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류현진(31)이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하고 1년 1790만달러의 금액에 2019시즌도 LA다저스에서 뛸지, 아니면 신인지명권을 내줘야하는 불리한 신분으로 FA시장에 나올지 결정해야하는 시간이 하루도 남지 않았다.

과연 류현진은 다저스에 남을까, 아니면 새둥지를 찾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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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7시면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받은 7인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수락 혹은 거절 여부를 밝혀야한다.

하루도 남지 않은 시간동안 참 많은 고민을 하게될 류현진 측에 가장 걸리는 것은 거절할 경우 행여 FA미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하면 류현진을 영입하는 구단은 다저스에 신인드래프트 상위 지명권과 국제 유망주 계약금 중 일부를 내줘야한다.

국제 유망주 계약금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신인 지명권과 함께 이 권리까지 내주고 류현진을 영입하기에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지에서도 대체로 류현진이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류현진이 잔류해야하고 잔류한다면 이점은 무엇일까.

▶압도적인 홈성적과 다저스타디움의 이점

류현진은 올시즌 홈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5, 원정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58로 불균형이 컸다.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도 홈에서 평균자책점 2.85, 원정에서 3.56으로 0.7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류현진이 다저스타디움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적응돼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도 있지만 실제로 다저스타디움은 2018시즌 파크팩터 득점부문에서 30개 구장 중 26위(0.872)로 매우 낮았다.

다저스타디움은 예전부터 투수 친화적인 구장으로 유명했고 실제로 따뜻한 날씨, 여전히 넓은 파울 구역 등으로 인해 투수들이 선호하는 구장이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 시즌 경기 중 절반을 치를 수 있는 다저스타디움을 떠나는 것은 류현진에게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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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가 욕먹는 퀵후크-많은 휴식 부여, 선수에겐 도움

다저스는 시즌 내내 지나친 퀵후크(투수 조기 강판), 지나치게 선발 투수진이 많아 등판 간격이 길어지는 문제 등으로 비난을 받아왔다. 류현진 역시 이에 대한 아쉬움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길게보고 오직 투수 관점에서 보면 퀵후크는 기록관리면에서 수월하다. 많은 이닝을 던지다보면 실점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적은 이닝동안 적은 실점을 한 상황에서 교체되면 개인 기록 관리면에서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또한 선발투수가 너무 많아 가끔은 10일 휴식을 해야하는 아쉬움은 선발투수 입장에서 혹사가 없다는 점에서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많은 이닝을 목표로 한다면 아쉬운 팀 정책일 수 있지만 적당한 이닝을 잘 막는 선발투수의 방향으로는 다저스가 적합한 장소다.

게다가 다저스는 매시즌 월드시리즈를 노릴 수 있는 강팀이다. 선수로써는 우승반지를 끼어보는 것이 꿈. 그 꿈에 현실적으로 매년 도전할 수 있는 팀에 있는 것만으로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걱정되는 FA미아와 스캇 보라스의 내리막

2018시즌을 앞두고 3루수 마이크 무스타커스는 호기롭게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했다. 3루수로 38홈런에 올스타 선정까지 최고의 시즌을 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인 지명권을 내줘야한다는 부담감에 3월까지 계약하지 못했고 결국 무스타커스는 원소속팀 캔자스시티 로얄스와 1년 550만달러라는 굴욕적인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퀄리파잉 오퍼를 승낙했다면 1740만달러를 받는 것이었지만 3분의1이 깎인 금액에 사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FA미아가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퀄리파잉 오퍼 제시를 받았던 선수를 영입할 경우 내주게 되는 지명권과 국제 유망주 계약금의 가치를 워낙 높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과 하필 올시즌 류현진 외에도 초대형 FA 고객들이 있어 류현진에게만 신경쓸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한다.

당장 지난해 보라스의 고객 중 FA로 나온 선수 중 대형 계약을 맺은 선수는 소수였다. 스프링캠프 직전인 2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에릭 호스머가 8년 1억4400만달러, 스프링캠프가 시작한 지 2주가 지나 J.D. 마르티네스가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1억1100만달러, 스프링캠프 4주차에 제이크 아리에타가 3년 7500만 달러에 계약한 바 있다.

이외에 카를로스 곤잘레스, 마이크 무스타카스, 카를로스 고메즈가 FA재수와 다름없는 1년 계약에 그쳤고 내셔널리그 세이브 1위였던 그렉 홀랜드는 4월에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1년 계약을 맺었다.

모두 A급 선수들이었기에 '보라스가 협상능력이 떨어진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이 의구심은 이번 스토브리그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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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번 FA에서 보라스가 진짜 신경써야하는 것은 류현진이 아니라 브라이스 하퍼다. 현재 하퍼는 4억달러 계약설이 나돌 정도로 메이저리그 역대 1위 계약을 노리고 있다.

하퍼 뿐만 아니라 류현진의 업그레이드버전으로 평가받는 좌완 댈러스 카이클도 FA로 나왔는데 그 역시 보라스 고객이다. 보라스 입장에서는 큰 매물에 신경쓰느라 류현진에게 얼마나 신경을 쓸지 의문이다. 한때 보라스의 고객이었던 김병현은 그리 큰 FA가 아닌 자신에게 소홀히 대하는 것을 느껴 에이전트를 교체한 적도 있었다.

결국 보라스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 하퍼와 카이클 등 초대형FA가 함께 FA에 나올 수도 있기에 보라스 입장에서는 일단 류현진은 퀄리파잉 오퍼를 받는 것으로 정리하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류현진이 퀄리파잉 오퍼를 받는다면 놀랍지 않지만 거절한다면 현지에서나 국내에서나 매우 놀랄 수밖에 없다. 결정의 시간은 13일 오전 7시까지다.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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