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버텨내는가 싶었지만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힘에 부쳐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각) 경기에서 나온 39점차 대패는 현재 처한 어려움의 극명한 상황을 보여줬다.

4연속 원정길에 오른 샌안토니오는 그 마지막 일정으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를 방문해 89-128로 패했다. 이번 4연속 원정길을 2승2패로 마감한 것은 괜찮은 듯 보이지만 최근 10경기 전적이 3승7패다. 또한 39점차 패배는 구단 역사에서 가장 큰 점수 차 패배다.

시즌 첫 11경기까지 7승4패(승률 63.6%)의 훌륭한 성적을 보여줬었지만 결국 29일 현재 10승11패(승률 47.6%)로 서부 컨퍼런스 12위까지 내려왔다. 이번 경기로 5할 승률 아래로 떨어진 샌안토니오와 반대로 미네소타는 10승11패에서 11승11패 5할 승률로 오르게 됐다.

더마 드로잔과 라마커스 알드리지의 원투 펀치가 먹히지 않는 날의 샌안토니오는 크게 힘든 경기를 가질 수밖에 없다. ⓒAFPBBNews = News1
샌안토니오는 1997~98시즌부터 지난 2017~18시즌까지 21시즌 연속 5할 승률 이상으로 마감했다. 2016~17시즌까지 보자면 20시즌 연속 6할 승률 이상이었다. 즉 전 시즌의 47승35패(승률 57.3%)가 1997~98시즌 이후로 가장 낮은 성적이었을 정도로 샌안토니오는 늘 높은 성적을 유지해왔다.

1997~98시즌 이후로 21번째 경기 시점에 샌안토니오가 가장 많이 기록한 패배가 10패였다. 즉 그 뒤로 5할 승률 아래로 떨어진 적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뜻이다.

물론 현재의 미지근한 출발을 딛고 성적이 상승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샌안토니오가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을 토대로 보자면 낙관적이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전통의 수비 강호에서 밀려난 샌안토니오

NBA닷컴에 따르면 샌안토니오는 21경기 동안 100포제션 당 110.9실점을 허용하며 수비지표 리그 24위에 그쳐 있다. 즉 수비 진영 약체로 볼 순위다.

이와 반대로 1997~98시즌부터 2017~18시즌까지의 샌안토니오는 늘 리그 상위권의 수비지표를 기록했었다. 가장 낮았던 적이 2011~12시즌의 11위(102.3)였으며 1위만 7시즌에 걸쳐 올라봤었다.

당장 전 시즌에 리그 4위(104.1)였고 2015~16시즌 및 2016~17시즌에는 2시즌 연속 1위에 오르기도 했었다. 하지만 현재는 리그 중위권도 아닌 하위권에 그치고 있다.

농구의 실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지닌 요소인 상대방 야투율에서 샌안토니오는 29일 현재 28위(47.9%)에 그쳐 있다. 샌안토니오보다 안 좋은 팀들은 피닉스 선즈(48.1%)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48.8%)뿐이다.

이와 함께 상대방 슈팅 정확도 다음으로 중요한 상대방 턴오버에서도 하위권이다. 100플레이 당 턴오버 비중인 턴오버 퍼센티지(이하 TOV%)에서 샌안토니오는 상대방으로부터 25위(12.8%)에 그치는 턴오버 비율을 끌어내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수비 뼈대들에서 하위권에 그친 샌안토니오가 버텨내고 있는 부문은 리바운드 뿐이다.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에서는 상위권인 리그 8위(73.8%)에 올라 있다.

샌안토니오에 맞서 상대방들이 손쉽게 슈팅을 시도하고 볼을 잘 안 뺏기는 이유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현재 샌안토니오의 선수단이 가지는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 득점원들이 유난히 샌안토니오 수비수들을 앞에 두고 높은 야투율을 기록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에너지 부족

현재 샌안토니오에서 평균 20분 이상을 기록 중인, 팀 내 평균 출전시간 상위 7인 중 1위(36.2분)의 더마 드로잔(29)과 3위(28.3분) 브린 포브스(25)를 제외하면 모두 30세 이상의 선수들이다.

34.5분의 라마커스 알드리지(33), 26.7분의 루디 게이(32), 25.6분의 패티 밀스(30), 22.7분의 단테 커닝햄(31), 22.3분의 마르코 벨리넬리(32) 모두 1988년 8월 이전 출생자들이다.

그리고 드로잔과 포브스도 수비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줄 신체 조건의 선수들이 아니다. 오히려 하체 운동능력에 있어선 불리한 입장에 있는 선수들이다.

이런 조건 속에서 샌안토니오가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방을 혼란에 빠트리는 장면은 나오기 힘들다. 그리고 굳이 샌안토니오의 골밑으로 침투하지 않더라도 상대방들이 외곽에서 자신 있게 슛하는 경향도 나오고 있다.

프리시즌에 샌안토니오는 가드 디전테 머리(22)를 시즌아웃 부상으로 잃는 불행을 겪었다. 올시즌 샌안토니오 선수단 중 수비 진영에서 제대로 활약해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원을 잃었기 때문에 외곽 수비에 큰 곤경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 부족 문제는 공격 진영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48분 당 포제션의 페이스 순위에서 샌안토니오가 25번째의 느린 팀에 속하기는 하지만 29일 현재 속공 득점 순위에서 29위(9득점)에 그쳐 있다. 반면 속공 실점은 20위(14.1실점)다.

그동안 유능한 코칭스태프의 대명사였던 샌안토니오지만 선수단의 한계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AFPBBNews = News1
▶반등을 기할 발판이라면

머리가 합류하기 힘든 현 상황에서 샌안토니오에 있는 주요 공백 인원들로는 왼발 피로골절로 복귀 일자가 불투명한 센터 파우 가솔(38)과 오른쪽 무릎 반월판 부상에서 곧 돌아올 예정인 신인 가드 로니 워커(20)다.

2018년 NBA 드래프트 18순위 워커는 196cm 신장 가드로서 긴 팔과 강인한 체격을 통해 수비에서 활약할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신인인 워커를 얼마나 코칭스태프가 활용할지는 미지수다.

공격 진영에서는 지난 시즌 팀을 크게 견인했던 알드리지의 부진이 눈에 띄고 있다. 전 시즌 51.0% 야투율로 평균 21.1득점을 올렸던 알드리지는 올시즌 21경기 동안 43.2% 야투율로 17.7득점에 그치고 있다.

골밑에서 미드레인지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주 공략 지점들에서 알드리지의 슈팅 부진이 나오고 있는데 여기에서 반등을 가질지가 관건이다. 만약 알드리지가 전 시즌만큼은 아니더라도 현재의 큰 부진을 털 수 있다면 보다 좋은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현재 리그 13위(108.7)의 공격지표를 기록 중인 샌안토니오는 여름에 들어온 드로잔의 맹활약에 힘입어 승리한 경우들이 꽤 있었다. 유능한 포인트 가드가 없는 샌안토니오에서 주력 볼 핸들러 역할까지 맡고 있는 드로잔은 기대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동료들의 분전이 필요한 때다. 현재 딱 5할 승률에 있는 서부 컨퍼런스 3팀이 8위 밖의 9,10,11위에 그쳐 있을 정도로 올시즌도 경쟁률은 높다. 여기에서 샌안토니오가 더 나아가지 못한다면 결국 2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란 기록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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