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용기가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특정감사에서 부조리들이 밝혀지고 컬링이 바뀔 수 있도록 하고 싶은 마음이다.”

팀 킴(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이 호소문을 보내고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컬링의 어두운 민낯을 모두 밝히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혹자는 결국 돈을 둘러싼 갈등이 아니냐고 묻는다. 사실 전혀 틀린 말이라고는 볼 수 없다. 팀 킴은 상금 통장이 대한컬링경기연맹 김경두 전 부회장의 이름으로 개설된 점, 상금을 제대로 배분받지 못한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그것이 호소 및 폭로의 궁극적인 이유는 결코 아니다. 팀 킴은 이번 호소의 가장 근본이 된 원인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더 이상 팀 킴은 존재할 수 없고 운동을 그만둬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용기를 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바로 팀 킴을 지키는 일이다. 소속팀을 옮기는 등 떠나는 방법은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본인들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 팀을 분열시키려고 하는 소위 ‘팀 킬’을 일삼는 감독단이 아닌 팀을 제대로 훈련시켜주고 이끌어주는 ‘팀 힐’을 도맡을 감독단이 필요했다. 팀 킴은 훈련원이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선수와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완벽하게 분리될 수 있기를 희망했으며, 컬링 선수로서 운동을 계속하고 베이징 올림픽에서 더 큰 목표에 도전하고 싶은 뜻을 드러냈다.

돈과 관련된 문제는 그들 역시 확실하게 알고 있는 부분이 없다. 팀 킴은 의성군민 격려금에 대해 “다른 여거 기관으로부터 들어온 기금이 있는데 행방을 알 수 없다. 금액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상금을 받지 못한 부분에 대한 증빙이 있는지를 물었을 때에도 “월드투어 컬링 홈페이지에 대회 결과들이 나와 있다. 3년 간 1억원 정도의 상금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어떻게 환산돼 통장으로 들어오는지 중간에서 들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상금 배분과 관련된 질문에는 오히려 철저하게 준비가 갖춰지지 않은 느낌의 답변들이 많았다. 팀 킴은 그보다 상금, 격려금 등의 행방을 알고 싶다는 언급을 수차례 남겼으며, 사용 내역에 대해 동의 없이 일방적 통보를 받은 사실에 상처를 받은 모습이었다. 특정감사에서 통장 사본, 영수증, 잔액의 현황과 세부 사용 내역이 밝혀지기를 희망했다.

특히 김은정은 상금, 훈련비 등이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는 정확을 포착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우리가 꼭 말하고 싶은 내용은 상금 통장에서 얼마를 횡령했나와 같은 부분이 아니다”고 강조한 뒤 “상금 통장의 존재 자체가 궁금하다. 국가대표 지원금을 받았는데 왜 상금 통장을 훈련비로 사용하는지 밝혀져야 한다. 왜 분배하지 않고 항상 돈이 없다고 강조했는지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팀 킴은 “감독단에서는 우리 호소문의 많은 내용 중 일부에 대해서만 박박을 하고 있다”며 “정작 중요한 폭언과 억압에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는 전면부인하고 있다. 그리고 훈련, 팀 사유화 인권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며 실질적으로 이러한 문제점들이 세세히 밝혀지는 것을 원하고 있음을 밝혔다.

팀 킴 역시 평창 올림픽 이전에는 김경두 전 부회장 일가와 가족처럼 함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들의 욕심에 의해 모든 것이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았고, 컬링의 발전을 바란다는 말과는 위배되는 행동들에 큰 실망을 느껴야 했다.

물론 김경두 전 부회장, 김민정 감독과 대화도 시도해봤다. 하지만 그 때마다 근본적 이유가 아닌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잘 해야 한다”는 말만 돌아왔으며, 민감한 사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경우 선수들을 배제시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결국 팀 킴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받아왔던 좌절감과 고통들을 세상에 알리는 선택지 밖에 남지 않았다.

오는 19일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경북체육회, 대한체육회와 공동으로 이번 사안에 대해 특정감사를 벌일 예정이다. 문체부는 감사를 통해 팀 킴 호소문의 진실 여부를 밝히고 경북체육회 컬링팀, 대한컬링경기연맹, 의성 컬링훈련원 운영 등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모든 폭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선수 생명을 걸고 용기를 낸 팀 킴이 앞으로의 꿈에 다시 전념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따뜻한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호소문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소망도 결국에는 ‘팀 킬’이 아닌 ‘팀 힐’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