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가 2022년 겨울에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까지 4년 6개월간 한국 대표팀을 이끌기로 했다. 벤투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장이 벤투가 보여준 ‘진정성’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기를 기대한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장은 17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태용 감독을 이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포르투갈 출신의 파울로 벤투 감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가 재임기간이다.

ⓒAFPBBNews = News1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과 맞붙은 포르투갈의 미드필더이기도 했던 벤투는 선수 은퇴 후 커리어를 마감한 포르투갈 명문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감독생활을 시작했다. 리스본에서 4년간 두 번의 리그 우승과 FA컵 우승을 해냈다. 이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까지 맡아 유로 2012에서 4강까지 진출한 바 있다. 당시 3연속 메이저 대회 우승에 성공한 스페인에 져 4강 문턱에서 좌절했다. 여기까지는 벤투 감독은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커리어를 쌓았다.

하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포르투갈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낸 후 이후 조금 더 포르투갈 감독을 하다 사임한 벤투는 브라질 명문 크루제이루와 그리스의 올림피아코스, 올해는 중국의 충칭 리판의 감독직을 맡았었다. 그러나 크루제이루, 올림피아코스, 충칭 리판 모두 2년사이 1년도 재임기간을 가지지 못했을 정도로 모두 실패했다는 점이 걸린다.

김판곤 위원장은 벤투 선임 이유에 대해 "벤투 감독이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미팅 자리에 코치진을 모두 대동했다. 코치진 모두가 프로페셔널했으면, 현대적이고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잘 설명해줬다. 감독 포함 총 5명의 팀으로 오래전부터 같이 했다"고 했다.

또한 “매일 일해야 하고 연령별 대표팀도 지켜봐야하기 때문에 파주에 사무실을 마련해줄 수 있느냐고 물을 정도로 진정성이 보였다. 실력이 검증됐고 좋은 커리어를 가졌다. 워낙 카리스마가 있고 선수단을 장악하는 스타일이다. 실패를 만회하고 싶어 하고, 커리어도 나쁘지 않다. 열정과 훈련 준비 과정을 다 체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김 위원장은 벤투 감독이 그동안 만났던 외국인 감독 후보군 중에 가장 '진정성'을 보였다는 점을 선임 이유를 밝힌 셈이다.

그러나 4년전에도 이렇게 진정성을 무기로 내세운 감독이 있었다. 바로 울리 슈틸리케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에게 ‘내 축구 인생 마지막 팀으로 여길 것’이라며 한국 대표팀에 대한 큰 열의를 보였고 인상적인 PPT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실패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한국대표팀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과 한국 거주 조건에도 수긍했다.

그렇게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했고 이후 한국축구는 추락을 거듭했다.

ⓒAFPBBNews = News1
물론 슈틸리케와 벤투를 무조건 비교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 슈틸리케 감독이 선임될 당시 네덜란드의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다소 고자세와 유럽에서의 재택근무를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실망하고 지쳤다가 적극적인 슈틸리케에 감명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역시 키케 플로레스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같은 명장들과 김판곤 위원장이 협상했지만 재정적인 이유나 가족과 한국 거주 등에 대해 곤란함을 표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협상을 마치고 돌아왔다 모두 실패로 돌아가 다시 유럽으로 나갈 정도로 상당히 애를 먹었다. 약 40일이나 걸렸다.

김 위원장이 심적으로 지쳤을 이유는 충분하다. 그런 연유로 호의적이며 진정성을 보인 벤투에게 호감을 가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슈틸리케 사례를 통해 봤듯 진정성을 보인다고 해서 좋은 감독이 아님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부디 벤투 감독이 말만 번지르하고 열정적이기만한 감독이 아닌, 능력까지 갖춰 그동안 한국 축구에 실망한 국민들을 바꿔놓을 수 있는 감독이길 바랄 뿐이다.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