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서지연 기자] 여자 컬링 ‘팀 킴’의 올림픽 은메달 신화는 겉으로만 아름다웠던 것일까.

‘팀 킴’의 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는 최근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에게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김민정 경북체육회 컬링 감독에게 받아온 부당한 처우에 대해 호소문을 보냈다. 지난 8일에는 공중파 뉴스를 통해 그동안 행해졌던 부당한 처우들을 직접 밝혔다.

(왼쪽부터) 장반석 감독,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직무대행,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 피오나 히슬롭 스코틀랜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여자 컬링 김선영 선수, 김영미 선수, 김민정 코치. 연합뉴스 제공
▶선수 측 “대회 출전 저지, 김민정 감독을 선수로 투입, 선수에 대한 욕설, 인터뷰 통제, 사적 이용”

팀 킴의 주장 김은정은 “김경두 교수님께서 선발전이 임박했는데도 선발전 준비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신청 마감 하루 전에 지금껏 힘들었으니 올해는 쉬어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올림픽 전 개인 면담을 통해 대회는 차질 없이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며 변변찮은 이유로 훈련은 물론 대회 출전을 저지당했다고 주장했다.

그 다음날에는 매니지먼트와 얘기 후 “인기가 많아져서 선발전을 나가야한다”고 통보해 일주일 훈련하고 선발전에 나갔다고 전했다.

또 그는 “선발전 이후에도 훈련하고 있었지만 대회 일정과 관련해 언급이 없었으며 그랜드슬램 초청에 대한 얘기도 없었다. 위에서 상의 없이 취소하길래 아래 랭킹이 참가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초희의 부상으로 김민정 감독이 선수로 투입하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당사자인 김초희는 “인대가 끊어져 수술을 받기로 했다. 수술을 받고 선발전 전부터 (출전을 위해) 재활을 했다. (김)은정 언니 또한 재활을 하면 출전이 가능하다고 어필을 했었다. 하지만 `왜 네가 나서서 그러냐. 우리가 알아서 한다'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 이후 (김민정 감독으로) 바꾸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김영미는 선수들이 김경두 전 부회장에게 훈련 불참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했을 때 “개 뭐 같은x 이라고 분명히 말씀하셨다. 내 앞에서 같은 선수를 욕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당시 인터뷰를 금지 당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김선영은 “감독님이 인터뷰 할 대상을 정해줬다. 초반에는 경북체육회와 김경두 교수님에 대해 언급하라고 지시받았고 중간부터는 김경두 교수님이랑 자신의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조금이라도 다른 이야기를 하면 혼났다”고 밝혔다.

김경두 부회장의 딸이자 ‘팀 킴’의 김민정 감독에 대한 발언들도 나왔다. 팀 킴 선수들은 김 감독이 출근한 날을 세기가 더 쉬울 정도로 평소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국가대표 선발전조차 출장을 이유로 경기장에 나오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밖에도 김경애는 김민정 감독의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행사에도 불려갔다고 증언했다. 김경애는 “어린이집 행사에 참석해 학부모님들과 원장님들께 사인을 하고 행사 마지막에 나가서 인사도 했다. 반강제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불투명한 상금 운용과 관련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팀 킴’은 “15년부터 항상 훈련비 부족으로 상금을 모았다. 상금 통장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어디에 쓰이는지는 몰랐다. 훈련비가 부족할 때마다 팀에서는 어떠한 지원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장반석 감독의 반박 “상금과 팀 훈련 비용 투명하게 관리, 어린이집 행사 강제 아냐, 특정 선수 제외 아니다”

‘팀 킴’의 폭로가 공개된 이튿날인 9일 김민정 감독의 남편이자 김경두 부회장의 사위인 장반석 감독이 반박에 나섰다.

그는 “상금을 개인에게 배분하거나 선수나 지도자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선수들에게 공지한 내용이다. 2015년 선수들 동의로 김경두 부회장의 이름으로 개설한 통장으로 상금과 훈련비 등을 관리했다. 상금 통장에는 현금카드가 없어 정산이 완료된 돈만 인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격려금 사용 방안을 논의한 단체대화방 캡처 장면. 장반석 감독 제공
이어 “상금은 참가비나 장비 구입비, 항공비 등을 위해서만 사용했고 지난 7월에는 사용 내용을 확인해주고 서명도 받았다”며 선수들의 서명도 함께 공개했다.

또한 “각종 사인회와 행사에서 받은 돈은 선수들 개인 통장으로 지급됐고 격려금이나 후원금은 사용처를 두고 단체대화방에서 투표로 결정했다”며 대화내용도 공개했다.

어린이집 행사 강제 동원에 대해서는 “큰 아들의 어린이집 운동회에 김영미, 김선영, 장혜지 선수가 참석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 부탁한 것이고 긍정적인 대답도 받았다. 통화 내용도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은정을 훈련에서 제외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스킵인 김은정이 결혼과 임신 계획을 밝혀 지도자로서 당연히 새로운 스킵을 찾아야했다. 그래서 훈련을 진행한 것이지 특정 선수를 팀에서 제외하기 위함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 김은정의 성화봉송 참가를 막았다는 주장에 대해 “세계선수권 출국 전에 마쳐야 하는 광고 촬영이 약속돼 있었기에 참가가 어렵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성화봉송이 아니라 성화 점화 주자라는 연락을 받아 김은정에게 이야기해 참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상황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한국 최초 컬링 메달 획득으로 ‘컬벤져스’라는 별명을 얻었던 한국 여자 컬링팀의 폭로로 문체부와 대학체육회는 12일 합동으로 감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 매체에 따르면 경북컬링협회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선수들의 주장을 반박한 컬링 지도자들이 사태를 더욱 키우고 싶지 않다. 감사에는 충실에게 임하되 현시점에서는 한발 물러나는 것이 체육회나 컬링협회에 최선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김민정 감독은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 ‘갑질을 행한 김경두 전 부회장과 김민정 감독을 처벌해 달라’ 등의 국민 청원이 등장하며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어 논란의 불씨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팀 킴’의 용감한 발언으로 경북체육회 소속으로 8년간 컬링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이동건의 추가적인 폭로가 나왔다.

그가 활동했던 당시에도 언론 접촉에 엄격한 통제를 받았으며 김경두 전 부회장을 공적으로 내세우도록 강요했고 본인의 권한에 이의를 제기하면 선수들을 방출했다고 폭로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