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던 덴버 너겟츠의 출발이 뜨겁다. 1976~77시즌과 함께 구단 역사 최고의 첫 10경기 성적 9승1패를 기록 중이다.

이런 뜨거운 출발에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각) 보스턴 셀틱스전은 고비였다. 1쿼터에 최대 18점차까지 뒤지기도 했고 상대방 에이스 가드 카이리 어빙이 76.5%의 야투율로 31득점의 매서운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덴버에서 더 무서운 가드가 나타났다.

3년차 자말 머리(21)가 커리어 최고 경기 기록인 48득점을 올리면서 팀의 115-107 승리를 이끌었다. 머리의 종전 최고 경기 득점은 2017~18시즌 1월의 38득점이었다. 게다가 앞선 9경기 동안 42.6% 야투율 평균 15.7득점의 기록을 감안하면 꽤나 깜짝 활약이었다.

단단한 보스턴의 수비를 상대로 머리의 맹렬한 돌파 공격이 통하며 덴버의 짜릿한 홈 역전승이 나왔다. ⓒAFPBBNews = News1
그래도 어쨌든 제때에 나온 머리의 활약을 통해 덴버는 5연승과 함께 9승1패로 서부 컨퍼런스 2위에 올랐다. 덴버의 앞에는 10승1패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만이 있다. 현재 리그에서 1패만 기록 중인 4개 팀 중 한 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정말 덴버는 2시즌 연속 컨퍼런스 9위에 그쳤던 설움을 푸는 것을 넘어 서부의 정상권 팀으로서 탈바꿈한 것일까. 지난 시즌의 휴스턴 로켓츠처럼 골든스테이트와 순위 싸움을 할 팀으로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 별다른 영입 움직임이 없었음에도 지금과 같은 쾌조의 출발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비 실적의 극적인 향상

2013~14시즌부터 2017~18시즌까지 5시즌 연속 수비 실적 리그 하위 10팀에 속했던 덴버가 올시즌 초반에는 리그 상위 10팀 안에 들었다.

NBA닷컴에 따르면 6일 현재 덴버는 100포제션 당 101.8실점으로 리그 3위의 수비지표를 기록 중이다. 이는 전 시즌 리그 23위(109.9) 실적에 비해 극적인 상승이다. 2016~17시즌에는 29위(111.7)에 그치기도 한 팀이었다.

2015~16시즌부터 부임한 사령탑 마이크 말론 감독부터 직접 코트 위에서 뛰는 선수들까지 덴버는 인원 변경이 거의 없이 올시즌에 돌아왔다. 올시즌 출전 시간을 받고 있는 이들 중 지난 시즌 덴버 선수로서 뛰지 않았던 선수들에는 각자 3경기 평균 2.3분 출전만 기록한 신인들인 드본 아쿤퍼셀(25)과 토마스 웰시(22)뿐이다.

즉 현재 덴버의 실질적 전력은 모두 최근 시즌들 동안 덴버에서 뛰어왔던 선수들이었는데 이처럼 극적인 수비 실적 향상을 보인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현재 덴버는 농구의 수비에서 필요한 4대 요소 모두에서 리그 상위권 숫자를 기록 중이다. 상대방 슈팅 정확도 단속(10위), 상대방 턴오버 유발(7위),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2위), 상대방 자유투 단속(11위) 모두 덴버가 좋은 수비 실적을 내고 있는 이유들이다.

이 중 덴버가 극적인 향상을 기한 요소는 상대방 슈팅 정확도 단속과 턴오버 유발이다. 슈팅 정확도와 턴오버는 농구의 4대 요소 중 우선순위를 가지는 두 요소들이다. 여기에서 덴버는 지난 시즌 각각 26위와 22위에 그쳤었다.

백업 센터 메이슨 플럼리가 코트 위에 나설 때 덴버는 가장 좋은 수비력과 리바운드 점유를 보여준다. ⓒAFPBBNews = News1
▶득점 실적은 전 시즌에 비해 주춤

머리가 63.3% 야투율로 48득점을 올렸어도, 센터 니콜라 요키치(23)가 시즌 2번째 경기에서 100% 야투율 35득점을 올렸었어도, 덴버의 팀 화력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공격지표로 보자면 6위(111.3)에 올랐던 전 시즌보다 하락한 9위(111.1)에 자리했다. 또한 4위(112.1)에 올랐던 2016~17시즌에 비해서도 단계적 하락을 보고 있다.

하지만 말이 하락이지 리그 9위면 상위권의 좋은 실적이다. 공격과 수비 양쪽에 쏟는 에너지의 균형점을 찾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다.

팀 내 선수 사이의 득점 분포는 늘 그래왔듯 고루 퍼져 있다. 여전히 평균 20득점 이상의 단독 에이스는 없는 가운데 6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평균 득점을 올리고 있다. 6일 현재 머리(18.9득점), 개리 해리스(18.3득점), 요키치(17득점), 윌 바튼(16.5득점), 폴 밀샙(12.7득점), 트레이 라일스(10득점) 순이다.

현재 덴버가 슈팅이 아주 좋은 팀은 아니다. 야투율은 리그 10위(46.5%)지만 3점슛 적중률이 26위(31.5%)여서 3점 야투에 1.5의 가중치를 둔 계산법 이펙티브 필드골 퍼센티지(eFG%)에선 17위로 뚝 떨어진다.

대신 리그 10위의 턴오버 비중(14.0%)과 함께 1위 정상에 오른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32.6%)을 통해 덴버는 상대방보다 많은 공격기회를 가지고 있다. 자신들의 경기 당 야투 시도가 89.9회라면 상대방은 84.7회, 자신들의 자유투 시도가 25.7회라면 상대방은 21.9회다.

상대방에 따라 성과가 크게 갈리는 아쉬움이 있지만 여전히 요키치는 덴버의 중심축이다. ⓒAFPBBNews = News1
▶일정 측면에서 도움을 받았나

현재까지 덴버는 홈에서 6경기, 원정에서 4경기를 치렀다. 이런 가운데 덴버가 상대한 10팀 중 6일 현재 5할 승률 이상의 팀들은 4팀이다. 어느 정도 일정의 도움을 받은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비교적 쉬운 일정 때문에 9승1패를 기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이 현재까지 골든스테이트의 유일한 패배가 덴버로부터 나왔다. 2점차로 신승을 거둔 그 경기에서 덴버는 골든스테이트가 현재까지 가장 적은 98득점에 그치게 만들었다. 리그 평균 득점 1위(123.5득점)의 팀을 유일하게 식게 만들었다.

덴버가 현재처럼 9할 승률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현재 기대보다 주춤하고 있는 팀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덴버가 플레이오프 진출을 넘어 상위 시드를 차지할 가능성이 충분히 보이고 있다.

이제 앞으로의 관건은 수비 쪽 성과 유지다. 득점력은 원거리 화력이 살아난다면 더욱 오를 가능성이 있는 대신 수비 쪽에서 무너지면 불안한 승패 양상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상당수의 주요 출전 인원들이 아직 25세 아래의 젊은 팀에게 현재와 같은 집중력이 유지될 필요가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