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이제 딱 100초 남았다.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34)가 9월 16일 독일 베를린 마라톤에서 42.195㎞를 2시간 1분 39초에 돌파했다. 이제 인류는 100초만 줄이면 ‘마의 2시간벽’을 넘어설 수 있게 된다.

1시간대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100m를 17초06으로 계속 내달려야한다. 여고생 체력장 100m 평균이 18초 내외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빠른 속도인지 새삼 알 수 있다.

과연 인류가 마라톤 1시간대 진입을 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리고 이런 세계 마라톤의 추세 속에 한국은 어디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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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간 2시간 55분대→2시간 1분대 줄인 인류

1896년 1회 올림픽 우승자(스피리돈 루이스)의 기록이 2시간 58분 50초였다. 하지만 1908년부터 마라톤 거리가 42.195km로 정해진 뒤에는 2시간 55분대였다.

인류는 1936년 손기정이 최초의 2시간 30분대에 진입한 것을 시작으로 킵초게까지 거쳐 마침내 2시간 1분대에 진입했다. 110년간 54분여가 줄어든 셈.

무려 54분 혹은 겨우 54분밖에 줄어들지 않은 것은 인류 신체의 한계와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주법 변화, 인종 개량, 장비 변화 등이 있다.

세월이 흐르고 인류 전체 영양 상태가 극적으로 좋아지면서 자연스레 인종 개량이 이뤄진 것은 물론 신체조건까지 마라톤에 최적화된 선수들이 늘어났다.

게다가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일반적으로 마라토너들은 뒤꿈치가 먼저 닿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좋은 마라토너들은 앞꿈치를 먼저 닿는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신발 개량도 일어났다.

가벼우면서도 통기성, 충격 완화라는 기능성을 갖춘 운동화들이 고작 100g 수준의 무게로까지 제작될 정도로 장비 발전도 기록 줄이기에 도움을 주고 있다.

▶비공식 기록은 2시간 25초… 서서히 보이는 1시간대

지난해 5월 스포츠 용품사인 나이키가 주최해 ‘브레이킹 2(2시간 벽을 깨라)’라는 도전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나이키는 최고의 소수 선수에게 최고의 장비, 최고의 환경, 최적의 날씨, 과학적인 수분 공급, 페이스메이커의 주기적 교체 등을 하며 42.195km를 2시간안에 들어오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결과는 세계신기록 보유자 킵초게가 2시간 25초에 들어오며 아쉽게 1시간대 진입은 실패했다. 1991년 마이클 조이너라는 과학자가 ‘응용생리학 저널’을 통해 인간의 한계는 1시간 57분 58초라고 주장한 이후 가장 근접한 기록이었다. 비공식 기록이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류는 1시간대 진입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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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1988년 2시간 6분 50초대의 기록은 11년이 지난 1999년 2시간 6분이 깨졌다. 그리고 5년이 지난 2003년엔 2시간 5분벽이, 거기서 5년이 지난 2008년에는 2시간 4분벽이 깨졌다.

6년이 지난 2014년에는 2시간 3분벽이 깨쳤고 또 4년이 지난 2018년에는 2시간 2분벽이 깨졌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4~5년간 1분씩 벽이 깨지고 있기에 10년안에는 1시간대 진입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킵초게의 도전, 퇴보한 한국 마라톤

이번 킵초게의 2시간 1분 39초 기록은 100m를 17초 2의 속도로, 그것도 쉬지 않고 420번을 달린 것과 마찬가지인 레이스를 펼쳤기에 가능했다. 살집 있는 성인 남성은 100m를 전력으로 달려도 17초에 겨우 들어올 수 있는 속도를 42.195km동안 계속 달린 킵초게가 1시간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론적으로 42.195km를 17초06으로 420번 달려줘야 한다.

킵초게가 놀라운 것은 마라톤을 29세의 나이에 시작했다는 점. 원래 5000m가 주종목이던 중장거리 선수였던 킵초게는 2004 아테네 올림픽 동메달, 2008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로 중장거리에서 스타였다.

하지만 29세인 2012년 상당히 늦게 마라톤으로 전향하자마자 2013년 첫 마라톤 국제 무대에서 2시간 5분 30초로 우승을 해냈다. 11번의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 10번의 우승, 1번의 준우승이라는 성적이 말해주듯 킵초게 등장 이전과 이후로 마라톤계는 나뉜다.

결국 마의 2시간벽을 깰 인류는 킵초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킵초게가 벌써 만 34세의 나이이기에 하루빨리 기록에 도전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런 킵초게의 도전은 한국마라톤 입장에서는 다소 씁쓸하기도 하다. 2000년 이봉주가 세운 2시간 7분 20초의 한국신기록이 18년째 깨지지 않는 것은커녕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는 2시간36분22초(김재훈)로 퇴보했다.

1992 올림픽의 황영조 금메달, 1996 올림픽 이봉주 은메달까지 따냈던 마라톤 강국이 이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의 2시간 29분 19초보다 퇴보했다.

물론 코스와 기후의 차이 등이 있지만 이제 더 이상 마라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없다. 자연스레 투자도 이뤄지지 않고 있고 좋은 선수도 몰리지 않는다. 한국 육상계로써는 예전보다 퇴보하고 있는 마라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손기정 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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