 주로 수비수를 앞에 둔 어려운 슈팅 동작들을 취함을 놓고 봤을 때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다. ⓒAFPBBNews = News1
돈치치의 63.6% 클러치 야투율은 클러치 상황에 15회 이상의 야투를 시도한 리그 전체 53명 중 공동 1위에 오른 대단한 정확도다. 돈치치와 동일한 63.6% 클러치 야투율을 기록한 선수는 클러치 7경기 동안 43득점, 평균 6.1득점으로 리그 1위에 올라있는 빅터 올라디포(26·인디애나 페이서스)다.

올라디포도 돈치치와 동일하게 총 22회 야투를 시도해 14개를 성공시켰다. 올라디포는 3점슛에서 13회 시도 중 8개(61.5%) 성공으로, 7회 시도해 3개(42.9%) 성공시킨 돈치치보다 뛰어난 클러치 원거리 슈팅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분 당 1득점을 넘기는 클러치 집중력

NBA에서 분 당 1득점을 넘기기란 쉽지 않다. NBA 역사에서 시즌 총 출전시간 48분을 넘기면서 분 당 1득점을 넘긴 선수는 1961~62시즌 3882분을 뛰며 4029득점, 평균 48.5분 동안 50.4득점을 남긴 윌트 체임벌린뿐이다.

하지만 제법 짧고 굵은 활약을 펼치는 클러치 상황에서는 분 당 1득점을 넘기는 숫자를 남기는 경우들이 제법 나올 수 있다. 현재까지 총 33분 동안 40득점을 남긴 돈치치가 그 중 한 명이다.

현재까지 클러치 총 10득점을 넘긴 리그 108명 중 분 당 1득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총 8명이다. 켐바 워커(60분 동안 79득점), 마이크 콘리(55분 동안 60득점), 카이리 어빙(49분 동안 53득점), 르브론 제임스(48분 동안 49득점), 제임스 하든(37분 동안 44득점), 올라디포(25분 동안 43득점), 돈치치(33분 동안 40득점), 데빈 부커(22분 동안 26득점)다.

또 하나 평소에 비해 돈치치가 클러치 상황에 접어들면 좋아지는 양상이 턴오버의 감소다. 현재까지 총 40분 동안 단 2턴오버만 기록했다. 시즌 평균 32.6분 동안 3.6턴오버를 기록 중인 전체 기록해 비해 확연한 감소다. 평소엔 36분 당 3.9턴오버라면 클러치 상황에는 36분 당 2.2턴오버다.

클러치 상황에서의 돈치치는 볼 배급보다는 승부사로서 임하는 분위기가 크다. 때문에 득점에 완전한 집중을 하는 돈치치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다.

2018 유로리그 파이널 포 MVP 이력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님을 돈치치가 확실히 증명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이런 클러치 강심장 신인이 있었나

9일 경기 전까지도 돈치치는 클러치 평균 3.6득점을 57.9% 야투율로 올리고 있었다. 9일 경기를 마냥 반짝 활약으로만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클러치 야투율 63.6%와 평균 4득점을 시즌 끝까지 유지하리라 낙관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현재의 기록 자체가 대단하다.

NBA닷컴에서는 1996~97시즌부터 클러치 기록을 찾을 수 있다. 때문에 먼 과거의 전설적 스타들의 클러치 기록을 볼 수는 없다. 그래도 1996~97시즌부터 신인들의 클러치 기록을 보면 현재 돈치치가 정말 대단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96~97시즌 이후 역대 신인들 중 총 10경기 이상의 클러치 상황을 겪으며 평균 3득점 이상으로 시즌을 마감한 이는 몇 없다. 1998~99시즌 빈스 카터(3.1득점), 2004~05시즌 벤 고든(3.2득점), 2007~08시즌 케빈 듀란트(3.4득점), 2009~10시즌 브랜든 제닝스(3.3득점), 2011~12시즌 어빙(3.7득점), 2016~17시즌 조엘 엠비드(3.2득점), 2017~18시즌 도노반 미첼(3.5득점), 이렇게 총 7명이다.

여기에서 모두가 대성한 커리어를 보낸 것은 아니지만 슈퍼스타로서 지위를 누린 선수들이 주를 이룬다. 막판 승부처에서 날카로운 창이 된다는 것은 많은 NBA 팬들로부터 회자될 수 있는 슈퍼스타가 되기에 좋은 조건이다.

스페인 프로 리그 챔피언이자 MVP, 유로리그 챔피언이자 MVP 이력을 가진 돈치치는 자신이 숱한 승부처에서 승부사로서 임했던 경력을 증명하고 있다. 시즌 전까지는 그런 경력이 NBA에서도 통할지가 의문사항이었다. 현재까지 봤을 때 그 의문은 아주 긍정적으로 풀렸다고 볼 수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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