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스미스 농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인원들을 정식 소개하는 행사가 오는 8일(이하 한국시각) 열린다. 올해는 NBA 선수로서 보낸 커리어를 통해 선정된 인원들이 무려 5명이나 될 정도로 파격적인 인원수를 자랑한다.

연령순으로 모리스 칙스, 그랜트 힐, 제이슨 키드, 스티브 내쉬, 레이 앨런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 중 힐, 키드, 내쉬, 앨런은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를 관통해 NBA 팬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어냈던 스타들이다. 이에 [NBA현미경]은 이 4명 각자의 커리어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이번 주인공은 최고의 포인트 가드 수식어를 받곤 했던 키드다. 물론 역대 통산 어시스트 1위의 존 스탁턴이나 같은 날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게 된 내쉬도 저마다 최고의 포인트 가드라 불릴 근거들이 있다.

각자의 개성을 갖고 있는 역대 최고의 포인트 가드들 중 키드가 다른 포인트 가드와 구별되는 점은 개인 득점 능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승리를 견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른 포인트 가드들도 동료들의 실적을 평소보다 높게 끌어내는 능력이 있지만 키드는 이와 더불어 더욱 다채로운 각도로 승리에 기여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측면에서 키드는 어떤 경력을 남겼을까. 그 시작은 8일 자신을 소개할 예정인 명예의 전당 선배 개리 페이튼과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할 수 있다.

한 번도 동료가 된 적이 없지만 키드와 페이튼은 서로 많이 닮은 스타일을 통해 각자 명예의 전당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다. ⓒAFPBBNews = News1
▶NBA 데뷔 전의 화려했던 경력

197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키드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연고 도시 오클랜드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그리고 그곳은 자신보다 5년 먼저 태어난 페이튼이 성장한 곳이기도 했다.

훗날 페이튼은 NBA 역사에서 유일하게 올해의 수비수에 선정된 포인트 가드가 됐다. 이런 페이튼을 상대로 청소년기의 키드는 1대1 대결에서 크게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단 1점도 못 올리면서 눈물을 머금곤 했고 농구를 관둘 생각 직전까지도 갔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친 키드는 또래들과 비교하기 힘든 성장을 보였다. 포인트 가드로서 NBA에서도 큰 축에 드는 193cm 신장을 비롯해 월등한 신체능력을 선보였다. 고등학교 졸업반 때는 평균 25득점 10어시스트 7리바운드 7스틸을 기록하며 전미 최고의 고등학교 농구선수상을 받는 영예를 누렸다.

캘리포니아 대학에 올라간 키드는 1학년 때 총 220어시스트, 2학년 때 272어시스트를 남기며 연속으로 학교 기록을 경신했다. 1학년으로서 평균 13득점 4.9리바운드 7.7어시스트를 올리며 Pac-10 컨퍼런스 올해의 신입생에 선정됐다.

2학년으로서는 평균 16.7득점 6.9리바운드 7.7어시스트로 컨퍼런스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2학년이 이 영예를 누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런 경력을 보낸 뒤 키드는 1994년 NBA 드래프트에 참여해 전체 2순위로 호명됐다.

▶23승을 더하며 공동 신인상

키드가 데뷔하기 전 댈러스 매버릭스는 1992~93시즌 11승71패(승률 13.4%), 1993~94시즌 13승69패(승률 15.9%)로 구단 역사 최악의 성적 두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이후 드래프트를 통해 키드가 입단한 1994~95시즌에는 36-46패(승률 43.9%)로 여전히 약체의 성적이지만 23승을 더하는 약진을 보였다. 팀의 주 득점원들인 지미 잭슨과 자말 매쉬번도 전 시즌에 비해 현격한 기록 상승을 이뤘다.

바스켓 레퍼런스에 따르면 댈러스는 1993~94시즌 100포제션 당 100.4득점으로 리그 27위, 최하위에 그쳤었다. 이에 비해 1994~95시즌에는 리그 15위(107.6)로 상승했다.

키드 개인으로서는 야투율 38.5%에 그쳤지만 평균 11.7득점 5.4리바운드 7.7어시스트 1.9스틸 0.3블록의 다방면 활약을 보였다. 개인 득점 기량은 입증하지 못했지만 경기 전체 운영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보여준 셈이다.

이를 통해 같은 시즌 평균 19.9득점 6.4리바운드 5어시스트 1.8스틸 0.9블록을 기록하기도 했고 올스타 선발에도 선정됐던 힐과 함께 공동 신인상을 받게 됐다. 공동 신인상은 NBA 역사에서 3번 있었다.

▶득점 능력을 초월한 경기 영향력

커리어 평균 12.6득점을 기록한 키드는 2002~03시즌의 18.7득점이 최고 기록이다. 그리고 커리어 야투율 40% 근처를 시즌마다 기록하며 위력적인 득점원으로서 꼽힌 적도 없다.

반면 스탁턴과 내쉬는 본인들의 위협적인 득점력으로 수비를 유인하는 비중이 꽤 컸다. 특히 픽앤롤 전개 과정에는 볼 핸들러의 득점 위협수준이 중요하다.

대신 키드는 돋보이는 순간 판단 능력을 통해 팀의 득점력을 부양했다. 같이 했던 동료들은 공격 전개에서 한 수 앞을 내다볼 줄 아는 키드의 능력을 가장 먼저 꼽곤 한다. 이를 통해 먼 거리의 패스도 효과적으로 이뤄지는 하이라이트들을 만들어내곤 했다.

적극적인 볼 핸들링을 통하지 않으면서도 평균 10어시스트 이상을 3시즌에 걸쳐 기록했고 커리어 평균 8.7어시스트를 기록했다는 점은 키드의 패스와 시야를 말해준다. 이를 통해 역대 통산 어시스트에서 2위에 오르는 1만2091어시스트를 남겼다.

여기에다 키드의 영향력은 공격 진영에 그치지 않는다. 공수 양 진영 모두에 중요한 리바운드, 그리고 수비에서 키드는 돋보이는 커리어를 보냈다.

1993년 이른 나이에 작고한 드라젠 페트로비치 이후 브루클린 넷츠가 영구 결번을 부여한 선수는 키드뿐이다. ⓒAFPBBNews = News1
▶9시즌 연속 올디펜시브 팀

5년차인 1998~99시즌부터 2006~07시즌까지 9시즌 연속 키드는 올디펜시브 팀에 선정됐다. 퍼스트 팀 4시즌, 세컨드 팀 5시즌이다. 33세로 마친 2005~06시즌에도 퍼스트 팀에 오르기까지 했다.

포인트 가드로 나서는 키드지만 수비에서는 상대방 에이스 슈팅 가드도 전담할 수 있는 신체능력을 보여줬다. 이런 능력은 키드가 또 다른 포인트 가드와 코트에 같이 설 수 있었던 큰 이유가 됐다.

또한 어시스트와 마찬가지로 역대 통산 2위의 2684스틸, 그리고 역대 가드들 중 가장 높은 통산 54위 8725리바운드는 볼에 대한 키드의 감각과 집중력을 설명해 준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역습은 키드의 경기 운영에 큰 부분을 차지했다.

▶커리어 황금기의 뉴저지 시절

댈러스에서 피닉스 선즈로 옮긴 뒤 스타덤에 이미 올라있었지만 키드가 가장 돋보인 시기는 뉴저지 넷츠 시절을 꼽을 수밖에 없다. 2시즌 연속 팀의 NBA 파이널 진출을 이끈 주역이었다.

뉴저지는 2000~01시즌을 26승56패(승률 31.7%)로 마감한 뒤 트레이드를 통해 키드를 들였다. 그리고 2001~02시즌 뉴저지는 52승30패(승률 63.4%)를 기록하며 26승을 더했다. 이는 시즌 간 승률 차이에서 역대 10번째로 큰 성적 상승이다.

100포제션 당 득점의 공격지표에서 뉴저지는 2000~01시즌 리그 25위(100.0)에서 17위(104.0)로 상승, 수비지표에서는 23위(105.5)에서 1위(99.5)로 도약했다.

팀 내 최고 평균 득점자의 기록이 평균 14.9득점인 2001~02시즌 뉴저지는 키드를 비롯해 강력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역습 속공을 통해 재미를 보는 경향이 컸다. 뚜렷한 1대1 득점원이 없던 상황에서 오히려 키드의 경기 운영 스타일이 돋보이는 시기였다.

덕 노비츠키와 일궈낸 놀라운 우승에서 키드는 묵묵히 팀을 지원하는 베테랑으로서 임했다. ⓒAFPBBNews = News1
▶우승반지를 얻어내고 미련 없이 마친 커리어

2시즌 연속 파이널에 진출했지만 당시 뉴저지에는 확실한 한계가 있었다. 첫 시리즈는 0승4패, 두 번째 시리즈는 2승4패로 물러났다. 심지어 2002~03시즌에는 시즌에서도 플레이오프에서도 키드가 팀 내 최고 득점자로서 마감했다.

키드가 NBA 파이널 시리즈에서 4승을 챙긴 곳은 뉴저지가 아닌 댈러스였다. 커리어 첫 2시즌 반을 보냈던 댈러스로 2007~08시즌에 돌아와 2010~11시즌 우승을 맛봤다.

4년차부터 9년차까지 팀 내 출전시간 선두였던 한창 때와는 비중이 달랐지만 17년차이자 38세의 2010~11시즌 플레이오프 키드는 에이스 덕 노비츠키 다음 2번째로 많은 35.4분을 받았다. 평균 7.9득점 4.4리바운드 8.2어시스트 1.7스틸 등 키드의 공수 양 진영 다방면 활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커리어 동안 키드는 30분 이상 출전하면서 0득점을 기록한 17경기를 가졌다. 여기에서 건진 전적이 11승6패다. 득점 없이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가드란 말이 마냥 과장은 아니다. 최근처럼 포인트 가드들이 득점에 적극적으로, 때로는 최우선적으로 가담하는 시대에서 돌아보면 새삼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역대 통산 어시스트 및 스틸 2위, 역대 트리플더블 기록에서 곧 러셀 웨스트브룩(104경기)에게 추월당할 공산이 크지만 3위(107경기)에 올라 있는 등 키드를 말해줄 숫자들은 많다. 하지만 소속팀 선수단의 위력을 넘어선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만든 경력이야말로 키드의 가장 큰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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