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한국 축구는 차범근도 넘지 못했던 유럽 빅리그 20골 이상을 기록하고(2016~2017 시즌),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박지성-안정환이 보유하고 있던 월드컵 한국인 최다골 타이(3골) 기록을 세웠으며, 40년간 없었던 원정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해 병역혜택을 받고 새롭게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지휘할 파울루 벤투호의 주장으로 선임된 손흥민 시대의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4년간 기성용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손흥민의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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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이 염원한 금메달 가치는 상상 이상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남자축구였다.

손흥민이 주장을 맡은 축구대표팀은 ‘인맥 논란’의 당사자였던 황의조가 득점왕(9골)에 오르는 것은 물론 16강, 4강, 결승 등 중요한 대목에서 골을 넣은 이승우, 결승전 결승골을 넣은 황희찬 등 스타급 선수들이 활약하며 1978 방콕 대회 이후 첫 원정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손흥민에 대한 관심이 워낙 컸다. 2012 런던 올림픽 때는 홍명보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소속팀의 반대, 2016 리우 올림픽 때는 출전했으나 8강에서 좌절 등으로 손흥민은 이번이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이번에도 실패했다면 꼼짝없이 상무나 경찰청에 입대해 2년여간 전성기를 군대에서 보내야했다. 손흥민이 박지성 이후 한국 축구가 낳은 위대한 선수임을 아는 국민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금메달을 염원했다. 금메달 획득 후 CNN, 뉴욕 타임즈, BBC 등 세계 언론들도 속보로 손흥민의 병역혜택 소식을 전했을 정도로 큰 이슈였다.

병역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 손흥민은 이것만으로 엄청난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당장 경제적으로 60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생각하면 120억원 수준의 연봉보전이 가능해진 것은 물론 유럽에서 꾸준히 활동할 수 있게 되면서 토트넘을 넘어 더 큰 클럽으로 이적도 꿈꿀 수 있게 됐다. 이미 토트넘 이적 당시 400억원에 달했던 몸값은 지금은 약 1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병역혜택은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됐다.

▶왜 손흥민인가

2014 브라질 월드컵 종료 후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신태용 감독이 잇따라 대표팀을 이끄는 동안 기성용이 주장이라는 점은 변화가 없었다. 예전에는 대표팀 철부지 막내의 이미지가 강했던 기성용은 여러 논란과 결혼을 거친 후 성숙해졌고 대표팀 고참으로 훌륭하게 지난 4년간 대표팀을 끌고 왔다.

그런 기성용이 이번 9월 A매치부터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을 넘겼다. 기성용은 월드컵 이후 대표팀 은퇴를 생각했다.

워낙 어린시절부터 영국에서 한국을 오가는 장거리비행을 많이 해왔고 갈수록 나빠지는 무릎상태와 30세의 나이를 넘으며 대표팀과 소속팀 병행이 힘들어진 것을 깨달았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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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9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을 앞둔 벤투 신임 감독은 기성용의 잔류를 요청했다. 기성용은 받아들였고 대신 “앞으로 길게 보면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차는 것이 맞다”며 노란 완장을 내려놨다.

“4년 동안 주장으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짧은 한마디로 주장을 내려놓은 소감을 밝힌 기성용은 “(손)흥민이가 부담도 크고 때론 팀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 장거리 이동을 하면서 피로도 역시 클 것이다. 흥민이가 모두 지고 갈 것이 아니라 동료들이 짐을 덜어줘야 한다”는 말로 당부했다.

결국 2011년 박지성과 이영표, 2015년 차두리가 그랬던 것처럼 2019년 아시안컵을 끝나고는 기성용을 떠나 보내야하는 축구대표팀은 이제 손흥민이라는 새로운 주장과 함께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긴 여정을 보내게 됐다.

▶ 벤투호에서의 손흥민의 역할과 기대

병역혜택도 받아 소속팀에서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된 손흥민은 대표팀에서도 주장을 맡으며 그 역할이 막중해졌다. 만 26세인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형들도 있지만 동생들도 많은 나이. 군대로 치면 상병. 일은 일대로 잘하면서 아래 위를 살펴야하는 상병처럼 손흥민은 새로운 벤투 감독의 축구스타일에 적응하면서 위 아래로 선후배들을 챙겨야한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첫 A매치였던 코스타리카-칠레전을 통해 다시 대표팀을 4-2-3-1 포메이션으로 회귀시켰다. 홍명보, 슈틸리케 시절 중용 받았던 이 전술은 신태용 감독때 4-4-2가 채택되며 밀려났지만 다시 대표팀 플랜A가 됐다.

최전방은 물론 양쪽 윙어, 아시안게임처럼 중앙 공격형미드필더까지 공격 전 진영에서 활약 가능한 손흥민의 쓰임새는 매우 클 전망이다. 2000년대 후반 박지성이 어느 위치에 서는지에 따라 선수구성이 결정됐던 ‘박지성 시프트’급의 파급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좀 더 최전방 공격수의 강한 압박과 수비 가담, 많은 활동량을 요구하는 벤투 감독은 소속팀 토트넘의 마우로시오 포체티노가 원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에 손흥민 역시 무난히 전술에 적응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시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만을 위해 자유로운 역할을 맡기고 전술을 조정한 것처럼 한국의 호날두와 다름없는 손흥민을 앞으로 어떻게 쓸지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손흥민의 리더십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손흥민은 홍명보 류의 ‘타고난 리더’와 ‘강한 카리스마’로 알려진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박지성이 그랬던 것처럼 압도적인 실력과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오게 하는 리더십, 그리고 매번 국제대회에서 아쉬움과 분함의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강한 승부욕을 바탕으로 하는 리더로 거듭날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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