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인천=박대웅 기자] 당초 2순위에서 4순위 이내에 지명될 것으로 전망됐던 신인 선수가 6순위까지 미끄러졌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결과를 감당하고 프로에서 그 평가를 뒤집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전자랜드 신인 전현우의 이야기다.

사진=박대웅 기자
▶전자랜드 ‘버거셀’ 흑역사, 전현우가 대갚음할까

전현우는 무룡고 시절부터 변준형(KGC인삼공사 전체 2순위 지명)과 함께 랭킹 1위를 다퉜던 유망주다. 고려대 입학 이후에도 3학년부터 본격적으로 기회를 받았고, 2017 대학농구리그에서 평균 13.6점 3점슛 성공률 41.5%를 기록하며 최고의 슈터로 인정받았다.

단 4학년에는 다소 아쉬운 모습도 있었다. 올해 대학농구리그에서는 평균 11.4점으로 수치가 줄어들었고, 특히 3점슛 성공률이 27.9%까지 내려가는 등 부침이 있었다. 결국 로터리픽 유력 후보였던 그는 5개 팀의 지명을 받지 못한 채 전체 6순위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게 됐다.

지난 6일 홈팬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인천삼산월드체육관을 찾은 전현우도 본인의 지명 순위에 아쉬움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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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일단 초등학교 4학년부터 농구를 시작했는데 프로에 오고 나니까 더욱 실감이 나고 설레고 긴장감도 있는 것 같아요.”

그는 본인보다 앞에서 뽑힌 선수들도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고 좋은 기량을 지녔다고 밝혔다. 몇 순위로 지명됐느냐에 얽매이기보다 유도훈 감독 밑에서 하루 빨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학 4학년 때 경기력이 좋지 않았고 여러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몸이 아프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이 아니었지만 그 부분도 제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핑계를 대고 싶지 않고 코트에서 보여주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아쉬운 4학년 성적 속에서도 2018 대학농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로 선정되기도 한 전현우는 힘든 일이 있었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준 의미에서 상을 받은 것으로 생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마추어 시절 과분한 일들이 많았고 청소년 대표팀부터 많은 것을 누렸지만 프로에서는 부족한 점을 보완해 더욱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새겼다.

그러나 본인을 거른 팀들을 상대로 더욱 당찬 신인의 패기를 보여 달라는 기자의 거듭된 요청에 전현우가 한결 같았던 겸손함을 잠시 내려놓고 이내 씩씩하게 입을 열었다.

“일단 각 팀마다 원하는 포지션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저와 다른 포지션의 선수를 먼저 뽑은 팀들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고 생각하겠습니다. 하지만 LG(4순위 김준형), 오리온(5순위 조한진)처럼 같은 포지션의 선수를 먼저 뽑은 팀에게는 ‘그 때 전현우를 뽑는 선택을 해야했는데….’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저부터가 우선 노력해보겠습니다.”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최고의 선수 디온테 버튼를 거른 채 조쉬 셀비를 1순위로 지명했고, 결국 이는 좋지 못한 결과를 불러왔다. 일명 ‘버거셀(버튼 거르고 셀비)’이라는 흑역사가 새겨졌다. 하지만 전현우가 6순위로 뽑힌 상황에서도 1~5순위 신인들 이상의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당시의 아픔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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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 10일, 그리고 앞으로의 한 달

지난 6일은 전현우가 프로 진출의 꿈을 이룬지 정확히 10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그동안 전현우는 어떤 데뷔 준비 과정을 밟고 있었을까.

“오자마자 체력테스트를 했는데 아픈 곳은 없지만 유도훈 감독님과 코치님, 트레이너 선생님들께서 ‘프로와 아마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지금 경기를 뛰면 자칫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한 달 정도 넉넉히 준비할 시간을 주셨고, 최근 체력, 웨이트, 슈팅적인 부분들을 끌어올렸습니다. 3라운드 후반이나 4라운드부터 길게 보자고 하셔서 트레이닝 선생님과 1대1로 체력 훈련을 받고, 아침과 저녁마다 코치님들과 슈팅 연습을 하고 있어요. 아직 선배들과 연습은 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전자랜드는 전현우가 빠르게 적응하기 좋은 환경의 팀이기도 하다. 고교 시절 본인을 지도했던 김승환 코치와 재회했고, 고려대 1년 선배 김낙현, 2년 선배 강상재와도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됐다.

“전자랜드에 뽑힌 순간부터 바로 (강)상재 형과 (김)낙현이 형에게 연락이 왔어요. 상재형은 3순위로 뽑힌 뒤 신인상을 받았는데 ‘네가 열심히 하면 보여줄 수 있다’고 격려해줬어요. 낙현이 형도 저처럼 한때 로터리픽 후보였다가 6순위까지 내려갔는데 아무래도 제 입장을 잘 아니까 열심히 뛰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해줬죠. 고려대 시절처럼 열심히 해보자고 했어요. 또 (박)봉진이 형 역시 초·중·고교 선배여서 저를 개인적으로 많이 챙겨주고 있습니다.”

전현우는 대학 시절 지켜본 전자랜드를 ‘원팀’으로 묘사했다. 유도훈 감독의 카리스마 속에서 선수단이 다같이 뭉치고 늘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팀이라는 인식을 가졌다. 코트 바닥을 치며 대화를 나누고 파이팅을 불어넣는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다고.

또한 유도훈 감독이 무섭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아직 훈련을 같이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고, 열심히 하자고 했다. 혼나고 깨지면서 배우고 싶은 생각이 많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유도훈 감독은 전현우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대면은 한 달 뒤다”라는 말과 함께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대학 시절에는 1인자가 아니었지만 1인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내심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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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모델은 클레이 탐슨, 신인왕보다는 활력소가 목표

전현우는 본인의 가장 큰 강점을 항상 슈팅이라고 꼽아왔지만 올해 대학리그에서 여러모로 아쉬움을 드러낸 만큼 부족함을 여실히 느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슛 외적으로 공격 옵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본인만의 무기를 장착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롤모델은 NBA의 클레이 탐슨이다.

“탐슨은 벤치에 앉아 있다가 들어와도 슛 밸런스가 흔들리지 않고 한결 같이 던지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3점슛 뿐 아니라 미드레인지 게임을 좋아해서 저 역시 집중적으로 그런 부분들을 지켜봤습니다. 고교 시절 미드레인지 게임을 잘 했다는 평가를 많이들 해주셨지만 사실 프로에 온 선수들 중 아마추어 시절 못한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생각해요. 팀 선배들에게 많은 것을 배워 과거보다는 앞으로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요.”

전현우는 신인왕이라는 야심찬 목표보다 당장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구단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을 부여하며 배려를 해준 만큼 몸을 확실히 만들어 후반기 선배들이 지쳤을 때 활력소가 되고 싶은 마음이다.

특히 전자랜드가 플레이오프에 올라갈 경우 아주 잠깐의 출전 시간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팀원들에게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큰 개인 목표다.

전자랜드 팬들에게도 활력소가 되고 싶은 것은 마찬가지다. 그는 이날 홈 팬들에게 유쾌한 첫 인사를 하기 위해 3라운드에 지명된 신인 동기 권성진과 함께 비장의 댄스를 준비했으며, 인터뷰를 마치고 전반 종료 직전 최선을 다해 댄스를 선보였다.

“춤을 정말로 못 추지만 이틀 전에 한 시간 반 정도를 배웠어요. 프로면 팬들에게 그런 모습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뷰에 앞서) 동선을 맞춰봤는데 실전에서는 더욱 최선을 다해 웃음을 선사하고 싶어요.”

전현우는 마지막으로 전자랜드 팬들에게 인사를 남기며 2018~19시즌 신인으로서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저는 고려대를 졸업한 전현우입니다. 상재 형, 낙현이 형 때문에 인천에서도 경기를 직접 본 적이 있는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농구 열기가 뜨거운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 팀에 와서 시합에 뛸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설렙니다. 비록 6순위로 프로에 왔지만 팬들께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정말 열심히 연습하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박대웅의 新인터뷰 : 신인의 등장은 리그를 더욱 활기차게 하고 새로운 볼거리로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합니다. 신인들의 당찬 포부를 생생히 전하겠습니다. 웰컴 투 프로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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