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이왕표 한국 프로레슬링연맹 대표가 4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64세.

위상이 많이 몰락한 프로레슬링에서도 여전히 ‘프로레슬링 하면 이왕표’가 떠오를 정도로 그는 ‘박치기왕’ 김일 이후 한국 레슬링계의 레전드다.

그의 정신은 한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읊조린 대사가 잘 드러내준다.

“어떤 사람들은 레슬링을 짜고 한다고 말하지. 각본에 의해 기술을 부린다는거야. 우리는 진짜 피와 땀방울을 흘리는거야. 아무런 고통없이는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지. 그래서 내 챔피언 벨트는 더욱더 값진거야. 진짜 피와 땀방울이 묻은 챔피언 벨트이기 때문이지.” - CB Mass의 ‘진짜’ 뮤직비디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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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별세한 이왕표 한국 프로레슬링연맹 대표에 대한 추모 행렬이 잇고 있다. 프로레슬링의 대부로써 60의 나이에도 경기를 치를 정도로 왕성했던 그이기에 죽음은 더욱 놀랍다. 2013년 받았던 담낭암 수술을 이겨내는 ‘인간승리’에도 최근 다시 암이 재발해 치료를 받던 중 나온 변고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1954년생인 이왕표는 ‘박치기왕’ 김일의 수제자로써 1975년 프로레슬링계에 데뷔했다. 일본 프로레슬링계에서 활약하며 헐크 호건 등 레전드 선수들과도 경기하며 명성을 키웠다. 이후 한국 프로레슬링계로 돌아와 역발산 등과 당대 최고 인기 스포츠였던 프로레슬링을 대표하는 선수로 활동했다.

그러나 1980년대 중후반부터 프로레슬링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졌다. 그럼에도 1985년 NWA 오리엔탈 태그팀 챔피언, 빅 쟈니 호크, 마이크 어썸 등까지 꺾으며 GWF 세계 챔피언까지 지내며 그의 전성기는 시들지 않았다.

2000년 WWA 세계 챔피언에서 8년간 장기집권 등 엄청난 커리어를 쌓은 이왕표는 이후 격투기의 밥샙과의 경기 등으로 프로레슬링 부활을 위해 앞장서기도 했다.

김일 선생의 휠체어를 끌던 이왕표. 스포츠코리아 제공
물론 이왕표식 진부한 프로레슬링 스토리, 지나친 장기집권으로 인한 후계자를 키우지 못했다는 비난, 프로레슬링 인기 몰락을 막지 못했다는 비난 등도 따라다닌다. 일각에서는 한국 프로레슬링계의 양날의 검으로 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왕표가 늘 강조한 ‘프로 레슬링은 진짜다’라는 모토만큼은 모두의 선망과 인정을 받았다. 앞서 언급했듯 화려한 기술 연마를 위해 피땀을 흘리며 고통을 인내하는 훈련의 모습은 알지 못한채 링 위에서의 화려함과 쇼맨십에만 집중해 비난했던 이들도 결국엔 이왕표의 훈련과 멋진 기술을 위한 피땀을 무시하지 못했다.

여전히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프로레슬링계에서 한국이 자랑할 수 있던 레전드 이왕표의 죽음을 팬들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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