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리그 MVP 출신의 신인 루카 돈치치(19·댈러스 매버릭스)의 출발 페이스가 남다르다. 뛰어난 개인 기록과 함께 에이스로서 이끌고 있는 팀의 성적도 좋다.

돈치치는 11월까지의 활약을 토대로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각) 트레이 영(20·애틀랜타 호크스)과 함께 이달의 신인에 선정됐다. 첫 20경기 동안 올시즌 신인들 중 가장 높은 평균 18.5득점과 함께 6.5리바운드 4.3어시스트 1.1스틸의 활약을 통해 당연할 만한 결과였다.

그리고 엉덩이 부상으로 2일 LA 클리퍼스전을 빠진 후 돌아와 치른 12월의 첫 경기, 4일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스전에서 돈치치는 꽤 인상 깊은 장면을 남겼다. 종료 1분여를 남겨 놓고 6점차인 상황에서 큰 보폭의 멋진 스텝 백 3점슛을 성공시켜 승부를 결정지었다.

대담한 플레이들을 통해 벌써부터 돈치치가 스타가 될 가능성을 비치고 있다. ⓒAFPBBNews = News1
111-102로 댈러스가 승리한 이 경기에서 돈치치는 팀 내 가장 높은 21득점을 42.9% 야투율을 통해 올렸고 9리바운드 3어시스트도 보탰다. 서부 컨퍼런스 7,8위를 놓고 경쟁 중인 포틀랜드와의 중요한 경기에서 신인이 가장 큰 빛을 발했다.

4일 현재 댈러스는 12승10패(승률 54.5%)로 컨퍼런스 7위에 올라 있다. 그리고 돈치치가 뛴 21경기에서는 11승10패를 남겼다. 신인이 가장 많은 평균 출전시간(33.1분)과 득점(18.6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팀의 성적치고 정말 대단한 편이다.

슬로베니아인으로서 2015년부터 스페인 리그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한 돈치치는 스페인 및 유로리그를 점령하며 이미 큰 주목을 받았었다. 하지만 유럽인에게 장벽이 되곤 하는 NBA이기에 의문을 가질 구석도 있었다. 현재 돈치치는 그 장벽을 잘 넘고 있는 것일까.

▶기대 이상의 득점 실적

유럽에서 장신 포인트 가드로서 뛰던 돈치치에게 기대했던 분야는 득점보다는 경기 운영 능력이었다. 아무래도 유럽보다 뛰어난 수비수가 훨씬 많은 NBA에서 어린 신인이 돋보이는 득점력을 발휘하긴 아직 힘들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기우였다는 듯이 돈치치는 코트 전 구역에 걸쳐 좋은 실적을 남기고 있다. 골밑에서 3점 구역에 이르기까지 돈치치는 리그 평균에 밀리지 않는 정확도를 뽐냈다.

각 구역으로 나눴을 때 돈치치의 슈팅 정확도가 리그 평균보다 낮은 곳은 제한구역 밖 페인트 구역뿐이다. 그래도 리그 평균 39.7%에 비해 돈치치의 36.5%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드리블 돌파 과정에서 수비에 막혔을 때 어쩔 수 없이 던져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성과면 훌륭한 편이다.

돈치치는 폭발적인 스텝으로 수비를 따돌리는 신체적 우위를 가지진 못했다. 대신 페이크 등으로 수비수의 역동작을 이용해 제치고 들어가는 편이다. 그리고 드리블을 통해 바스켓까지 돌파 경로가 활짝 열리는 경우도 그렇게 많진 않은 편이다.

때문에 돈치치의 슈팅들은 상당수가 수비 앞에서 던져야 하는 경우들이다. 그럼에도 이런 슈팅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돈치치가 NBA에서 살아남는 것을 넘어 스타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가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경기력에 훌륭한 열쇠가 될 수 있는 외곽 슈팅

뛰어난 외곽 슈팅 능력은 안쪽 돌파에 대해 좋은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수비가 자신의 외곽 슈팅에 신경 쓰는 만큼 따돌릴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외곽 슈팅을 드리블 과정 중에 던지는 돈치치기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현재까지 10피트(약 3m) 밖 2점 점프슛 모두를 드리블 치는 과정에서 던졌으며 3점슛은 3분의2 가량 비중이 드리블 치는 중에 나오고 있다.

이번 4일 경기의 그 스텝 백 3점슛은 돈치치가 주로 구사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이런 고난도 동작이 들어감에도 돈치치의 3점슛 적중률은 38.2%에 달하며 드리블 친 직후 던지는 3점슛에서는 39.2% 적중률에 달한다.

▶턴오버 줄이기가 과제

돈치치가 수비를 맞닥뜨렸을 때 좋은 슈팅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훌륭한 신호지만 패스에 있어서는 우려되는 장면들이 나오고 있다. 많은 턴오버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인들 중 돈치치보다 많은 경기 당 4턴오버를 범하고 있는 영이 있긴 하지만 영은 7.4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비해 돈치치는 경기 당 4.2어시스트를 기록하는 한편으로 3.7턴오버를 범하고 있다. 리그 전체 9번째로 많은 개인 턴오버이기도 하다.

볼 핸들링에 있어 아직 갈고 닦을 부분들이 있지만 창의적 플레이들을 자제할 필요는 없다. ⓒAFPBBNews = News1
주력 볼 핸들러 돈치치의 턴오버들 중 가장 큰 비중이 패스가 잘리는 장면들이다. 동료에게 준다는 것이 상대 수비수의 손에 넘어가는 경우들이다. 현재까지 총 77턴오버 중 35턴오버가 이런 종류에 속한다.

국제대회에서 다른 나라들이 NBA 선수들로 구성된 미국 팀을 상대할 때 겪는 가장 첫 어려움이 생각보다 빠르게 뻗어오는 수비수의 손이다. 유럽에서 뛰다 온 돈치치에게도 현재 이런 장벽이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경기를 치를수록 턴오버가 줄어드는 경향에 있다는 사실이다. 첫 11경기 동안에는 평균 4.2턴오버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6턴오버 2경기, 5턴오버 3경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 뒤의 10경기에서는 평균 3.2턴오버로써 5턴오버 이상 범한 적이 없다.

평균 4턴오버를 넘었던 당시에는 꽤 심각하게 볼 문제였지만 3.7턴오버로 줄은 현재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통하고 있는 프로 경력

나이와 경력 측면에서 돈치치는 두 가지의 색을 갖고 있다. 아직 10대 나이의 신인, 또는 3시즌이 넘는 프로 이력을 지닌 경력자. 이 중에서 현재까지는 프로 경력자로서의 모습이 더 나오고 있다.

때때로 턴오버가 나오는 아쉬움이 있지만 돈치치가 수비를 가까이 뒀을 때 대처하는 모습에서는 침착성이 묻어나오고 있다. 때문에 창의적인 플레이로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장면들을 만들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경기의 모난 부분들을 다듬는 일이다. NBA 수비수들의 움직임에 갈수록 적응해야 하는 과제다. 그리고 한편으로 현재 38.6%의 3점슛 적중률이 좋은 기록이긴 하지만 잘 될 때와 안 될 때의 간극이 큰 편이다. 원거리 슈팅의 일관성을 더 가질 필요가 있다.

아직 10대 나이의 선수이기 때문에 이런 과제들은 충분히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 영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좋기도 하지만 2018년 NBA 드래프트에서 영을 5순위로 뽑은 후 영과 함께 미래 1라운드 픽을 대가로 3순위 돈치치를 트레이드 한 댈러스의 선택은 충분한 가치가 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