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순서
① 생중계 인터뷰서 일본식 용어… 콩글리시 용어도 여전히 사용
② 핸들링, 파넨카킥, 미들슛은 모두 틀린말? (축구·농구 편)
③ 후덕과 뒤펜스가 탁구용어? '용병' 써야하나(일반 종목 편)
④ 톱타자는 1번 타자일까? 최고의 타자일까?(야구 편 1/2)
⑤ 야구는 미국 스포츠, 그럼 영어만 써야할까?(야구 편 2/2)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언어는 한 나라의 의식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다. 동시에 국가와 민족의 유구한 전통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거울이기도 하다. 부끄럽게도 2018년 국내 스포츠 현장에서는 여전히 출처불명의 용어들이 무시로 사용되고 있고, 또한 일본식 혹은 콩글리시 용어들이 마치 표준어처럼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올바른 스포츠 용어 정착은 곧 스포츠의 대중화, 세계화와도 연결돼있다. 스포츠한국은 캠페인을 통해 올바른 스포츠 용어 문화 조성의 첫 걸음을 마련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파넨카가 처음 선보인 유로 1976. 유투브 Spor 캡처
▶파넨카킥은 틀린말? 핸들링, 센터링은 잘못된 용어일까

‘1편 : [스포츠 용어, 제대로 씁시다] ①생중계 인터뷰서 일본식 용어…콩글리시 용어도 여전히 사용’을 통해 스포츠 용어에 대한 통일과 일본식, 콩글리시식 용어에 대한 변화와 개선을 짚어봤다.

축구는 전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다. UN가입국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이 더 많을 정도로 글로벌 스포츠인 축구에도 어설프게 영어를 옮겨왔다 콩글리시로 굳어진 용어들이 있다. 또한 콩글리시인줄 알았지만 알고 보면 틀리지 않은 표현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용어들도 많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가장 잘못 정착된 축구계 콩글리시로 `파넨카킥'을 뽑는다. 페널티킥 상황에서 골대 가운데에 툭 찍어서 먼저 방향을 잡고 몸을 날린 골키퍼를 속이는 이 기술은 1970년대 활약한 체코의 안토닌 파넨카가 유로 1976 서독과의 결승전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이 킥을 성공시키며 체코의 우승을 이끈데 유래가 있다.

한 위원은 “당당히 말할 수 있지만 ‘파넨카’라는 용어를 한국에서 가장 먼저 썼다. 이때만 해도 전 파넨카라고 말했지만 어느 순간 킥이라는 말이 붙어 ‘파넨카킥’으로 굳어졌다. 이미 파넨카라는 말에 찍어 차는 슈팅의 형태가 들어가있다. 그런데 여기에 킥을 붙이면 ‘역전앞’과 같은 중복의 의미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체조 여홍철 해설위원이 개발한 여1, 여2 기술에 대해서 ‘여홍철이 여1을 한다’고 하지 ‘여1 스킬 혹은 기술을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해외에서도 똑같다. 잘못된 콩글리시이자 중복 표현”이라고 파넨카킥을 파넨카로 바꿀 것을 주장했다.

같은 오용 사례로 2관왕, 3관왕을 뜻하는 더블, 트레블을 표현할 때 ‘더블 크라운’, ‘트리플 크라운’을 쓰는데 더블과 트레블 자체에 이미 2번, 3번의 왕관을 썼다는 표현이 있기에 중복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콩글리시로 알려져 있던 ‘핸들링’이나 ‘센터링’은 어떨까.

한 위원은 “피파 규정집을 보면 손에 맞은 반칙을 ‘핸들링 더 볼(Handling the Ball)’이라고 한다. ‘더 볼’이라는 말이 생략된 것이지 핸들링이라는 표현이 틀린 표현은 아닐 수 있다. 또한 센터링도 측면에서 중앙으로 보내는 크로스를 말하는데 센터의 동명사로써 기능을 생각한다면 아예 틀린 표현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했다.

한 위원은 올바른 용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며 피파 규정집에 소개된 용어를 한국식 혹은 콩글리시로 바꾸는 것보다 영어식 표기법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축구가 국제적인 스포츠이기 때문.

그는 “용어를 잘 안다는 사람 중에 틀리는 경우가 있다. 한국 축구계에서 공식적으로 용어 정리와 통일에 대해 얘기된 바 없는데 이번 스포츠한국의 캠페인을 통해 논의 절차가 생긴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헤딩(Heading)과 헤더(Header) 모두 현지에서 쓰이고 있는 용어이며 대신 헤더슛과 같은 중복 표현을 자제할 것과 일각에서 ‘세트 플레이는 틀리고 세트 피스가 맞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두 표현 모두 틀린 게 없으며 오히려 ‘피스’라는 단어가 한국인에게 익숙치 않은 단어이기에 더 익숙한 세트 플레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도 좋다고 주장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틀린지 모르고 썼던 농구계…‘미들슛’, ‘올코트 프레스’는 이제 그만

농구의 경우에도 어설픈 콩글리시에 물든 경우가 많다. 강을준 전 창원 LG 감독은 “해설을 시작하면서 캐스터들에게 올바른 표현이 무엇인지 배웠다. 농구인들의 경우 선수 때부터 따로 룰과 용어에 대해 배우지 않고 감독과 코치에게 자연스럽게 배웠는데 그러다보니 틀린 사실조차 모르고 농구를 해왔다”고 털어놨다.

농구전문 잡지 점프볼의 손대범 편집장 역시 “해설위원이나 감독들의 말을 통해 일반인과 팬들도 그대로 이어받는 경우가 많다. 틀린 말이라도 전문가들이 말하니 신빙성 있게 느껴져 반성해야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농구계의 대표적 콩글리시로 손 편집장은 ‘세컨 리바운드’를 꼽았다. 해외에서도 전혀 쓰이지 않고 어원조차 알 수 없는 이 말에 대해 “‘공격 리바운드’ 혹은 ‘오펜시브 리바운드’로 바뀌어야하는데 너무 굳어져버렸다”면서 “‘미들슛’ 역시 마찬가지다. 3점슛은 아닌 중거리 2점슛을 뜻하는 말인데 정확한 농구 용어는 ‘미드레인지 점프샷(Mid-Range Jump Shot)’으로 바뀌어야한다”고 지적했다.

강을준 전 감독은 앞에서부터 강력하게 압박해 수비하는 ‘올코트 프레스’에 대해 “제대로된 용어는 ‘풀코트 프레스’다. 아마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서 그렇게 쓰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만화를 보고 농구를 하는 이들에게 그렇게 전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영어 표현과 용어가 많은 농구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강을준 전 감독은 “미국이 농구의 원조인데 이를 무시하면 안된다. 또한 국제농구연맹(FIBA)의 룰과 규정을 따르는데 북한처럼 리바운드를 ‘튄공’이라고 쓰면 국제화에 뒤쳐진다. 한국만 하는 게 아니라 전세계가 하는 스포츠이기에 영어식 표현을 존중하고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손대범 편집장은 “예전에 농구관련 예능프로그램을 했을 때 제작진 쪽에서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급적 한국식으로 표현해달라고 했다. ‘플로터(Floater, 단신이 장신 머리 위로 매우 높게 던지는 슛)’, ‘스쿱샷(Scoop Shot, 아래에서 위로 던지는 슛)’처럼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용어들이 많아지고 전문기자, 해설위원, 경기인 조차 헷갈려하는 용어가 많이 생기는 농구의 경우 무조건 영어식으로 가져오는 것이 옳을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선별적 사용에 무게를 뒀다.

축구계나 농구계 모두 콩글리시식 표현과 영어식 표현을 어디까지 수용할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인 것은 틀림없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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