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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장충=김성태 기자]대한항공이 벼랑 끝 승부에서 우리카드를 잡고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다.

대한항공은 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8-2019 V리그 남자부 방문 경기에서 1, 2세트를 내주고도 3세트부터 연달아 승리를 가져가며 세트 스코어 3-2(14-25 23-25 25-18 25-20 15-10)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연패 위기에서 벗어난 대한항공은 11승 4패 승점 33점으로 현대캐피탈을 따돌리고 1위 자리로 올라섰다. 한편, 2세트까지 쉽게 잡아낸 우리카드는 연승을 잇지 못하며 7승 7패 승점 23점으로 4위에 머물렀다.

이날 장충체육관은 무려 3653명이 찾았다. 우리카드 2018-2019시즌 홈 경기 최다 관중이다. 종전 최다 관중은 지난 11월 17일 OK저축은행전 3210명이었다.

▶경기 전, 사전 인터뷰

-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 : "3라운드 들어서 3, 4위 근처만 가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나름대로 된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우리 팀은 갈 길이 멀다고 본다. 노재욱이 오면서 속공 스피드도 올라가고 블로킹 높이도 좋아졌다. 아가메즈의 경우, 잘해주고 있어서 고맙다. 나이가 좀 있긴 하지만 체력 훈련이나 휴식 같은 부분에서 잘 조절하면서 하려고 한다. 서로 존중해주면서 하려고 한다."

-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 "지난 시합(7일 삼성화재전)에서 결과도 결과지만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이날 상대하는 우리카드가 최근 연승 분위기라서 어려운 시합이 될 것 같다. 현재 우리가 완벽하게 올라온 상황이 아니기에 위험요소를 안고서라도 좀 더 공격적으로 하고자 한다. 이날 우리카드 포함, 향후 치르는 현대캐피탈, OK저축은행과의 세 경기가 매우 중요할 것 같다"

▶관전포인트 : 3위 노리는 우리카드와 선두 노리는 대한항공의 장충 동상이몽

최근 우리카드는 상승세다. 3연승이다. 최근 5경기에서도 4승 1패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11월 29일 대한항공을 만나 세트스코어 3-2로 이기면서 자신감까지 얻어냈다. 타 팀에 비해 전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지만, 그래도 고군부투하며 현재 4위를 기록 중이다. 3위 OK저축은행(27점)과의 승점 차는 5점이지만, 이날 대한항공을 다시 잡아내면서 3위를 좀 더 바짝 추격하고자 한다.

신영철 감독의 표정이 한결 편안한 반면, 박기원 감독은 특유의 투정 같은 엄살을 다시 보여준다. 우리카드가 상승세라서 좀 더 공격적으로 풀어가겠다고 말한다. 최근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패했기에 좀 더 자신감 있게 선수들이 뛰길 주문하고 있다.

무엇보다 1위 현대캐피탈(32점)과의 승점 차가 1점에 불과하다. 이번 우리카드 경기를 끝내고 오는 13일 목요일에 현대와 붙는다. 이날 승점을 따내서 역전, 선두 자리에 오른 뒤에 현대를 만나서 확실하게 달아나고픈 마음이 크다. 대한항공은 나름 잘하고 있지만 박기원 감독에게 방심은 결코 없다. 작년은 작년, 올해는 올해라며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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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트 : 압도적 초반 흐름, 우리카드 팀 분위기가 좋긴 좋구나

1세트는 완벽하게 우리카드의 흐름이었다. 초반부터 치고 나가더니 세트 내내 유리한 고지를 놓치지 않았다. 외인 아가메즈의 강력한 스파이크는 상대 대한항공의 수비를 깨뜨리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무려 공격성공률 81.81%를 기록, 홀로 10득점을 따내며 맹활약 했다.

더욱이 노재욱, 윤봉우, 김시훈이 블로킹으로 득점을 추가하면서 높이에사도 상대 대한항공의 공격을 차례로 봉쇄했다. 에이스 아가메즈 말고도 팀 전체가 고루고루 득점을 따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대한항공은 정지석과 곽승석이 합쳐서 5점을 따낸 것이 전부였다. 외인 가스파리니는 1득점에 그쳤다. 결과는 25-14, 우리카드의 1세트 완승이었다.

▶2세트 : 아가메즈의 압도적 공격력에 대한항공 울다

2세트는 팽팽했다. 한참이나 서로 치고 받고 다투면서 득점을 따냈다. 20점이 넘어가면서 양 팀은 더욱 치열하게 다퉜지만 대한항공과 달리 우리카드는 확실하게 포인트를 내줄 수 있는 아가메즈의 존재감이 상당히 컸다.

2세트에만 아가메즈는 홀로 15점을 따내며 압도적인 공격력을 선보였다. 1세트에 비하면 공격성공률이 좀 떨어졌지만 그래도 68.18%를 기록, 득점은 오히려 5점을 더 얻어내면서 특유의 파괴력을 완벽하게 증명했다. 더불어 황경민과 윤봉우의 블로킹이 간간히 나오면서 공격의 활로를 푸는데 큰 도움이 됐다.

대한항공은 외인 가스파리니가 조금씩 감을 잡으면서 공격성공률 54.55%에 6득점을 기록했다. 그 외에 곽승석, 정지석, 진상헌, 진성태도 각각 3점을 뽑아내며 득점에 힘을 보탰다. 전반적인 기록을 보면 대한항공이 밀리는 경기력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가메즈가 너무 압도적이었다.

리시브 면에서도 대한항공이 우위를 차지했음에도 우리카드는 공격력 하나로 이를 모두 덮어버렸다. 막판 아가메즈의 노련한 공격 포인트로 25-23, 그렇게 우리카드가 2세트까지 가져갔다.

▶3세트 : 궁지에 몰린 대한항공, 3세트 반격에 나섰다

2세트까지 따낸 우리카드에 비해 대한항공은 이제 궁지에 몰렸다. 그 힘이 나왔다. 우리카드의 공격이 풀리지 않았다. 반면, 대한항공은 원하는대로 경기를 가져갔다. 20-12로 일찌감치 앞서나갔고 정지석의 퀵오픈으로 21점을 따낸 대한항공은 한선수의 서브가 상대 범실로 이어지며 22점까지 도달했다.

대한항공도 나름 열심히 추격했지만 대한항공은 24-18로 앞선 상황에서 가스파리니의 공격이 성공하면서 25점을 완성, 3세트를 승리로 가져갔다. 대한항공은 확실히 가스파리니에 집중되지 않고 토종 선수들의 득점이 골고루 이어지면서 우리카드를 잡았다.

반면, 우리카드는 아가메즈의 공격이 주춤하면서 공격력이 급격하게 감소했고, 3세트 패배를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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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트 : 대한항공의 뒷심, 4세트까지 잡아내며 원점 만들다

초반은 우리카드였다. 윤봉우의 블로킹이 먹혔다. 아가메즈의 서브 에이스도 통했다. 5-4로 역전하면서 치고 나갔다. 대한항공도 반격에 나서면서 6-6, 초반부터 다시 팽팽한 흐름으로 경기가 진행이 됐다. 마치 2세트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중반 들어서는 대한항공이 좀 더 유리한 흐름으로 가져간 듯 했지만, 우리카드의 추격도 매서웠다. 16-13까지 대한항공이 벌려놨지만 우리카드는 필요한 순간, 아가메즈가 공격을 연달아 퍼부으며 17-18, 한 점차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뒷심에서 대한항공이 우세였다. 우리카드의 공격 성공률이 급격하게 떨어진 사이, 대한항공이 빈틈을 파고 들었고 25-20으로 3세트까지 가져가며 승부를 마지막 5세트까지 끌고 갔다.

▶5세트 : 대한항공의 뒷심, 결국 4세트까지 잡아내며 원점 만들다

긴장도가 상당했다. 두 점 이상으로 벌어지지 않았다. 8점 고지를 먼저 정복한 것은 대한항공이다. 코드 체인지, 그리고 진짜 5세트가 시작됐다. 우리카드는 나경복의 서브 범실에 이어 아가메즈의 공격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다. 그 사이, 대한항공이 12-9까지 치고 나갔다. 사실상 흐름이 넘어간 순간이었다.

우리카드는 아가메즈가 아니면 별다른 공격 옵션이 없었다. 한 쪽으로 치중이 된 공격에 비해 대한항공은 정지석이 4세트에 이어 5세트에서도 펄펄 날았다. 어떤 위치로든 공을 상대 코트에 뿌릴 줄 알았다. 결국 15-9로 대한한공이 세트스코어 0-2에서 3-2로 완벽하게 재역전을 거두며 이날 경기 승리를 챙겼다.

▶경기종료 : 버텨낸 대한항공, 대역전극으로 우리카드 연승 끊다

이날 승리로 연패 위기에서 벗어난 대한항공은 11승 4패 승점 33점으로 현대캐피탈을 따돌리고 1위 자리로 올라섰다. 한편, 2세트까지 쉽게 잡아낸 우리카드는 연승을 잇지 못하며 7승 7패 승점 23점으로 4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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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정리 : 우리카드는 아가메즈가 강했고 대한항공은 모두 강했다

1, 2세트 흐름만 놓고 보면 누가 봐도 우리카드의 완승처럼 보였다. 세트스코어 2-0, 여기에 2세트까지 우리카드 아가메즈가 따낸 득점이 무려 25점이었다. 1세트에만 공격성공률이 81.81%, 여기에 10점을 얻어냈으니 말 그대로 다른 차원의 선수, 압도적 기량 그 자체였다.

그에 반해 대한항공은 2세트까지 공격이나 모든 부분에서 초점을 잃은 듯 보였다. 감도 잡지 못했고, 허무하게 우리카드의 공격진에 무너졌다. 외인 가스파리니가 1세트에 단 1득점에 그쳤다. 안 풀리는 경기력, 누가 봐도 우리카드의 승리를 점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3세트부터 서서히 대한항공이 감을 잡았다. 상대 아가메즈의 벽을 넘고자 분투했다. 우리카드가 아가메즈 루트로만 공격을 계속 퍼붓는 것이 비해 대한항공은 어떻게든 아가메즈의 공격을 받는 확률을 3세트 이후로 급격하게 늘리면서 리시브를 탄탄하게 가져갔고 포인트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버티기 시작했다.

4세트가 관건이었다. 우리카드는 아가메즈의 힘이 확연하게 떨어졌고 대한항공은 가스파리니 외에도 기존 토종 선수들이 골고루 득점을 번갈아서 따냈다. 가스파리니에 몰두하지 않으니 정지석이 4세트에만 홀로 득점을 성공, 빈틈을 완벽하게 채웠다.

그렇게 4세트까지 잡은 대한항공은 흐름을 이어 5세트까지 잡아냈다. 우리카드는 아가메즈 아니면 다른 옵션이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 아가메즈가 강한 것은 맞다. 홀로 41득점을 따냈다. 하지만 그 외의 선수들은 비중이 현저하게 적었다. 황경민, 나경복, 김시훈이 8득점에 그쳤다.

대한항공은 모두가 골고루 활약했다. 평균이 강했다. 좋은 활약을 보여준 정지석이 20점, 가스파리니가 16점, 곽승석이 12점, 진성태가 10점, 진상헌이 9점을 얻어냈다. 세터 한선수가 골고루 공을 뿌리면서 공격 루트를 다양하게 만들어내며 대한항공 특유의 시스템 배구를 어떻게든 끌고 간 것이 이날 대역전승으로 이어졌다고 보면 된다

▶경기 후 기자회견

-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 : "좋은 기회가 왔는데 살리지 못했다. 감독의 책임이다. 흐름을 우리 스스로가 내줬다는 점이 문제다. 상대 속공을 집중적으로 잡아내려 했는데 선수들이 잘 지키지 못했고 훈련을 하면서도 리듬이 안 맡기도 해서 '나중에 경기가 안되면 슬럼프 빠진다'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아직 우리 선수들은 좀 더 추스려야 할 것 같다. 상대는 좋은 팀이다. 조금이라도 틈을 내주면 안되는데 아쉽다. 아가메즈 공격 일변도, 쉽지 않다. 훈련 했을 때, 우리가 강조한 부분을 시합 중에서도 계속 지켜나갔으면 한다. 선수들이 각자 다 생각이 있다고 본다. 최근에 좋은 경기를 했지만 향후 원정 경기가 많다고 해도 잘 준비해서 다음 경기를 대비할 생각이다"

-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 "선수들이 잘 버텨준 것이 고맙다. 역시 노련한 선수들은 버틸 줄 안다. 대한항공 맡은 이래 최악의 시합이 될 뻔 했다. 우리 팀의 매커니즘에서 빈틈이 생기니 1, 2세트를 졌다.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면 좋은데 엇박자가 나오니 다른 팀 보다 확연하게 수준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우리 공격 면에서 엇박자가 난 것 같다. 그걸 한선수가 풀어가면서 시합을 하니 그나마 팀이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완벽한 시스템 배구를 하려는데 엇박자가 나니 어려웠다. 그래도 올라올 것이라 본다. 우리 선수들, 실력도 있고 기량도 있고 열정도 있다. 체력이 안되는 것 뿐이다. 하루 이틀 배구하는 선수들도 아니니 각자 알아서 잘 만들어서 폼을 올릴 것이라 본다"

"우리가 3-0으로 이긴 것보다 0-2에서 3-2로 이긴 것이 더 약이 된 것 같다. 3라운드를 어렵게 생각했는데 버텨낸 것이 이날 승리를 통해 리그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업그레이드가 될 것 같다. 2세트 끝나고 "시합은 하다가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결과는 내가 책임지니, 얼굴 피고 웃으면서 해라"라고 했다. 결과에 너무 연연하면 몸에 힘이 들어간다. 하던대로 하자 그렇게 이야기 했다. 그게 주효했던 것 같다"

"가스파리니, 솔직히 말해서 그 친구 자존심을 건드렸다. 하려고 노력하는 선수인데 거기에 자존심을 건드렸으니 역시나 승부사 기질이 있는 선수다보니 해내더라. 그리고 가스파리니를 믿는다. 그 선수 가지고 올해도 우승을 할 목표를 잡고 있다. 끝까지 믿고 갈 선수다. 체력적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최선에서 그치면 안된다. 감독 입장에서는 작년 컨디션을 좀 더 찾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자기 몫은 해주긴 한다"

▶경기정보

대한항공 3 (14-25, 23-25, 25-18, 25-20, 15-10) 2 우리카드

- 대한항공 : 정지석 20점(공격 성공률 57.69%), 가스파리니 16점(공격 성공률 41.18%)
- 우리카드 : 아가메즈 41점(공격 성공률 58.21%), 황경민 8점(공격 성공률 50%).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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