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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드리치(33·레알 마드리드)가 ‘새 시대’를 열었다. 리오넬 메시(31·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유벤투스)의 10년 아성을 무너뜨렸다.

모드리치는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 열린 2018 더 베스트 국제축구연맹(FIFA) 풋볼 어워즈에서 호날두와 모하메드 살라(26·리버풀)를 제치고 FIF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메시나 호날두가 아닌 선수가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것은 2007년 카카(36·당시 AC밀란) 이후 11년 만이다. 지난 10년 동안은 메시와 호날두가 이 상을 양분(각 5회씩)해왔다. 모드리치가 축구역사에 한 획을 그은 셈이다.

12년 전 디나모 자그레브 시절의 모드리치 ⓒAFPBBNews = News1
전쟁통에 살아남은 아이, ‘마술사’가 되다

모드리치의 유년 시절은 순탄치 않았다. 크로아티아 독립전쟁 시기에 가족들과 함께 피난길에 올랐고, 이 과정에서 조부가 처형당하는 등 어려움도 겪었다. 오랫동안 호텔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뚜렷한 거처 없이 지내야 했다.

전쟁통에 축구공은 그에게 유일한 취미였다. 호텔 주차장 인근에서 공을 찼다. 천부적인 재능은 그때부터 빛을 발했다. 요십 바일로 NK자르다르(크로아티아) 회장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또래에 비해 체격은 매우 작았지만,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던 아이였다”며 그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7세 때 그는 자르다르 유스팀에서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했다. 왜소했던 체격은 재능 앞에 무의미했다. 18세에 불과하던 2003년, 그는 즈린스키 모스타르에서 프로에 데뷔해 보스니아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로 우뚝 섰다.

이후 그는 인테르 자프레시치와 디나모 자그레브(이상 크로아티아)를 거치면서 자국리그 최고의 선수가 됐다. 21세인 2003년엔 성인대표팀의 부름도 받았다. 172cm, 66kg의 왜소한 체격을 무색케 하는 패싱력과 활동량 등에 빅클럽들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2008년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2012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 각각 새 둥지를 틀었다. 그를 영입하게 위해 토트넘과 레알 마드리드는 각각 1650만 파운드(약 242억원)와 3000만 파운드(약 440억원)의 이적료를 썼다. 이 과정에서 그의 이름엔 중원의 마에스트로, 마술사, 축구도사 등이 수식어로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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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내 인생 최고의 시즌”

모드리치의 상승세는 2017~2018시즌 ‘정점’을 찍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의 일등공신이 됐다. 미드필더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어느 팀을 만나더라도 중원을 완벽하게 장악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공격수가 아닌데도 스포트라이트가 그를 향했다.

조국의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이어졌다. 크로아티아의 전력은 우승 후보권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가 중심이 된 크로아티아는 조별리그에서 아르헨티나, 준결승에서 잉글랜드를 꺾으며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사상 첫 결승 진출이었다.

그는 아르헨티나전 1골 등 2골1도움을 기록했다. 세 차례나 경기 최우수선수에도 선정됐다. 경기 때마다 번뜩이는 패싱력과 탈압박, 조율 능력 등을 선보이며 찬사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프랑스에 져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우수선수상(골든볼)의 영예는 그의 몫이었다. FIFA는 “지칠 줄 모르는 활동량은 물론 예리한 시야와 패스로 팀을 이끌었고, 상대 수비진을 번번이 무너뜨렸다“고 평했다.

크로아티아는 러시아 월드컵 우승에 실패했지만, 최우수선수상(골든볼)은 모드리치의 몫이었다 ⓒAFPBBNews = News1
‘메날두’의 10년 아성을 무너뜨리다

눈부셨던 2017~2018시즌의 활약은 자연스레 ‘상복’으로 이어졌다. 월드컵 골든볼에 이어 그는 유럽축구연맹(UEFA)이 선정한 2017~2018 UEFA 올해의 선수에도 이름을 올렸다. 둘 모두 모드리치에게는 첫 영예였다.

자연스레 전 세계의 이목은 모드리치가 과연 메시와 호날두가 10년 간 양분해온 FIFA 올해의 선수상까지 거머쥘 수 있을 것인지에 쏠렸다. 영예의 주인공은 각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주장, 언론사 투표를 결정됐다. 1순위에게는 5점, 2순위와 3순위에게는 각각 3점과 1점씩을 주는 방식이었다.

그는 29.05%의 득표율로 호날두(19.08%) 살라(11.23%)를 제쳤다. ‘메날두’의 아성을 11년 만에 무너뜨린 선수로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모드리치는 “올 시즌 달성한 모든 것들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상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 동료들과 함께 이뤄낸 결과”라면서 “또 가족들이 없었다면 이 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 소감을 밝혔다.

한편, 투표 당시 한국축구대표팀 주장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기성용(29·뉴캐슬 유나이티드)과 당시 공석이었던 감독 대신 투표를 진행한 김판곤(49)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의 1순위 선택도 모드리치였다.

모드리치와 함께 최종 후보 3인에 이름을 올렸던 호날두는 라파엘 바란(25·레알 마드리드)에 이어 2순위로 모드리치에게 표를 던졌다. 메시는 모드리치를 1순위 표를 던졌다. 특히 메시는 호날두에게 3순위 표를 던져 눈길을 끌었다. 메시와 호날두 사이에 표가 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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