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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약 9만km.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이 올 한 해 대표팀 경기를 치르기 위해 오간 비행거리다. 소속팀 일정을 제외하고, 오직 대표팀과 관련된 이동거리만 지구 두 바퀴를 돌고도 1만km가 남는다.

쉴 새가 없던 해였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그리고 대표팀의 새 출발 등이 겹쳤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그를 둘러싸고 이른바 혹사 논란이 불거졌을 정도였다.

그런 손흥민에게도 비로소 휴식이 주어졌다. 그는 11월 A매치와 내년 1월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조별리그 1·2차전까지 휴식을 취하고, 3차전부터 다시금 태극마크를 단다. 손흥민의 축구대표팀 여정에 잠시나마 쉼표가 찍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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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 함께 한 두 번째 월드컵

올해 ‘국가대표’ 손흥민의 첫 번째 이슈는 러시아 월드컵이었다. 그에게는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 이은 두 번째 무대였다.

적잖은 부침 속에 준비해야 했던 대회이기도 했다. 당시 신태용호는 월드컵 직전 잇따른 졸전 탓에 비난 여론이 거셌다. 막내였던 4년 전과는 달리 대표팀의 중심이었던 손흥민에게도, 싸늘했던 여론은 고스란히 부담감이 됐다.

출발마저 좋지 못했다. 스웨덴과 멕시코에 연거푸 패하면서 탈락 위기에 몰렸다. 손흥민은 멕시코를 상대로 골을 터뜨리고도 눈물을 쏟았다. 경기 후 “너무 죄송하다. 그래도 다들 최선을 다했음을 알아 달라”는 눈물의 인터뷰가 전파를 탔다.

‘몇 골 차로 질 것인지’에 더 초점이 쏠렸던 마지막 독일전. 손흥민은 그러나 세계를 놀라게 한 대반전의 중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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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내내 독일의 파상공세를 잘 버텨내던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선제골로 균형을 깨트렸다. 그리고 경기 종료 직전. 상대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나온 틈을 타 손흥민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결과적으로 독일을 꺾고도 한국은 탈락의 쓴 맛을 봤다. 그러나 독일전에서 보여준 투혼은 싸늘했던 여론을 단번에 돌리는데 성공했다.

4년 전 귀국길에서의 엿사탕 세례의 현장에 있던 손흥민은 이번에는 꽃다발을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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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관심 받았던 아시안게임, 태극기 휘날리다

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손흥민은 쉴 틈이 없었다. 소속팀으로 복귀해 영국과 미국, 영국을 오갔다. 이후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을 소화한 뒤 곧장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인도네시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의 축구인생이 걸린 대회였다.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이다. 자칫 유럽에서의 경력이 단절될 수도 있었던 상황, 자연스레 남자축구가 금메달을 딸 것인지 여부는 전국민적인 관심사가 됐다.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었다. 말레이시아에 충격패를 당하면서 아슬아슬한 상황도 맞이했지만, 손흥민을 중심으로 분위기를 다잡은 김학범호는 다시금 제궤도에 올라섰다. 손흥민도 키르기스스탄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힘을 보탰다.

그는 대회 내내 조연과 정신적 지주 역할을 자처했다. 덕분에 한국은 ‘난적’ 우즈베키스탄과 베트남, 그리고 일본을 차례로 꺾고 시상대 제일 위에 섰다.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손흥민은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양 손에는 태극기가 들려 있었고, 그런 그를 향해 국민들은 뜨거운 축하의 박수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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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A매치, 이제야 ‘쉼표’

아시안게임이 한창이던 A대표팀은 새 출발을 선언했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벤투호의 출항이었다.

그리고 손흥민이 새 리더가 됐다.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이 차고 있던 A대표팀의 주장 완장을 넘겨받았다. 월드컵 독일전 승리, 그리고 아시안게임을 거치면서 대표팀을 향한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던 시기, 손흥민이 한국축구의 중심에 선 셈이다.

아시안게임 직후 코스타리카-칠레와의 A매치 2연전을 소화한 손흥민은 이후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이어 한 달 만에 다시금 8900km를 날아와 한국으로 돌아왔다. 10월 우루과이-파나마와의 평가전에서도 ‘주장’ 손흥민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긴 이동거리 뿐만 아니라, 손흥민은 4경기 연속 벤투호의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휴식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팬들의 우려에 손흥민은 “체력 문제는 없다”며 애써 웃어 보였다. 전광판에 얼굴이 나오기만 해도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팬들 앞에, 피곤한 기색을 보일 수는 없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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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천안에서 열린 파나마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손흥민은 선발로 나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리고 경기를 마친 뒤, 그는 “참 많이 힘들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애써 참아왔던 솔직했던 심경을 전한 자리였다.

이제야 솔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파나마전이 올해 그가 치르는 마지막 A매치였기 때문. 내달에도 호주에서 열리는 원정 평가전 2연전이 예정되어 있지만, 대한축구협회와 토트넘은 앞서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차출을 조건으로 11월 A매치 2경기 등 4경기에 그를 차출하지 않기로 협의한 결과다.

“올해 고생이 참 많았다”. 비로소 쉼표를 찍게 된 손흥민을 향한 팬들의, 참 한결 같은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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