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와이 레너드(27)의 새 팀은 LA와 아주 멀리 떨어진 도시의 연고팀이 됐다. 그것도 미국이 아닌 NBA 유일 캐나다 소재 팀인 토론토 랩터스다.

토론토는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2주간에 걸친 협상 끝에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각) 트레이드를 결정지었다. 토론토는 더마 드로잔 및 야콥 퍼들 그리고 2019년 드래프트 1라운드 픽을 보냈고 레너드와 대니 그린(31)을 받았다.

토론토는 정규 시즌 동부 컨퍼런스 1위에 올랐음에도 포스트시즌 2라운드에서 스윕으로 물러나는 수모를 당했다. 결국 경영진에서 현재의 구성원에 대해 한계를 느꼈을 공산이 크다.

결국 플레이오프 직후 드웨인 케이시 감독 해임을 거쳐 드로잔을 보내는 트레이드까지 큰 변혁을 거치고 있다. 레너드 측이 LA 레이커스만을 바라보고 있는 위험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변화를 택했다.

그렇다면 토론토의 이번 선택은 이런 위험부담을 안을 가치가 있던 것일까. 9시즌 동안 줄곧 팀에서 성장했고 스타로서 견인 역할까지 맡았던 드로잔을 보낼 가치가 이번 트레이드에 있었을까.

레너드가 토론토를 새로운 동부 컨퍼런스 챔피언으로 올려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AFPBBNews = News1
▶레너드의 동기에 따라 크게 갈릴 이번 시즌

트레이드 협상이 임박했다는 소식들이 나오고 있던 시점에 레너드 측은 토론토에서 뛰지 않겠다는 으름장을 내놓았다. 이것이 토론토 행에 대한 단순한 불만 표시일 수도 있지만 샌안토니오와 갈등을 거쳤던 과정을 돌아보면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

물론 계약 마지막 시즌에 있는 레너드이기 때문에 환경에 상관없이 높은 수준의 활약을 보여줄 필요가 분명 있다. 단순히 지난 시즌 전까지의 성과와 평판만으로 거대 계약을 따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강에 대한 의혹이 붙어 있다.

지난 시즌 토론토에서 가장 많은 2712분을 뛰었고 가장 많은 6421득점을 올렸던 선수는 드로잔이었다. 그런 드로잔이 빠진 현재 레너드가 뛰지 않거나 성실하지 않은 자세로 임할 때 결과가 안 좋은 쪽으로 빠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반면 레너드가 오랜 부상 공백을 털고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토론토에게는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2013~14시즌 파이널 MVP 레너드는 시즌을 넘어 플레이오프에서 큰 위력을 낼 수 있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동부 지형에서 레너드의 가능성

플레이오프에서 8시즌 연속 동부 컨퍼런스를 제패했던 르브론 제임스가 서부의 레이커스로 떠났다. 이제 새로운 우두머리가 필연적으로 나오게 됐다. 이런 구도 속에서 토론토가 단 한 시즌만이라도 제패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2016~17시즌 레너드는 컨퍼런스 파이널 1차전 발목 부상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강력한 플레이오프 활약을 보여줬다. 12경기 평균 35.8분 동안 야투율 52.5%를 통해 27.7득점 7.8리바운드 4.6어시스트 1.7스틸 0.5블록을 기록한 레너드가 코트 위에 있을 때 샌안토니오는 경기 당 7.7점차의 가장 큰 이득을 봤다.

특히 경기 당 7.9구의 자유투를 성공시키는 등 대단한 득점 효율성을 남겼다. 반면 드로잔은 플레이오프에서 작아지기 일쑤였다. 정규 시즌 동안 드로잔이 코트 위에 있을 때 가장 큰 흑자(5.5점차)를 냈던 토론토는 플레이오프 동안 반대로 드로잔이 있을 때 가장 큰 적자(-6.5점차)를 내고 말았다.

보스턴 셀틱스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등이 새로운 동부의 강호로 올라서는 시기에 토론토가 레너드의 활약 혜택을 입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레너드뿐만 아니라 그린도 샌안토니오의 플레이오프 성공에서 한몫했던 선수다.

최근 시즌들 동안 큰 역할을 했던 인물들을 내보내면서까지 변혁을 택한 토론토에게 이번 시즌은 큰 갈림길이다. ⓒAFPBBNews = News1
▶2018~19시즌이 끝난다면 어떻게 되나

샌안토니오가 레너드 트레이드에서 주도권을 크게 잃었던 이유가 레너드 측의 한결 같은 레이커스 행 외침이었다. 즉 이번 시즌 레너드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던 상관없이 결국 팀을 떠나게 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수 있다.

그럼에도 토론토가 이 트레이드에 참여한 이유로 볼 수 있는 것이 새로운 팀 건설에 대한 의지다. 이번에 들어온 레너드와 그린 모두 이번 시즌이 계약 마지막 년도다. 반면 드로잔은 적어도 2019~20시즌까지 시즌 당 약 2774만 달러(약 314억원)를 받는 계약을 갖고 있다.

때문에 토론토는 이번의 트레이드를 통해 2019년 여름 제법 되는 운신의 폭을 마련했다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나머지 선수들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느냐가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아무래도 최상의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레너드와의 재계약일 것이다. 여기엔 레너드가 부상 공백을 떨쳐내고 다시금 대단한 선수의 활약을 보여줌과 동시에 팀과 융화된다는 조건이 붙는다. 레너드 본인에게도 가장 큰 계약을 따내는 통로다.

그리고 재계약 후 트레이드 시나리오도 있다. 정말 레너드 측이 레이커스만을 목적지로 둘 경우 계약 후 트레이드하는 방안도 있다. 여기에서 토론토가 쏠쏠한 반대급부를 얻어내는 이득을 볼 수 있다.

한편 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그대로 레너드가 떠난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샐러리 장부를 가볍게 하는 정도로 결론이 난다. 여기까지라면 토론토로서는 타격을 입지 않는다.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레너드가 이번 시즌 경기에 제대로 임하지 않는 경우다. 부상을 핑계로 나서지 않는다거나 할 경우 골치 아픈 시즌을 보낼 수 있다. 이럴 경우엔 다시 트레이드 상대를 찾아야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번 레너드 갈등 상황은 NBA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이런 위험부담 속에서 토론토가 레너드를 두고 어떤 결과를 보게 될지 많은 시선들이 쏠리게 될 것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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