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카를로스 케이로스(65·포르투갈) 이란 감독이 과연 한국대표팀에 부임할까. 지난 7년간 이란을 ‘아시아 강한 나라 중 하나’에서 ‘아시아의 압도적 No.1’으로 만든 케이로스 감독이 온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다.

그러나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감독선임위원장이 말한 새로운 한국축구철학과는 맞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심리전에 능하며 때로는 악역 혹은 체면 떨어지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케이로스 감독을 한국축구의 정서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고민이다.

2014년 한국을 꺾고 적지에서 과감한 세리머니를 했던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AFPBBNews = News1
메흐디 타즈 이란축구협회장이 4일(현지시각) 이란 반관영 ISNA 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대한축구협회에 연락해 케이로스를 감독으로 영입할지 의사를 타진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케이로스와 접촉해 감독 선임을 협의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내부에서는 정보유출을 막기 위해 힘쓰는 대한축구협회지만 이렇게 외부인이, 그것도 케이로스 감독을 데리고 있는 이란축구협회에서 이런 인터뷰가 나오는 것까지는 막을 수는 없다. 사실상 케이로스 영입을 위해 김판곤 감독선임위원장이 접촉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매우 좋은 선택이다. 케이로스 영입은 현실적으로 한국대표팀이 선임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다. 일각에서 얘기하는 루이스 판할 등 최근까지 세계 명문클럽 감독을 지낸 이들은 아직 유명클럽에 대한 욕심과 함께 워낙 거액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외국인들에게 생활 환경면에서 큰 어필이 될 순 없다. 돈을 원한다면 중국으로, 생활 환경을 원한다면 차라리 일본이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차라리 외국인 감독에게 중동이 더 나은 선택지라고 하더라”며 현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레알 마드리드 감독까지 지냈던 케이로스. ⓒAFPBBNews = News1
▶포르투갈, 레알 마드리드 감독까지… 퍼거슨이 가장 신뢰한 코치

이런 상황에서 케이로스는 아시아팀이 품을 수 있는 최고의 카드다. 1989년 포르투갈 U-20 대표팀 감독을 시작으로 1991~1993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포르투갈 명문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1994~1996년 감독직을 지냈다.

약 2년간 일본의 나고야 그램퍼스 감독도 지내며 처음으로 아시아와 연을 맺은 케이로스는 UAE 대표팀 감독, 남아공 감독 등을 지내다 2002~2003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코치로 부임한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요청이었다.

이후 빈센테 델 보스케의 후임으로 레알 마드리드 감독까지 지낸 케이로스는 다시 맨유로 돌아가 퍼거슨 밑에서 수석코치로 무려 5년간 보냈다. 당시 케이로스 감독이 사실상 모든 훈련 프로그램과 실질적인 전술에 상당히 관여한 것으로 유명하고 퍼거슨도 이에 굉장한 신뢰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케이로스는 박지성,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을 지도하기도 했다.

퍼거슨이 얼마나 케이로스를 신뢰했는지는 퍼거슨의 자서전을 보면 나온다.

“매우 훌륭하다. 훌륭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고 뛰어나다. 지적이며 꼼꼼한 사람이다. 그는 나에게 매우 좋은 사람이다. 그는 나에게 경찰견과 같았다. 케이로스는 실제 타이틀만 쥐지 못했지 가장 맨유 감독과 가까운 이였다.”

2008~2010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에 다시 복귀했던 케이로스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이란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퍼거슨이 가장 좋아하던 케이로스 코치. ⓒAFPBBNews = News1
▶아시아 축구에 깊은 이해… 이란을 그냥 강팀에서 ‘압도적 강팀’으로

레알 마드리드, 포르투갈 감독이라는 화려한 직책 외에도 일본 나고야와 UAE, 이란 감독이라는 아시아 축구에 대한 깊은 이해, 퍼거슨이 신뢰하던 맨유 수석코치로써의 면모까지 케이로스는 굉장한 이력을 가진 감독이다.

이란 대표팀 감독으로 2011년 부임 이후 지금까지의 행보가 특히 주목할 만하다. 2011년까지만 해도 이란은 아시아에서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수준의 적당한 강팀이었다.

하지만 그가 지도한 7년 사이에 이란은 이 모든 국가를 넘어선 압도적 `No.1'으로 군림했다. 7년간 한국을 상대로 4승1무라는 압도적 성적을 거둠과 동시에 2014, 2018 월드컵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2014년에는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거의 비길 뻔 했으며 2018년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거의 16강에서 떨어뜨릴 뻔도 했다.

‘늪축구’라 불리는 이란의 축구는 강력한 수비력과 밀도있는 압박으로 상대를 질식시키다 역습에서는 단숨에 해결하는 모습으로 아시아팀이 월드컵 무대에서 보여줄 좋은 교본과도 같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 7년간 이란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아시아의 압도적 1위팀이 됐고 이란에는 해외파도 많지 않고 선수 개개인으로 봤을 때 한국, 일본과 다르지 않거나 혹은 더 못하다는 평가에도 이란은 ‘팀’으로써 케이로스 밑에서 강팀으로 군림했다. 이란은 유럽 강팀과 만나도 결코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됐다.

어차피 한국 축구, 아니 아시아 축구는 세계무대에 나갈 때는 선수비 후역습을 할 수밖에 없다. 케이로스는 선수비 후역습에 최적화된 감독으로 한국대표팀에게 최적이자 최고일 것이다.

늘 심판, 상대 코치진과 싸우는 모습이 많았던 케이로스. ⓒAFPBBNews = News1
▶김판곤이 말한 철학과는 맞나?… 케이로스식 심리전이 한국 정서와 맞을지는 의문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케이로스 감독이 김판곤 감독선임위원장이 말한 새로운 한국 축구 철학과 맞느냐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꾸준히 “새로운 한국 축구 철학을 정립하고 그 철학에 맞는 감독을 데려올 것이다. 유명하기보단 유능한 감독이어야한다”면서 “전연령대에서 같은 축구철학으로 할 수 있게, 그 철학을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감독을 모두 맞출 것”이라고 공언했다.

김 위원장이 공개한 새로운 한국축구의 철학은 “능동적인 축구스타일로 승리를 추구 하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득점 상황을 창조해내는 능동적인 공격전개,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는 주도적 수비리딩, 상대의 볼 소유에서 우리의 볼 소유가 됐을 때 매우 강한 카운트어택을 구사할 수 있는 것 등 앞으로 지향해야할 방향을 세웠다. 전진 러닝과 전진 패스, 그것이 안 됐을 때는 완전하게 볼을 소유하는 축구를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크게 ‘능동적인 축구와 전진’이 키워드다.

하지만 케이로스 감독이 이란에서 이런 축구를 해왔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지만 이란의 축구는 능동적이고 전진보다는 다소 수동적이면서도 후퇴하다 역습을 하고, 지속적으로 득점 상황을 창조해내는 것이 아닌 기다렸다 한 번의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는 축구를 해왔다. 맨유에서도, 이란에서도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모두 이런 부분이 강했다.

또한 케이로스는 심리전에 강해 상대를 조롱하면서도 경기 후에는 추켜세워주는 언변의 달인이기도 하다.

케이로스는 한국에서도 ‘주먹감자’ 논란으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중요한 경기때마다 선수 보호를 위해 자신이 앞장서서 상대 감독 혹은 선수와 부딪치며 언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한국 축구에는 이런 모습이 거의 없다. 남을 자극하고 열받게 하고 이후 부드러운 언변으로 사과하는 모습은 ‘비매너’로 여겨진다. 한국은 지는 것보다 더 부끄럽다고 여기는 것이 추하게 이기는 것이다. 한국 축구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서 자체가 그렇다.

물론 케이로스의 모든 승리가 추하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심리전’정도로 끝날 일이 한국에서는 ‘스캔들’ 혹은 ‘논란’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케이로스의 스타일과 한국팬들의 정서 사이에서의 괴리감을 서로서로 잘 이해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분명 케이로스는 선수비 후역습이 필수인 아시아 축구, 한국 축구에게 최고의 선택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 스스로 주장한 ‘새로운 한국축구의 철학’과 케이로스의 스타일과 한국인의 정서간의 괴리 문제에 대해선 미지수다.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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