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는 여름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고 있진 않을까. 카와이 레너드 영입에 있어 먼저 결정권을 가졌던 팀 입장에서 계속해 레너드의 팀에게 지고 있다.

필라델피아는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각) 토론토 랩터스전에서 102-113으로 패하며 시즌 맞대결 2연패를 기록하게 됐다. 10월31일 첫 맞대결에서는 112-129로 패했었다.

최근 필라델피아는 4연승을 통해 좋은 팀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모처럼 동부 컨퍼런스 2위 자리까지 올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1위 토론토에게 제동이 걸리며 17승9패(승률 65.4%) 3위로 다시 내려왔다.

농구 경기의 승패는 참여 팀들의 전력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아무리 성적이 좋은 팀이라도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얼마든지 약체에게 승리를 빼앗길 수 있다. 때문에 이번의 패배를 그저 한 번 지나가는 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정상 자리를 넘보는 팀 입장에서 시즌 컨퍼런스 순위 정상 자리의 팀에게 계속해 지고 있다는 점, 그 패배 내용 속에 비슷한 맥락이 흐르고 있다는 점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다.

다음 여름 프리 에이전트가 되는 공통점이 있는 레너드와 지미 버틀러 사이의 대결에서 레너드가 판정승을 얻어냈다. ⓒAFPBBNews = News1
▶레너드의 연속된 대활약

11점차로 끝났지만 필라델피아가 내내 끌려 다닌 경기는 아니었다. 2쿼터 중반까지 계속 앞서기도 했고 그 후 리드를 내준 후 3쿼터와 4쿼터 잠깐이지만 역전을 이루기도 했다.

여기엔 11월 트레이드를 통해 들어온 지미 버틀러(29)의 힘이 컸다. 55.6% 야투율과 4개의 3점슛으로 38득점을 올리면서 필라델피아가 승부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 수비수의 대응에 상관없이 득점을 올릴 줄 아는 선수다.

하지만 그런 선수가 토론토에도 있다. 게다가 현재까지의 2경기 모두에서 버틀러만큼의 맹활약을 펼쳤다. 첫 경기에서 52.6% 야투율로 31득점을 올렸고 이번 경기에서 54.2% 야투율로 36득점을 올린 레너드다.

샌안토니오 스퍼스 시절 레너드 트레이드 이야기가 한창 물망에 올랐던 시절 필라델피아가 연관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샌안토니오의 제안 내용에 발을 뺐었다. 물론 이번 시즌이 끝나면 프리 에이전트로서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레너드이기 때문에 당시 필라델피아의 선택이 틀렸다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어쨌든 이제 같은 컨퍼런스, 같은 디비전에 소속돼 자신들을 계속해 괴롭히는 선수가 됐다. 버틀러 트레이드 때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로 좋은 윙 수비수 로버트 카빙턴도 떠난 현재 레너드를 효과적으로 막을 방책은 줄어든 상태다.

또한 레너드는 득점뿐만 아니라 수비를 통해서도 필라델피아를 괴롭혔다. 올시즌 현재 평균 1.8스틸의 레너드는 필라델피아 상대로 시즌 중 가장 많은 4스틸과 5스틸을 필라델피아 상대로 뽑아냈다. 그리고 이는 필라델피아의 결정적 패인과도 연결된다.

▶2경기 연속 20회가 넘는 턴오버

턴오버는 최근 시즌들 동안 필라델피아의 고질적인 문제로 존재해 왔다. 올시즌도 필라델피아는 경기 당 16.1턴오버로 리그 4번째로 턴오버가 많은 팀이다.

이런 양상이 특히 토론토를 상대할 때 도드라지고 있다. 첫 대결에서 23턴오버를 범했고 이번 대결에서는 21턴오버를 범했다. 시즌 중 이들의 공동 2번째 및 3번째로 많은 턴오버 횟수다.

한편 토론토 입장에서 보자면 두 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두 자릿수 스틸을 기록했다. 리그 10위 경기 당 8.3스틸의 토론토는 필라델피아 상대의 첫 경기에서 13스틸, 두 번째 경기에서 12스틸을 뽑아냈다. 토론토에게 시즌 중 2,3번째로 많은 스틸 기록이다.

특히 필라델피아의 제1 볼 핸들러 벤 시먼스(22)가 토론토 상대로 고전을 겪고 있다. 10월 토론토전에서 무려 11턴오버를 범했으며 당시 레너드의 4스틸이 모두 시먼스 상대로 뽑아낸 것들이다. 그리고 이번 맞대결에서는 7턴오버를 범해 본인의 시즌 중 1.2번째로 많은 턴오버를 모두 토론토 상대로 범했다.

턴오버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로 상대 속공의 빌미가 된다. 특히 스틸로 발생한 턴오버는 더욱 그렇다. 속공 득점에 있어 첫 대결에서는 27-12로, 두 번째 대결에서는 28-12로 토론토가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둘째로 공격 기회의 차이를 만든다. 사실 이번 맞대결에서 더 잘 슛한 팀은 필라델피아였다. 야투율에서 필라델피아가 45.5%, 토론토가 43.0%였다. 3점슛 적중률은 필라델피아가 31.4%, 토론토가 27.6%였다.

그럼에도 토론토는 야투 시도에서 필라델피아보다 12회, 자유투에서 8회 더 기회를 가지며 종국에는 보다 많은 야투와 자유투를 림으로 통과시켰다.

그리고 2번째 맞대결에서는 턴오버와 함께 더욱더 공격 기회 차이를 만든 리바운드 싸움 열세가 필라델피아를 괴롭혔다.

시먼스는 더욱 날카로운 창을, 조엘 엠비드는 더욱 탄탄한 방패를 앞으로의 맞대결에서 들고 나올 필요가 있다. ⓒAFPBBNews = News1
▶리바운드에서 밀리면 더욱 암울

전 시즌 필라델피아는 리바운드 점유율에서 리그 1위(52.0%)에 올랐었다.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에서는 5위(28.6%), 수비 리바운드에서는 12위(73.6%)에 오르면서 리바운드로 상대에게 밀리는 팀은 아니었다.

하지만 올시즌은 그 위상이 살짝 내려왔다. 6일 현재 리바운드 점유율 리그 8위(51.2%)다.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이 20위(26.5%)로 떨어진 것이 컸다.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은 그래도 10위(73.5%)로서 양호하다.

이런 필라델피아가 이번 토론토와의 2번째 맞대결에서 큰 리바운드 열세를 겪었다. 공격 리바운드 개수에서 11-17로 밀렸다. 자신들이 실패한 야투를 다시 잡아낸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에서는 22.4%-35.0%로 더욱 열세가 도드라졌다.

첫 대결에서는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에서 29.8%-27.7%로 근소하게 앞섰던 필라델피아가 또 리바운드 싸움에서 밀린다면 승부에 큰 불리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 턴오버에서 극적인 향상을 이루기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스 센터의 새로운 각오 필요

조엘 엠비드(24)의 경기 당 26.3득점은 팀 내 선두는 물론 6일 현재 리그 전체 8위에 오른 높은 숫자다. 하지만 이런 에이스 센터의 득점 활약이 이번 토론토전에서 나오지 못했다.

12개의 야투를 실패하는 등 29.4% 야투율로 10득점에 그쳤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듯이 이 경기에서 코트 위 마진이 가장 안 좋은 선수가 -23의 엠비드였다.

사실 엠비드의 득점 부진은 계속 우려할 필요는 없다. 토론토와의 첫 대결에서는 52.4% 야투율로 31득점을 올린바 있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엠비드가 상대했던 토론토 센터들의 분전이다. 이번 경기에서 토론토 주전 센터 서지 이바카는 53.8% 야투율로 18득점을, 벤치 센터 요나스 발란츄나스는 69.2% 야투율로 26득점을 올렸다.

저들의 득점이 모두 엠비드를 상대하며 올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가 엠비드를 곁에 두고 올린 것은 맞다. 게다가 토론토의 외곽 선수들마저 주저없이 엠비드의 머리 너머로 슛해 야투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즉 공수 양 진영에서 엠비드의 존재감이 매우 흐려졌던 경기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큰 존재의 엠비드이기에 앞으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필라델피아는 벤치 싸움에서도 토론토에게 크게 밀렸다. 필라델피아의 벤치 득점이 18득점이라면 토론토 쪽은 41득점이었다. 앞선 첫 맞대결에서는 39-37로 필라델피아가 앞섰지만 당시보다 선수층이 얕아진 현재 앞으로 또 열세가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런 우려 사항들이 있는 가운데 결국 해결책은 핵심 인원들의 분전이다. 버틀러는 확실히 기여할 수 있는 선수임을 증명한 가운데 시먼스와 엠비드가 반등을 이뤄야 한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시즌을 넘어 플레이오프까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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