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역대 통산 어시스트 1위는 1만5806어시스트의 존 스탁턴이다. 그리고 그 뒤를 1만2091어시스트의 제이슨 키드, 1만335어시스트의 스티브 내쉬가 따랐다. 현역 중에는 13시즌을 보낸 크리스 폴(33·휴스턴 로켓츠)이 8708어시스트로 9위에 올라있다.

즉 스탁턴은 어시스트 숫자 측면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 있다. 동일하게 각각 19시즌씩 보냈던 스탁턴과 키드 사이의 통산 어시스트 차이는 키드가 본인 커리어 시즌 최다 기록인 808어시스트를 5시즌 더 기록해야 추월할 수 있는 차이다.

현재 NBA 현역 중에서도 스탁턴의 거대한 어시스트 숫자 탑을 넘길 페이스의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공수 전환 횟수 측면에서 리바운드 순위는 실패한 슈팅 횟수가 훨씬 더 많았던 과거 1960,70년대 시절 선수들을 앞지르기 힘든 면이 있다. 하지만 스탁턴의 활동 시절인 1980,90년대와 21세기 NBA 경기 사이의 차이는 크지 않다.

그렇다면 스탁턴이 어떻게 이런 범접하기 힘든 숫자를 쌓을 수 있었을까. 평범한 아저씨처럼 보이는 외모 뒤에 어떤 무서운 위력이 숨어 있던 것일까.

NBA 포인트 가드를 말할 때 스탁턴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AFPBBNews = News1
▶통산 출전 경기 수 역대 3위

부문별 통산 숫자에서 높은 위치에 오르기 위해선 될수록 많은 경기를 출전하는 것이 유리하다. 역대 통산 득점 부문 1위(3만8387득점)에 오른 카림 압둘자바의 경우 빼어난 득점 능력이 무엇보다 컸지만 통산 출전경기 2위(1560경기)에 올랐던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힘이었다.

그리고 통산 어시스트 부문 1위이자 스틸 부문 1위(3265스틸) 스탁턴은 통산 1504경기를 출전하면서 압둘자바에 이은 통산 출전경기 부문 3위에 올라 있다. 19시즌을 보낸 자신보다 더 많은 20,21시즌을 치렀던 선수들이 현재까지 7명 있음에도 출전경기 순위에서 탑3 안에 들었다.

거의 모든 시즌들에서 82경기 개근하는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19시즌 중 17시즌을 개근으로 마감했다. 1998~99시즌의 경우 리그가 50경기만 치렀던 단축시즌이었기에 50경기 개근이었다. 나머지 두 시즌에서는 각각 78경기 및 64경기 출전을 기록했다.

NBA 역사에서 40세 이상 나이로 82경기 모두 치르며 시즌을 마감했던 선수는 단 두 명이다. 2001~02시즌 및 20002~03시즌의 스탁턴, 2002~03시즌 마이클 조던뿐이다. 35세였던 1997~98시즌 초반을 무릎 인대 부상으로 빠졌던 스탁턴은 그 뒤로 단 한 번도 결장하지 않았다. 그때가 스탁턴 19시즌 커리어 중 유일한 주요 부상 시기였다.

▶코트 위에 있는 동안 동료들에게 가장 많은 어시스트

NBA 역사에서 한 시즌 평균 12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했던 선수들은 단 4명이다. 스탁턴이 4년차부터 연속 8시즌, 매직 존슨이 6시즌, 그리고 케빈 포터, 아이제이아 토마스, 케빈 존슨이 각자 1시즌씩이다.

또한 역대 한 시즌 평균 어시스트 순위에서 1위(14.5어시스트)부터 6위(13.6어시스트)까지 3위 토마스의 13.9어시스트를 빼면 모두 스탁턴의 시즌들이다.

한 시즌 1000어시스트 이상의 잣대를 통해 봐도 스탁턴의 이름들로 도배돼 있다. 역대 9시즌에 걸쳐 개인의 1000어시스트 이상이 나왔고 그 중 7시즌이 스탁턴의 시즌들이다.

이런 독보적인 양적 숫자가 나온 데에는 독보적인 질적 숫자가 뒷받침됐다. 단순히 스탁턴이 코트 위에 비교적 오래 있었기 때문에 숫자가 컸던 것이 아니란 뜻이다. 여기에 대한 증거가 어시스트 퍼센티지(이하 AST%)다.

AST%란 코트 위에 있는 시간 동안 같이 뛴 동료들의 야투 성공 중 그 선수가 어시스트한 비중을 뜻한다. 여기에서 스탁턴은 역대 최고 시즌 기록들을 남겼다.

한 시즌 500분 이상 소화한 역대 선수들의 시즌들 중 AST% 1위(57.5%)와 2위(57.4%)가 스탁턴의 시즌들이다. 1990~91시즌과 1989~90시즌이다. 그리고 10위 안에 스탁턴의 시즌들이 6시즌이다. 2016~17시즌 꽤 오랫동안 러셀 웨스트브룩이 역대 1위의 시즌 AST%를 기록 중이었지만 결국 3위인 57.3%로 마감했다.

커리어 평균 10.5어시스트를 기록한 스탁턴의 커리어 AST%는 50.2%였다. 2017~18시즌 500분 이상 소화한 선수들 중 최고의 AST%를 기록한 선수는 49.8%의 웨스트브룩이었다.

칼 말론의 스크린으로 시작하는 스탁턴-말론 픽앤롤은 당시 NBA에서 큰 칭송을 끌어낸 전술수행이었다. ⓒAFPBBNews = News1
▶뛰어난 감각을 지닌 위력적인 공격수

스탁턴을 두고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픽앤롤이다. 특히 18시즌을 함께 보낸 칼 말론과의 픽앤롤은 상당한 위력을 뽐내던 전술 움직임이었다. 최근에는 완전히 기본적인 전술이 됐지만 1980,90년대에는 그렇게 일상적인 전술은 아니었다.

픽앤롤은 볼 핸들러와 스크린 세터 사이의 호흡이 중요하지만 결국 볼 핸들러와 스크린 세터의 각자 위협 수준이 중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픽앤롤이 거의 볼 핸들러의 득점 위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드로서 커리어 야투율 51.5%, 2점 야투율 54.1%라는 뛰어난 해결 능력을 보여줬던 스탁턴은 드리블 과정에서 상대 수비의 반응을 끌어냈다. 이를 통해 본인에게 복수의 수비수들이 붙었을 때나 동료가 빠르게 잘라 들어갈 때 건네는 패스들이 효과를 발휘했다.

그리고 스탁턴 자체가 뛰어난 패스 감각을 갖고 있었다. 빠르게 달려가는 동료를 향해 먼 거리에서 던지더라도 정확히 전달되는 패스는 스탁턴의 순간적인 예측 능력이 대단했음을 증명한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되는 동시에 주저 없이 반대 진영 골밑으로 달려가는 동료에게 던지는 패스들이다.

충실한 전술 수행자를 넘어 스탁턴만이 갖고 있는 예측력과 손 감각이 누구도 따르지 못한 어시스트 숫자를 남긴 결정적인 열쇠였다 볼 수 있다.

▶다시 나올 유형의 선수인가

현재 NBA 농구의 경향에 토대를 두자면 스탁턴만큼 어마어마한 어시스트 숫자를 쌓아올릴 선수가 다시 나오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기 흐름 자체가 한 선수의 많은 어시스트를 억제하는 면이 있다.

우선 최근 포인트 가드의 전성시대라는 말도 있었듯이 포인트 가드, 즉 볼 핸들러들이 각자의 득점 위력을 뽐내는 시기가 도래했다. 물론 웨스트브룩처럼 본인의 득점 위력을 발판으로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할 수도 있지만 스탁턴의 공격 전개와는 초점이 다른 면이 있다.

그리고 볼 핸들러의 볼 배급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든 시기이기도 하다. 굳이 포인트 가드가 관여하지 않아도 나머지 선수들 간의 패스 플레이가 효과를 일으키는 전술들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거의 매 시즌 82경기 출전을 했던 철저한 자기 관리 능력은 둘째치더라도 스탁턴이 보여줬던 경이로운 단위 시간 당 어시스트 숫자는 다시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스탁턴은 역사에서 잊히지 않을 확실한 위업을 남겼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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