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2018 KBO리그가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막을 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각 구단들의 시선은 2019시즌으로 향해 있다.

특히 기존 외국인 선수들과의 작별을 일찌감치 결정한 구단들도 있고, 새로운 얼굴과 계약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외국인 선수 구성에 변화를 준 팀들의 경우 소위 ‘로또 대박’을 기대하는 심정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기존 외국인 선수가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고 하더라도 결국 확실한 변화를 주지 않으면 현재의 위치에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어렵기 때문에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결단을 내렸다.

외부 FA 영입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상 각 구단들이 내릴 수 있는 비시즌 최대 변화이자 반등 기대 요소는 결국 외국인 선수 교체다.

FA 특급 선수 영입은 쉬운 일도 아니며 막대한 출혈이 뒤따르기도 한다. 효율적인 측면까지 감안하면 새 외국인 선수 물색에 집중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기존 소속팀과의 이별이 확정된 샘슨, 버나디나, 소사. 스포츠코리아 제공
▶샘슨-버나디나-소사, 이대로 KBO리그 떠날까

하지만 새 외국인 선수의 경우 말 그대로 검증된 것이 많지 않다. 해외에서의 화려한 커리어가 KBO리그에서의 성공으로 반드시 연결되지는 않음이 수많은 과거 사례들을 통해 입증됐다.

외국인 선수 기량 부족으로 마음고생을 했던 팀이라면 오히려 KBO리그에서 검증된 실력자들을 영입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기존 팀과 이별이 확정된 외국인 선수 중에서도 여전히 가치가 있는 자원들이 올해는 제법 많은 편이기도 하다.

한화에서 뛰었던 투수 샘슨이 이에 해당될 수 있는 선수다. 샘슨은 2018시즌 13승8패 평균자책점 4.68의 성적을 남기며 한화 에이스로 제 몫을 다해냈다.

한화 역시 샘슨의 기여도를 잘 알고 있지만 새 투수 서폴드를 오래 전부터 주목해왔고, 보다 안정적인 이닝이터의 필요성을 느껴 고민 끝에 샘슨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물론 샘슨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은 있다. 제구력이 좋지 않은 편이고 주자가 쌓였을 때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시즌 막판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도 불안 요소 중 하나다.

다만 195탈삼진을 기록해 전체 1위에 오를 만큼 구위가 압도적이며 1991년생으로 아직 발전의 여지가 남아 있다.

한화 타선 전력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구단 최다승 투수에 등극했다는 점, 경기 외적으로 성실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 성적 대비 이번 시즌 몸값이 저렴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충분한 매력이 있다. 제구를 확실하게 다듬을 자신이 있는 팀이라면 영입을 검토할 가치가 있다.

버나디나 역시 KIA가 해즐베이커를 새 외국인 타자로 영입하면서 새로운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270경기에서 타율 3할1푼5리 47홈런 181타점 224득점 출루율 3할8푼3리 장타율 5할1푼5리 64도루를 기록하며 충분히 검증이 됐다.

물론 첫 시즌에 비해 장타력이 감소했고, 도루 실패 빈도가 늘어나는 등 노쇠화의 징조가 포착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2018시즌 WAR(대체선수대비 승리 기여도) 4.55로 외야수 전체 8위에 올랐고, 이는 한화의 복덩이로 자리 잡은 호잉(3.72)을 넘어서는 수치라는 점에서 버나디나를 그대로 지나치기 쉽지 않다.

LG 역시 새 외국인 투수 켈리 영입에 이어 22일 윌슨과의 재계약을 발표하면서 소사에게는 4년 만에 결별을 통보하게 됐다.

소사는 2018시즌 9승9패로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에는 실패했지만 평균자책점(3.52)과 소화 이닝(181.1)에서 나란히 전체 3위에 올랐다. 탈삼진 역시 샘슨에 이어 181개로 2위다.

특히 소사는 7시즌 동안 3개 팀을 거치며 니퍼트와 함께 대표적인 장수형 외국인 선수로 활약해왔고, 4시즌 동안 꾸준히 180~200이닝 가까이 책임진 이닝이터다. 충분히 타 팀의 관심을 받을만한 능력을 장기간 보여줬다.

니퍼트, 피어밴드도 KT와의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하며 최소 1명은 팀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재계약의 기로에 선 니퍼트-피어밴드

11월 22일 현재 이별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재계약이 불투명한 선수들 중에서도 기존 소속팀의 최종 결정에 따라 타 구단으로 둥지를 옮길 선수가 나올 수 있다.

KT에서 뛰었던 니퍼트, 피어밴드가 대표적 예다. 이미 KT가 19일 투수 알칸타라를 새롭게 영입하면서 최소 1명은 반드시 팀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며, 21일 또 다른 투수와도 접촉 중임을 밝혔기 때문에 투수 2명을 모두 교체할 가능성도 높다.

니퍼트, 피어밴드 모두 8승8패에 4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과거에 비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나이 역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요소다.

그러나 니퍼트의 경우 외국인 투수 최다인 통산 102승이라는 결과물에서도 나타나듯 더 이상의 검증조차 필요하지 않은 커리어를 밟았다. 캠프 도중 어깨 통증으로 시즌 출발이 늦은 편이었음에도 20번의 퀄리티스타트와 175.2이닝을 소화해 꾸준함을 입증했다.

피어밴드도 불과 지난해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투수이며 KBO리그에서 4시즌을 뛰었기 때문에 빠른 적응이 가능하다. 니퍼트, 피어밴드 모두 각각 두산, 넥센 시절에도 드러났듯 타선 및 수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팀이라면 올해보다 훨씬 더 많은 승리를 책임질 가능성이 높다.

KIA와 두산 시절의 레스. 스포츠코리아 제공
▶과거 재취업 선수들의 성공·실패 사례

과거 두산은 2001년 KIA에서 7승9패 평균자책점 4.34에 그쳤던 레스를 영입했다. 큰 기대가 모아진 편은 아니었지만 이듬해 레스가 16승8패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하며 대반전을 불러왔다. 레스는 이후 2004년 17승8패 평균자책점 2.60을 기록해 또 한 번 두산을 웃게 만들었다.

또한 나이트도 2009, 2010시즌 삼성에서 2년 연속 6승에 그쳤지만 넥센으로 팀을 옮긴 뒤 복덩이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12시즌 16승4패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남겼고, 현재는 넥센 투수코치로도 투수 성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재취업을 이뤄낸 외국인 선수가 반드시 옮긴 팀에서도 좋은 모습만 보여준 것은 아니다. 2006, 2007시즌 삼성에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낸 브라운은 2008시즌 LG에서 1승5패 평균자책점 7.93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고, 2012~2014시즌 롯데에서 3년 동안 38승을 따낸 유먼도 2015시즌 한화에서는 4승6패를 기록한 뒤 시즌 도중 팀을 떠나야 했다.

결국 어느 정도 검증을 받은 선수라 하더라도 몸상태, 나이, 동료 및 구장과의 궁합, 새 팀에서의 적응 등 여러 요소에 따라서 성공과 실패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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