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바둑계의 내분 사태로 인한 파행이 내년 개최 예정인 국제바둑대회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여러 대회가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내년 5월 열리는 참저축은행배(가칭) 국제바둑대회는 한국 중국 일본의 정상급 기사들이 한데 모여 2~3일 동안 대회를 펼쳐 우승자를 가리는 최초의 국제기전이다.

박정환, 커제, 이야마 유타 등 한중일의 세계적 기사들이 경북 안동에서 속전속결로 대회를 치르는 새로운 대회 방식을 도입해 많은 바둑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현행 세계 대회는 1년에 2~3차례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참저축은행배는 2017년 순수 아마추어 대회였다가 올해 2000만원의 우승상금을 걸고 50위 이하의 프로도 참가하는 프로암 대회로 변신했다. 내년부터는 프로와 아마를 분리해 대회를 치르고, 세계프로대회(총상금 7억원)를 치르기로 확정한 바 있다.

이 대회를 주최, 주관하는 안동시 바둑협회 하근율 회장은 4일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의 사퇴 소식을 접한 뒤 "내년에 열리는 참저축은행배(가칭)를 예정대로 개최해야 할지 여부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최근 한국기원의 내분에 대해 저를 포함해 안동시 바둑협회 회원들이 굉장히 안좋게 생각하고 있다. 자중지란에 빠진 한국기원을 어떻게 믿고 국내 대회도 아닌 세계 대회를 지방에서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겠느냐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후원사인 참저축은행 김용섭 대표와 이런 방향으로 이야기를 나눴다"며 대회 개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세계대회는 물론 지금까지 진행해왔던 국내 아마대회도 전면 보류를 하고, 내년에 창설 예정인 안동시 내셔널 바둑리그팀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며 "모든 것을 보이콧을 좀 해야하지 않느냐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고 덧붙였다.

한 바둑계 인사는 최근 사태에 대해 "한국바둑계의 위기다. 일부 인사의 밥그릇싸움 때문에 프로를 비롯해 아마 바둑계가 퇴보하는 것은 물론 이에 실망한 많은 바둑팬들로부터 외면을 받을까 걱정스럽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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