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이지만 서부 컨퍼런스의 정상 자리도 밟아봤던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진흙탕 농구도 토론토 랩터스에겐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올시즌 현재까지 토론토가 가장 뜨거운 화력을 뿜어낸 경기의 희생양이 됐다.

멤피스 홈에서 펼쳐졌던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각) 경기에서 토론토는 122-114로 승리했다. 이로써 6연승을 이뤄낸 토론토는 18승4패(승률 81.8%) 리그 1위로서 2위 14승6패 밀워키 벅스와 3경기 차로 벌렸다.

122득점은 시즌 중 토론토가 기록한 공동 8번째로 높은 득점이지만 공격지표 측면에선 가장 높았다. NBA닷컴에 따르면 이 경기에서 토론토는 100포제션 당 128.4득점을 올린 페이스였다.

멤피스의 느린 농구에 맞춰 토론토는 시즌 중 자신들의 가장 느린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이는 토론토의 뜨거운 외곽포 앞에서 큰 의미가 없었다. 시즌 중 가장 많은 3점슛 18개를 54.5%의 성공률로 성공시키며 3쿼터 초반 17점차까지 뒤졌던 경기를 빠르게 뒤집어냈다.

이런 경기에서 24득점으로 토론토를 이끈 선수가 카일 라우리(32)였다. 57.1% 야투율과 함께 5개나 되는 3점슛을 성공시켰다. 5개 3점슛은 10월18일 개막전과 함께 올시즌 라우리의 최다 3점슛 성공 개수다.

제법 많아진 나이, 더욱 강력한 동료의 합류 등으로 인해 올시즌 라우리의 활약은 제법 하향세를 거칠 수도 있는 조건 속에 있다. 실제 2014~15시즌부터 4시즌 연속 토론토 내 평균 득점 2위에 올랐던 라우리는 올시즌 현재 3위(15.6득점)로 내려왔다.

하지만 현재 라우리의 활약이 작아졌다고 할 수는 없다. 여전히 팀의 에이스와 함께 원투 펀치를 날릴 수 있는 득점원이며 커리어 어느 때보다도 동료의 득점 기회를 살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팀의 모든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라우리는 계속해서 토론토 공격의 핵심으로서 자리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레너드 없이도 팀을 승리를 이끈 지휘자

올시즌 초반부터 토론토 랩터스가 리그 1위 자리에 올라 있는 데에는 여름에 들어온 카와이 레너드(27)의 존재감이 정말 컸다. 평균 33.6분 동안 팀 내 1위 24.3득점을 올리며 확고한 에이스로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또 10년차 베테랑 서지 이바카(29)가 보여주고 있는 뜻밖의 기록 약진도 크다. 전 시즌 48.3% 야투율 평균 12.6득점의 선수가 올시즌 현재 56.2% 야투율 16.6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득점의 크기와 득점 기회의 서열에서 라우리는 3번째로 밀려났다. 하지만 평균 15.6득점과 함께 볼 것이 28일 현재 리그 전체 1위에 올라 있는 라우리의 10.2어시스트다. 리그 유일의 두 자릿수 평균 어시스트이기도 하다.

그리고 하나 더 볼 것은 토론토는 레너드가 없다고 무너지는 팀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전 시즌 9경기만 출전했던 레너드는 여전히 건강에 대해 민감한 관리를 받고 있다. 때문에 연일 경기가 있을 때면 휴식 차원에서 빠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레너드가 현재까지 6경기를 빠졌는데 이때의 전적이 5승1패다. 자신들을 바짝 쫓고 있는 밀워키에게 당했던 109-124 패배가 유일했다. 이 15점차 패배를 포함시켜도 레너드 부재 6경기 동안 점수 마진이 평균 11.8점차였다. 시카고 불스전의 39점차는 토론토의 시즌 중 최다 점수 차 승리이기도 하다.

그 6경기 동안 라우리의 기록이 평균 17.5득점 13어시스트다. 득점원으로서는 11개 야투를 실패한 밀워키전처럼 부진에 빠진 경기들도 있었지만 포인트 가드이자 제1의 볼 핸들러로서는 꾸준하게 확실한 활약을 해줬다.

▶레너드 유무에 상관없이 꾸준한 경기력

3점슛 중 일부를 제외하면 라우리는 드리블 돌파를 통해 득점 기회를 스스로 만든다. 이런 측면에서 레너드가 같이 코트 위에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는 라우리의 득점 효율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레너드와 공유한 총 488분 동안 라우리는 46.5%의 야투율로 경기 당 12.3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레너드가 경기에 나오지 않거나 벤치에 있던 256분 동안에는 46.0% 야투율로 경기 당 6.7득점을 올렸다. 레너드와 같이 뛸 때 살짝 좋긴 하지만 야투율 차이가 크지 않다.

36분 당 기준으로는 레너드와 같이 할 때 14.5득점, 같이 하지 않을 때 20.6득점으로 예상대로 더 적극적인 득점 가담에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시스트도 마찬가지다. 레너드가 있을 때 36분 당 9.5어시스트라면 같이 하지 않을 때는 13.5어시스트다.

6시즌을 함께한 절친 동료 더마 드로잔이 트레이드로 떠난 섭섭함과 별개로 라우리는 전입생 레너드와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AFPBBNews = News1
▶더 적극적으로 동료의 득점 기회를 모색

커리어 전체 측면에서 보자면 라우리를 두고 동료의 득점 기회를 듬뿍 창출해주는 포인트 가드라 말하긴 어렵다. 전 시즌까지 라우리의 커리어 평균 어시스트가 5.9어시스트였고 가장 높았던 적이 8년차 2013~14시즌의 7.4어시스트였다.

더욱이 최근 시즌들 동안 토론토는 동료끼리 많은 패스를 하며 어시스트를 적립하기 보다는 각자 스스로 득점할 공간을 마련해 주는 데에 더 초점을 맞췄던 팀이다. 때문에 현재 라우리가 기록 중인 평균 10.2어시스트는 매우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올시즌 경기 당 55.9회 패스를 하고 있는 라우리가 전보다 유난히 더 많은 패스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올시즌 현재 평균 33.7분보다 적은 32.2분을 뛰었던 지난 시즌 라우리는 57.5회의 패스를 했다. 실제 그 전 시즌들 동안에도 라우리는 더 많은 패스를 했었다.

달라진 것이라면 기회를 가진 동료에게 가는 패스의 빈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며, 또 하나가 동료들이 더 정확하게 야투 성공으로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NBA닷컴에서는 그 패스를 받은 동료가 야투를 성공시켰을 경우 어시스트로 기록될 패스를 잠재적 어시스트(Potential Assist)라고 정의한다. 이 잠재적 어시스트에서 올시즌 현재 라우리는 최근 시즌들 중 가장 높은 15.1회를 기록 중이다.

그리고 그 잠재적 어시스트 가운데 실제 기록되는 어시스트 비중이 가장 많은 시즌이기도 하다. 실제 올시즌과 거의 비슷한 경기 당 잠재적 어시스트 14.3회를 기록했던 2013~14시즌 라우리의 어시스트는 평균 7.5어시스트였다. 반을 넘기기 바빴다.

2013~14시즌 토론토 동료들이 라우리의 패스를 받은 뒤 기록했던 야투율이 42.1%였다. 이에 비해 올시즌은 49.4%다. 라우리의 연결이 더 확실한 기회들로 연결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며 동료들이 더 잘 성공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렇다면 라우리의 패스를 가장 확실하게 득점으로 연결시키고 있는 동료는 누구일까. 이바카다. 올시즌 56.2%의 야투율을 기록 중인 이바카는 라우리의 패스를 받은 후에 58.6% 야투율을 기록 중이다.

그리고 라우리의 10.2어시스트 중 가장 많은 비중이 이바카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바카에게 준 경기 당 9.4회의 패스 중 3.1어시스트가 나오고 있다. 그 다음이 경기 당 7회 패스 중 1.7어시스트로 연결되고 있는 센터 요나스 발란츄나스(26)다.

올시즌 라우리는 레이업 성공률 65.5%라는 매우 높은 골밑 마무리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바스켓으로부터 5피트(약 1.5m) 안쪽에서 67.2%라는 드높은 결정력을 기록 중이다. 이처럼 돌파했을 때 위협적인 선수로서 상대방이 라우리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할 수가 없다.

이렇게 여전히 날카로운 창인 라우리는 토론토의 공격력에 있어 핵심인 선수다. 공격지표 리그 2위(114.3)에 올라 있는 팀의 포인트 가드로서 올시즌 라우리는 또 다른 장을 쓸 수도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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