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길었던 아시안게임 휴식기간이 끝났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금메달이다. 선수들은 논란을 뒤로 하고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본격적으로 리그가 다시 시작했다. 9월 한 달, 이제 마지막 전쟁이다.

주목할 포인트는 하나다. 가을야구 5강, 그 마지막 자리인 5위 다툼이다. 선두 두산은 넘을 수 없는 벽이다. 페넌트레이스 1위 확정만 기다리고 있다. 2위와의 승차가 10경기 전후다.

2위와 3위는 한화와 SK다. 두 팀은 2경기 차 이내로 계속 물고 물리는 관계다. 어지간히 치고 올라오는 팀이 없다면 나란히 가을야구 확정이다. 한화의 상승세는 올해 최고의 이슈 중 하나다.

4위는 넥센이다. 팀 전력이 온전치 않지만 그래도 잘한다. 후반기 들어 연승 가도를 달리며 순식간에 순위를 끌어올렸다. 여기까지가 KBO리그 5할 이상 승률 팀이다. 나머지는 모두 5할 이하다.

남은 자리는 하나다. 5위 한 자리를 놓고 네 팀이 경쟁을 치른다. LG, 삼성, 롯데, KIA다. 승차 2경기 이내로 모두 진을 치고 있다. 과연 네 팀 가운데 누가 마지막 티켓의 주인공이 될까.

류중일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불안한 투타 LG, 수비가 시들한 롯데

사실 LG는 가을야구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시즌 초부터 상위권에 위치했다. 류중일 감독의 고정 라인업을 기반으로 선수들이 꾸준한 동기부여를 받으며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연승과 연패 롤러코스터가 심했다.

팀 자랑거리였던 불펜이 와르르 무너졌다. 셋업 김지용과 마무리 정찬헌, 불펜의 두 축이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흔들렸다. 기존에 잘 던지고 있던 선발이 이 부담을 채우고자 무리를 한 결과, 같이 무너졌다.

전반기 최고 에이스였던 소사를 비롯해 윌슨도 팔꿈치 부상을 입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나섰던 차우찬마저 아팠다. 대표팀에서 낙마할 정도였다. 그나마 휴식기에 회복에 집중했고 다들 원래 몸 상태로 돌아왔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하지만 외인 타자 가르시아의 공백도 아쉽고 붙박이 지명타자 박용택의 부진도 뼈아프다. 그나마 김현수가 4번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 주장다운 성적은 아니었다. 게다가 복귀 후, 첫 경기인 4일 KT전에서 발목 부상까지 입었다. 3주 이상 결장이라고 하니, 씁쓸한 LG다.

관건은 두산전 성적이다. 11전 전패다. 남은 5경기에서 어떻게든 승리를 짜내는 것이 LG가 할 일이다. 두산을 잡아야 팀에 활력이 돋는다. 여기서 승수를 얻지 못하면 LG의 5강 합류도 없다.

LG와 더불어 롯데 역시 5강 합류에 도전장을 내민 팀이다. 롯데는 작년 3위다. 작년 전반기는 순위가 애매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불펜이 화려하게 불을 뿜으며 가을야구에 승선했다. 올해도 그 바람을 이어가려고 한다.

안방 불안이 시즌 내내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으로 간 강민호의 공백을 채우느라 팀 전력이 너무 한 쪽으로 에너지를 소모했다. 투수진의 부상이 겹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팀 성적도 중위권 이하로 떨어졌다.

불펜의 주 전력이었던 조정훈과 박진형의 모습을 보기 어렵다. 손승락도 잘해주고 있지만 기복이 조금씩 보인다. 작년 에이스급 활약을 보여준 박세웅도 부진이다. 결국 꼬리에 꼬리를 문다. 마운드의 부진 이유 중 하나는 수비 집중력 부족이다.

실책이 너무 많다. 88개로 리그 1위다. 경기 수도 별로 남지 않았다. 실책 하나가 경기를 좌우한다. 그나마 5강 진출의 반격을 이끌 수 있는 것은 타선이다. 이대호를 비롯해 아시안게임에서 부진에 빠졌던 손아섭이 칼을 갈고 있다.

김한수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돌아온 강자 삼성, 구겨진 챔피언 KIA

별명이 있던 팀이다. 바로 `여름성.' 여름에 특히 강해서 붙여진 삼성의 별명이다. 통합 4연패를 달성했을 때, 삼성은 여름만 되면 압도적으로 치고 나갔다. 일찌감치 격차를 벌리며 다른 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하지만 최근 삼성은 하위권 단골이다. 언제 강팀이었나 싶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다시금 '여름성' 면모를 발휘했다. 5월 중순까지 최하위였지만 6월 25경기에서 12승 2무 11패를 기록하며 서서히 올라왔다. 그리고 7월에 만개했다.

13승 2무 7패를 기록, 10개 구단 중 7월 성적 1위를 달렸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해 여름, 삼성은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대구는 더운 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원정 경기를 가면 삼성은 상대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갖고 경기를 치른다. 경기력이 올라가는 재밌는 이유 중 하나다.

더 재밌는 것은 함께 5강 경쟁 중인 롯데를 상대로 유독 강하다는 점이다. 상대 전적 11승 3패로 크게 앞선다. 최근 몇 년 사이, 하위권을 전전했던 삼성이 올해는 왕조의 자존심을 다시 살리고자 한다. 5강의 의지가 강하다.

삼성도 그렇고 LG, 롯데까지 모두 5강이 절실하지 않은 팀이 어디 있겠나. 그러나 4팀 가운데 5강에 대한 의지가 유독 더 강한 팀이 있다. 바로 KIA다.

작년 챔피언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네 팀 가운데 가장 좋지 못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즌 초반부터 중위권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가 끝내 하위권까지 내려갔으니 비난은 당연했다. 경기력이 작년의 절반 수준이다.

우선 팀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이 5점대 후반으로 리그 최하위 수준이다. 에이스 양현종 홀로 고군분투 중이다. 헥터와 팻딘, 두 명의 외인은 분명 기대 이하다. 내년에 못 볼 가능성도 상당하다. 마무리 김세현의 부진도 치명적이었다.

여기에 선발로 합류했다가 부진해서 마무리로 간 윤석민, 마무리로 있다가 선발로 이동한 40대 베테랑 임창용처럼 일관성 부족한 마운드 기용은 좋지 않은 여론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안에서 밖에서 모두 태풍을 직격으로 맞았다.

타격은 타율만 높다. 결정력이 떨어지는 헛방망이다. 안치홍을 제외하면 작년보다 나은 성적을 기록 중인 타자는 없다. 우승 주역이었던 김주찬, 이범호는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작년 타율왕 김선빈도 부진에 빠졌다. 최형우는 안치홍에 4번 타순 자리를 내줄 정도다.

KIA가 5강을 가려면 선발 회복이 최우선이다. 헥터, 팻딘, 임창용, 임기영, 양현종 순으로 남은 9월 한 달을 버틴다. 특히 에이스인 양현종과 헥터가 나온 경기는 반드시 가져가야 KIA는 산다. 선발 상승세가 없다면 KIA의 올해 가을야구는 물 건너 갔다고 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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