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경남FC의 브라질 외인 공격수 말컹은 과연 오는 12월 1일 2018 K리그 MVP를 수상하고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아니면 득점왕과 베스트11만 받게 될까.

말컹의 수상여부는 MVP투표에서 여전히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있는지 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2월 1일 오후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는 2018 K리그 시상식이 열린다. 이 시상식의 백미는 역시 MVP.

현재 후보에는 말컹, 이용(전북 현대), 제리치(강원FC), 주니오(울산 현대)가 올라있다. 3명의 외국인에 유일한 국내 선수인 이용이 대적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투표방식이 바뀌어 K리그 주장단 30%, 감독 30%, 기자단 40%의 방식으로 바뀌었다. 기자단 100%방식으로 진행되던 투표보다 조금 더 현장 목소리가 반영돼 공정함이 기대된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용, ‘일반적이었다면’ MVP받을만한 훌륭한 시즌

이용의 MVP 수상 가능성이 높이 점쳐지고 있다. 이용은 매우 훌륭한 시즌을 보냈다. 오른쪽 풀백이라는 포지션에서의 불리함을 딛고 31경기에 출전해 9도움을 기록했고 베스트11도 무려 13회로 전체 선수 중 최다를 기록했다. 11개의 도움을 기록 중인 대구의 세징야를 넘기 위해서는 경기수까지 포함해 최종전에서 3개의 도움을 해야하기에 도움왕 등극은 힘들지만 풀백이라는 포지션을 감안하면 매우 뛰어나다.

단순히 도움이라는 수치를 떠나 이용은 올시즌 K리그를 정복하는 실력을 보여줬다. 오른쪽 풀백 자리에는 적수가 없었고 그가 지킨 오른쪽 수비는 전북의 최고 강점이었다. 또한 이용은 압도적인 우승팀 전북의 유일한 MVP라는 장점도 있다. 우승팀에서 MVP가 배출되는 전례(최근 4년간 3회 MVP=우승팀)에도 어울린다.

만약 그리 특출나지 않은 선수만 있는 시즌이었다면 현대 축구의 핵인 풀백 포지션의 숨은 공로를 인정하는 차원에서도 이용은 MVP를 받을만했을 것이다.

▶국가대표 활약-인기가 들어가선 곤란… 정조국 사례도 있어

하지만 이용의 MVP 수상 가능성에 대해 언급할 때 그의 수려한 외모, 인기, 국가대표에서의 활약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곤란하다. 물론 약간의 장점은 될 수 있지만 ‘월드컵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쳐서’, ‘K리그 인기의 중심이라서’ 등의 이유는 곤란하다.

MVP의 의미는 ‘가장 가치 있는 선수’다. 인기가 가치에 포함될 수는 있지만 ‘가치=인기’는 아니다. 또한 국가대표에서의 활약을 얘기한다면 조현우(대구)가 차라리 K리그의 위상을 전세계에 떨쳤다는 점에서 더 가치 있을 수 있다. 이는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오른 후보에게도 마찬가지다.

행여 '경남은 오직 말컹에게만 골을 몰아줬기에 말컹의 26골이 가능했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같은 주장이라면 딱 2년전인 2016년 광주FC의 정조국이 31경기에서 20골을 넣고도 MVP를 탄 사례가 있다. 당시 광주는 38경기에서 41골을 넣었으니 정조국이 무려 50%에 달하는 득점을 했을 정도로 '몰빵'이 심했지만 누구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올시즌 경남은 1경기를 남기고 58골을 넣었고 말컹이 넣은 26골은 정조국의 골 빈도보다 낮은 44%수준이다. 말컹을 향한 '몰빵 축구'를 했다고 말컹이 MVP가 될 요건이 부족하다면 정조국의 MVP 수상마저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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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2위가 말컹 없었다면? 말컹이 한국 국적의 김철수 였다면?

말컹은 올시즌 31경기에서 무려 26골 5도움을 기록하며 최다득점, 최다공격포인트에 올라있다. 1경기 남은 상황에서 이 타이틀은 그대로 지켜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9번의 경기 MVP는 제리치와 더불어 역시 최다다.

국내축구영상-데이터분석업체 비주얼스포츠에 따르면 통계점수 793.8점으로 K리그 전체 선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경기당 평균 점수 순위에서도 25.6점을 받아 최상위에 있기도 했다. 2위 제리의 774.2점과는 무려 19.6점이나 차이가 난다. 이용은 745.3점으로 말컹과 48.5점차 3위였다.

말컹이 MVP를 받을만한 가장 정당한 이유는 ‘활약’임이 통계와 경남FC의 믿을 수 없는 정규리그 2위의 성적이 말해준다. 전북은 시즌 초부터 ‘압도적인 1강’으로 평가받았고 실제로 그런 모습으로 우승을 했다. 하지만 올시즌을 앞두고 K리그2에서 승격한 경남을 그 누구도 2위로 예상하지 않았다. 도리어 강등권으로 분류했고 ‘잔류가 먼저’라고 예상한 전문가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경남은 끝내 2위를 차지했고 이는 도시민구단 역사상 K리그 최고 순위다. 저예산을 쓰는 경남의 믿을 수 없는 이 성적에 말컹이 없었다면 과연 2위가 가능했을까. 많은 K리그 관계자들에게 ‘말컹이 없었다면 경남의 2위가 가능했을까’라고 물었지만 100이면 100 모두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말컹없이 경남의 2위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말컹은 ‘가치 있는’ 활약을 했다.

핵심은 말컹이 피부가 황인종에 이름이 ‘김철수’인 한국 국적의 선수였어도 MVP 수상이 불가능했을까이다. 불가능한 정도가 아닌 만장일치 가능성이 나왔을 것이 자명하다. 단지 말컹이 외국인이라, 그리고 올시즌을 끝으로 이적이 유력시되기에 MVP를 받지 못하는 것은 K리그 팬들이 목도한 놀라웠던 경남의 행보와 압도적인 말컹의 모습이 담긴 2018시즌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5년째 끊긴 외국인 MVP, 말컹도 차별받을까

2012년 FC서울 소속이었던 데얀이 무려 31골을 넣으며 서울의 우승을 이끌자 2007년 포항의 따바레즈 이후 5년만에 외국인 MVP가 탄생했다. 이후 오스마르(서울, 2016년), 조나탄(수원, 2017년) 등 뛰어나고 압도적인 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가 있었음에도 국내 선수에 밀려 MVP가 좌절됐다.

어느덧 5년째 외국인 MVP가 끊겼다. 프로농구 KBL처럼 따로 외국인선수상이 없는 현실이라면 올시즌의 말컹처럼 팀성적, 개인성적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보인 선수가 MVP를 받아야한다.

이용도 매우 훌륭한 시즌을 보냈고 제리치 역시 중위권팀인 강원에서 엄청난 득점페이스를 보였다. 하지만 말컹은 순수하게 활약도만 놓고 본다면 MVP를 받아야만 하는 시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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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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