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결과는 한 팀에 대한 인상을 크게 좌우한다. 때문에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4연패 스윕으로 하위 시드에게 반격을 당했던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결과의 영향 때문인지 여름 동안 포틀랜드에 대한 전망은 썩 좋지 못했다. 전 시즌을 서부 컨퍼런스 3위로 마감한 팀이었어도 올시즌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할 것이라 점친 매체들도 나왔다.

최대 매체인 ESPN의 경우 8월에 낸 순위 예상에서 포틀랜드를 서부 컨퍼런스 10위로 내다봤었다. 43승39패의 나쁘지 않은 예상 성적이지만 강팀들이 즐비한 서부에서 포틀랜드가 6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루긴 힘들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일단 현재로써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비관적이지 않다. 3연승을 달리다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각) LA 레이커스에게 110-114로 일격을 당했지만 바로 다음날 5일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게 111-81, 30점차 대승을 거뒀다.

정예 인원들이 거의 그대로 남은 포틀랜드는 여전히 서부의 강호로서 인정받기에 충분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이로써 7승3패로 지난 시즌을 마감했던 컨퍼런스 3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리그 순위에서는 7위에서 5위로 상승했다. 이제 겨우 첫 10경기지만 출발이 좋다.

승패 숫자보다 중요한 것이 경기들을 치르며 보여준 내실의 숫자들이다. 여기에서도 포틀랜드는 여전히 서부의 강팀으로서 건재할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포틀랜드가 그동안 어떤 숫자들을 보여준 것일까.

▶공수 균형에서 호성적일 수밖에 없는 숫자

아직 팀들이 10경기가량을 소화한 시점이기 때문에 현재의 실적이 4월 시즌 종료까지 이어진다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단단한 내실을 통해 쉽게 꺾이지 않을 기세를 보여주는 팀들이 있다.

포틀랜드가 그런 팀들 중 하나다. 득점력도, 실점 단속도, 양쪽 모두에서 좋다.

NBA닷컴에 따르면 10일 현재 100포제션 당 득실점을 의미하는 공격 및 수비 양 지표에서 포틀랜드는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공격지표 리그 5위(113.5)인 동시에 수비지표도 5위(104.6)다. 공격지표에서 수비지표를 뺀 지표 순이익(8.9)에서는 승패 성적보다 좋은 리그 4위다.

포틀랜드가 당한 3패 중 두 자릿수 점수 차의 패배는 없다. 1점차, 4점차, 9점차로만 졌다. 반면 승리에서는 개막전 9점차 승리를 제외하고 모두 두 자릿수 승리들이었다. 30점차 승리의 5일 경기에서는 미네소타에서 지미 버틀러와 데릭 로즈 등이 뛰지 않았던 혜택을 보긴 했지만 확실한 우위를 보여줬다.

▶인원 변동이 크지 않은 가운데 나온 성장

여름 동안 포틀랜드가 거친 인원변화는 크지 않았다. 벤치에서 각자 평균 20분가량을 소화했던 에드 데이비스, 샤바즈 네이피어, 팻 코너턴이 나갔고 세스 커리(28)와 닉 스타우스커스(25)가 들어와 평균 20분가량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팀 내 출전시간 순위는 5위까지 전 시즌과 동일하다. 대미안 릴라드(28), CJ 맥컬럼(27), 알파룩 아미누(28), 유수프 너키치(24), 에반 터너(30) 순으로 평균 33분에서 24분 사이의 시간을 받고 있다.

위에 언급한 5명은 모두 전 시즌의 정규 주전 5인이었지만 올시즌에는 터너가 매번 벤치에서 나오고 3년차 제이크 레이먼(24)이 계속 주전으로서 나서고 있다. 다만 평균 14.5분 출전의 레이먼보다는 24.3분의 터너가 실질적인 포틀랜드의 주력 스몰 포워드, 3번으로 보는 것이 맞다.

이제 재미있는 것은 올시즌 포틀랜드의 출전시간 6위(20.7분)인 잭 콜린스(21)의 활약이다. 2017년 NBA 드래프트 10순위 출신으로 지난 시즌 평균 15.8분을 뛰며 가능성을 보여줬던 콜린스는 현재 포틀랜드의 핵심 벤치 인원으로서 자리매김했다.

콜린스의 특징은 활발한 움직임이다. 공격 및 수비 양 진영에서 부지런히 뛰고 도약하면서 팀의 흐름에 도움을 주고 있다.

213cm의 장신 센터로서 평균 3.7리바운드는 아쉬운 숫자로 보일 수 있지만 1.6블록의 고공 활약을 보태고 있다. 리바운드보다는 상대의 슈팅 저지에 힘을 쓰는 편이다. 공격 진영에서는 긴 슈팅 거리를 통해 평균 10.8득점을 올리며 팀 내 득점 순위 4위에 올라 있다.

그리고 그 뒤를 위에 각자 평균 20.3분 및 18.6분을 뛰고 있는 스타우스커스와 커리는 경기 당 1.7개와 1.2개의 3점슛을 꽂아 넣으며 슈터로서 화력을 보태고 있다.

2년차 콜린스의 활약은 올시즌 포틀랜드의 성적에 제법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FPBBNews = News1
▶득점을 이끄는 백코트 듀오

주전 가드들인 릴라드나 맥컬럼이나 비슷한 나이에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릴라드는 5일 현재 리그 개인 평균 득점 순위 5위(28.1득점)에 올라 있으며 커리어 최고의 득점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반면 맥컬럼은 현재 평균 18.9득점으로 줄곧 20득점을 넘겼던 지난 3시즌보다 떨어진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포틀랜드는 릴라드가 코트 위에 있을 때보다 맥컬럼이 있을 때 더 높은 득점력을 보이고 있다. 포틀랜드는 맥컬럼이 뛴 318분 동안 100포제션 당 118.4득점을, 릴라드가 뛴 334분 동안 117.8득점을 올렸다. 팀 내 1,2위의 개인 지표들이다.

포인트 가드와 슈팅 가드로 나눌 수 있지만 두 선수 모두 팀의 볼 핸들링에 있어 큰 임무를 갖고 있다. 때문에 이들의 컨디션은 전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포틀랜드의 공격력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힘 싸움을 이끄는 프론트코트 트리오

농구는 더 많은 득점을 올리는 팀이 이기는 종목이지만 그 목적을 위해서는 여러 궂은일을 거쳐야 한다. 이런 역할에 있어 전 시즌부터 포틀랜드의 3,4,5번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터너는 공격수로서 2010년 드래프트 2순위 출신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왔지만 수비 진영과 궂은일에서만큼은 확실한 기여자로서 존재하고 있다. 포틀랜드의 라인업들 중 좋은 수비 성과를 남긴 집단에는 터너가 거의 항상 끼어 있다.

그리고 주전 4,5번으로서 나서고 있는 너키치와 아미누는 각자 평균 10.1리바운드와 8.9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포틀랜드가 리바운드 강세를 보이는 주된 이유가 되고 있다. 5일 현재 리바운드 점유율에서 포틀랜드는 리그 2위(53.5%)에 올라 있다.

한편 포틀랜드는 상대방 야투율에서 리그 3위(42.6%)의 단속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는 골밑 사수 능력이 큰 힘을 발휘했는데 바스켓으로부터 1.5m 안쪽의 상대방 야투 성공률에서 포틀랜드는 리그 6번째(58.1%)로 좋다.

이를 통해 보면 포틀랜드가 현재 7승3패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포틀랜드 선수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가 이제 막 10월28일에 30번째 생일을 보낸 터너다. 나머지는 모두 한창인 20대 나이의 선수들이다. 즉 별다른 사정이 없다면 전 시즌보다 잘할 여지가 크다.

때문에 올시즌 포틀랜드에게 괜히 비관적 시선을 보낼 필요는 없다. 과제라면 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물러났던 실적에서 전진하는 일이다. 현재의 서부 컨퍼런스 판세에서라면 그 일이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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