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3월 조던의 복귀 선언이 시카고 불스와 많은 NBA 팬들에게 설렘을 전달했다. 1992~93시즌 3연속 우승을 거둔 후 은퇴하고 야구에 몸담고 있던 조던이 MLB 파업 시기와 맞물리며 다시 농구로 돌아오기로 했다.

현 시점에서는 조던의 그 이후 성취를 모두가 알고 있지만 32세의 남자가 프로 농구를 1년 넘게 그만 뒀다가 돌아온 후 제 궤도에 오른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한창 커리어를 잇는 NBA 스타들에게도 32세는 하향세의 고비가 오는 시기다.

그럼에도 조던은 은퇴 전까지 누렸던 모든 영예들을 다시 이어 누렸다. 시즌 MVP, 올NBA 퍼스트 팀, 올디펜시브 퍼스트 팀, 올스타 선발, 그리고 파이널 MVP, 다시금 세계 최고의 농구 선수 자리에 올랐다.

심지어 1차 은퇴 전엔 1987~88시즌 단 한 번 차지했던 올스타 MVP를 1995~96시즌 및 1997~98시즌 2회 차지하기도 했다.

여기엔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승부에 전념하는 조던의 성격이 큰 몫을 했다. 또한 가지고 있는 신체 능력이 큰 지렛대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대 최고령(35세) 시즌 득점왕에도 올랐을 것이다.

이에 이번 [NBA현미경]에서는 1차 은퇴에서 돌아온 후 다시 2차 3연속 우승을 달성하기까지 조던의 발자취를 돌아보고자 한다. 그동안 조던은 또 어떤 숫자들을 남겼을까.

쭉 내면 혀, 수비수를 등졌다 날카롭게 움직이는 몸은 조던을 대표하는 모습이었다. ⓒAFPBBNews = News1
▶첫 우승 시즌 이후 유일한 플레이오프 시리즈 패배

1994~95시즌 3월, 조던은 23번이 아닌 45번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 시카고의 66번째 경기부터 합류해 17경기를 소화했다. 복귀 첫 경기에 43분을 뛰었음에도 야투율 25.0%와 19득점에 머무르며 공백의 여파를 느끼게 만들었다.

1994~95시즌은 뒤죽박죽 숫자들이 나왔다. 3월28일(이하 현지시각) 뉴욕 닉스전에서는 야투율 56.8%로 55득점을 올리기도 했지만 4월1일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전에서는 26.3% 야투율 12득점도 나왔다. 이렇게 기복들이 나오면서 아직은 궤도에 오르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1994~95시즌의 야투율 41.1%는 전체 커리어 중 가장 낮았으며 평균 26.9득점은 시카고 커리어 중 부상으로 타격을 입었던 2년차 1985~86시즌(22.7득점) 다음으로 가장 낮았다.

그래도 예열을 마쳤는지 플레이오프에서는 궤도에 올랐다. 1라운드 1차전 야투율 56.3% 48득점을 시작으로 10경기 동안 19득점 한 번을 제외하고 매번 20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야투율도 기복이 적은 편이었다.

다만 올랜도 매직을 상대한 2라운드에서 조던은 1990~91시즌 이후 처음이자 유일한 플레이오프 시리즈 패배를 겪게 됐다. 조던이 6경기 동안 47.7% 야투율에 평균 31득점 2.5스틸 1.8블록의 좋은 기록을 남겼지만 팀 전체로서 샤킬 오닐과 앤퍼니 하더웨이의 올랜도가 살짝 더 높은 득점력을 선보였다.

▶포스트업 움직임의 활용

30세 이전의 조던은 리그 최고의 운동능력을 통해 득점 마무리 순간 레이업이나 덩크로 이어지는 과정이 많았다. 외곽에서든 포스트에서든 순간적으로 수비를 따돌리는 스텝과 도약력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32세 이후의 조던은 하락한 운동능력을 포스트업 움직임으로 메우는 노력을 보여줬다. 포스트업 후 페이크를 통한 돌파 또는 턴어라운드 점프슛을 통해 다시금 매서운 득점력을 선보였다.

물론 더 잦아진 점프슛은 성공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1990~91시즌부터 1992~93시즌까지 기록했던 2점 야투율(53.3%)에 비해 1995~96시즌부터 1997~98시즌까지의 2점 야투율(49.8%)이 낮았다.

그래도 결국 수비와의 몸싸움을 통해 얻어낸 자유투를 늘려내며 팀의 가장 날카로운 창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다시 3시즌 연속 득점왕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리그 개인 평균 득점에서 조던은 1995~96시즌(30.4득점), 1996~97시즌(29.6득점), 1997~98시즌(28.7득점) 계속해서 1위에 올랐다. 종전 최고령 시즌 득점왕은 1969~70시즌 32세로서 평균 31.2득점을 올렸던 제리 웨스트였다.

10시즌 득점왕 조던은 24세부터 30세까지, 그리고 다시 33세부터 35세까지 매번 득점왕에 올랐다.

1960년대 보스턴 셀틱스의 8연속 우승은 물론이고 1990년대 3연속 우승을 두 번 거듭한 조던과 시카고의 위업은 다시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AFPBBNews = News1
▶득점왕이자 최고의 가드 수비수

1987~88시즌 올해의 수비수였던 조던은 동일 시즌부터 1992~93시즌까지, 그리고 다시 1995~96시즌부터 1997~98시즌까지, 9시즌에 걸쳐 올디펜시브 퍼스트 팀에 선정됐다.

NBA 역사에서 시즌 평균 28득점 이상 올리면서 올디펜시브 퍼스트 팀에도 선정된 사례는 총 17시즌이다. 여기에서 조던이 9시즌, 코비 브라이언트가 4시즌, 르브론 제임스가 2시즌, 웨스트와 카림 압둘자바가 각각 1시즌씩이다.

여기에다 1998~99시즌까지 8시즌 연속 올디펜시브 퍼스트 팀에 선정된 스카티 피펜, 1995~96시즌까지 7시즌 올디펜시브 퍼스트 팀에 선정된 데니스 로드먼과 함께 조던의 시카고는 강력한 수비 팀으로서도 리그를 지배했다.

2015~16시즌 골든스테이트가 73승을 올리기 전까지 NBA 역대 최다승 기록 보유 팀은 1995~96시즌 72승의 시카고였다. 이때의 시카고는 득점력에서도 수비력에서도 리그 최고에 있었다.

바스켓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1995~96시즌 시카고는 100포제션 당 115.2득점 및 101.8실점으로 공수 양 지표에서 1위에 올랐다. 1996~97시즌에는 공격지표 1위(114.4), 수비지표 5위(102.4)에 올랐다. 1997~98시즌에는 공격지표 8위(107.7), 수비지표 3위(99.8)였다.

▶현대 NBA 역사에서 가장 큰 플레이오프 우승 견인 비중

1차 은퇴 시기보다 기록과 효율성이 살짝 떨어졌어도 1995~96시즌 이후 조던의 팀 내 득점 견인 비중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늘어날 정도였다.

한 선수가 코트 위에 있는 시간 동안 야투 및 자유투 시도 또는 턴오버를 통해 팀의 공격기회 종료 사용 비중을 보는 유시지 퍼센티지(Usage percentage, 이하 USG%)가 있다. 여기에서 조던은 현대 NBA 역사 우승 팀들의 에이스 중 가장 높은 숫자를 기록했다.

정규 시즌, 소속 컨퍼런스를 통과하는 플레이오프 3라운드 기간, 그리고 NBA 파이널로 기간을 나눠 우승 시즌별 조던의 USG%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패스에 신경을 많이 썼던 1990~91시즌 NBA 파이널, 그리고 해당 시즌 올해의 수비수에 선정된 가드 개리 페이튼의 전담 수비를 받았던 1995~96시즌 NBA 파이널에서는 조던의 공격 참여도가 평소에 비해 낮았다.

반면 나머지 시즌들의 NBA 파이널에서는 조던의 참여도가 평소보다 부쩍 올라갔다. 1997~98시즌에는 피펜의 등 부상까지 겹치며 더욱더 큰 득점의 책임을 져야 했다.

NBA 파이널에 진출하기 위해서 모든 팀이 플레이오프 첫 3라운드를 거쳐야 하는 제도가 시작된 1983~84시즌 이후 조던은 가장 높은 우승팀 에이스의 파이널 USG%를 남겼다. 조던 외에 우승팀 에이스가 남긴 가장 높은 파이널 USG%는 2008~09시즌 파이널 평균 32.4득점을 남겼던 브라이언트의 37.5%였다. 이보다 높은 파이널 USG%들을 조던이 3회 남겼다.

1996~97시즌 평균 29.6득점을 올렸던 조던은 NBA 파이널에서 32.3득점을 올렸다. 1997~98시즌 평균 28.7득점을 올렸던 조던은 파이널에서 33.5득점을 올렸다. 이렇게 시카고의 우승들에는 평소보다 맹렬한 조던의 득점 가담이 필요했다.

1997~98시즌 NBA 파이널 6차전 종료 5초전, 이 점프슛으로 승부에 모든 것을 걸어왔던 커리어에 대한 보상을 조던이 받았다. ⓒAFPBBNews = News1
▶농구 황제의 명칭에 걸맞은 13시즌 NBA 커리어

1984~85시즌 올해의 신인이자 올NBA 세컨드 팀, 1986~87시즌 및 1987~88시즌 슬램덩크 대회 챔피언, 1987~88시즌 올해의 수비수, 14시즌 올스타 선발, 3시즌 올스타 MVP, 10시즌 올NBA 퍼스트 팀, 9시즌 올디펜시브 퍼스트 팀, 10시즌 득점왕, 5시즌 MVP, 6시즌 파이널 MVP, 이렇게 조던을 말해주는 업적들이 정말 많다.

이런 모든 영예들을 종합해 보면 결국 NBA 역대 최고의 선수는 조던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그리고 커리어 동안 쌓은 각종 독보적인 숫자 기록들도 조던을 가리킨다. 최근에도 어느 선수의 훌륭한 기록이 나왔을 경우 조던의 숫자가 매체의 비교 대상으로 나오는 일이 흔할 정도다.

이런 가장 큰 발자국을 역사에 남긴 조던은 NBA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때문에 여러 각도에서 조던을 바라보고 분석하는 재미가 있다. 이에 다음 [NBA현미경]에서는 마지막으로 NBA 역사 속에서 조던의 숫자들이 남긴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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