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카와이 레너드(27) 난제가 풀렸다.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각) 샌안토니오는 토론토와의 밤샘 협상 끝에 레너드 트레이드를 마무리했다. 샌안토니오는 레너드와 대니 그린(31)을 보낸 한편 토론토는 더마 드로잔(29)과 야콥 퍼들(23) 그리고 2019년 1라운드 드래프트 픽을 보냈다.

이번 여름 샌안토니오와 레너드 사이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지경으로 벌어졌다. 레너드의 친족과 에이전트로 이뤄진 그룹은 줄곧 LA 레이커스 행을 외쳤고 샌안토니오는 거기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다.

마땅한 트레이드 상대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로 레너드를 한 시즌 데리고 있다가 프리 에이전트로서 그냥 작별하는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단계까지 갈 필요 없이 샌안토니오는 레너드를 받아들을 팀을 찾았다. 그것도 자신들이 원한대로 서부가 아닌 동부 컨퍼런스 팀이다.

말이 없는 올스타 레너드는 결국 안 좋은 과정을 통해 7시즌을 뛰었던 샌안토니오와 헤어지게 됐다. ⓒAFPBBNews = News1
그렇다면 샌안토니오는 큰 위기로 여겨졌던 상황에서 잘 탈출한 것일까. 계속해서 갖고 있던 강팀의 위상을 지켜나갈 인적 자원을 채운 것일까.

▶공격 진영 약점을 채워줄 드로잔 조각

2시즌 연속 올해의 수비수로 선정됐던 레너드가 9경기만 출전했음에도 지난 시즌 샌안토니오는 또다시 리그 상위권의 수비 숫자를 남겼다. NBA닷컴에 따르면 100포제션 당 102.5실점을 기록했던 샌안토니오는 리그 4위의 수비지표로 시즌을 마감했다.

때때로 수비 약점이 큰 선수들이 나왔던 시간도 많았다. 하지만 샌안토니오는 상대방의 슈팅 정확도, 턴오버 유발, 자유투 허용,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 등 수비에 관한 4대 요소 모두에서 리그 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레너드의 부재가 크게 드러났던 부문이 득점력이다. 2016~17시즌 공격지표 리그 7위(108.8)였던 샌안토니오는 2017~18시즌 17위(105.6)로 10계단 하락했다.

특히 홈과 원정 사이의 경기력 괴리가 컸다. 홈경기 공격지표 리그 9위(108.9)에 올랐지만 원정경기 공격지표는 24위(102.4)였다. 반면 수비지표는 홈경기(101.3)에서나 원정경기(103.7)에서나 상위권에 들었다. 특히 원정경기 수비지표는 리그 2위였다.

여기엔 확실히 공격의 물꼬를 터 줄 수 있는 선수의 부족이 크게 작용했다. 라마커스 알드리지(33)의 분전이 큰 힘이 되긴 했지만 결국 최근 농구의 득점력에는 볼을 다루는 선수들의 유능함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샌안토니오는 부족함을 보였다.

이런 샌안토니오에 드로잔이라면 좋은 궁합이다. 플레이오프에서 큰 실망을 보여줬지만 정규 시즌 기준으로 드로잔은 전성기 시점 완숙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3점슛 시도 증가와 함께 플레이메이커로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던 드로잔이면 볼 핸들러에 의문부호가 붙어 있던 팀에게 큰 플러스가 될 수 있다.

2점 점프슛을 많이 구사하는 드로잔이 샌안토니오의 공격에 융화되는 데에 큰 걸림돌은 없을 것이다. ⓒAFPBBNews = News1
▶빅맨진의 보강

지난 시즌 2년차였던 퍼들은 82경기 모두 출전하며 토론토의 벤치 인원 시간 동안 골밑을 지키는 임무를 잘 수행했다. 평균 18.6분의 비교적 적은 출전시간임에도 4.8리바운드 1.2블록 0.5스틸의 좋은 기록을 남겼다.

7피트(213cm) 장신 센터 퍼들의 가세는 샌안토니오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 정통 센터로는 고령에 임한 파우 가솔(38)만이 있던 팀에서 퍼들은 큰 버팀목으로 자리할 수 있다. 샌안토니오가 꾸준히 강한 수비력을 유지해왔던 비결에는 빅맨들의 안쪽 걸어 잠그기가 큰 몫을 했고 퍼들이 그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

그리고 공격 진영에서 퍼들은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를 즐겨하는 선수다. 야투 또는 자유투 시도나 턴오버로 종결된 퍼들의 공격 형태들 비중에 있어 픽앤롤(24.7%) 또는 컷인(29.6%) 등이 큰 지분을 차지한다. 가드와 센터의 연계 플레이를 좋아하는 샌안토니오가 잘 활용할 수 있는 유형이다.

▶플레이오프에 대한 의문부호

시즌에 대해서는 샌안토니오에게 충분히 좋은 전망을 내릴 수 있는 트레이드 결과다. 하지만 문제는 플레이오프다. 지난 시즌 1라운드에서 1승4패로 물러났던 샌안토니오에게나 2라운드에서 스윕으로 물러났던 토론토의 드로잔에게나 쓰린 기억이 있다.

특히 큰 부진에 빠지며 3차전의 4쿼터를 아예 뛰지 못했던 일은 드로잔에게 가장 뼈아픈 내력일 것이다.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서 르브론 제임스를 만날 때마다 부진을 보이기도 했다. 훌륭한 시즌 성과에 비해 초라해지는 플레이오프 성과 때문에 드로잔에 대한 평가가 낮아지는 면도 있다.

이런 점에서 레너드가 떠나간 자리는 크게 남을 수 있다. 2016~17시즌 컨퍼런스 파이널 1차전까지 대단한 위력을 보여주던 레너드였다. 게다가 샌안토니오의 수비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했던 그린-레너드 윙 듀오가 빠졌다는 것은 슈퍼스타를 상대할 플레이오프에서 큰 곤경으로 다가올 수 있다.

샌안토니오의 플레이오프 성과에 큰 축이었던 윙 수비를 이제는 보기 힘들 수 있다. ⓒAFPBBNews = News1
현재 샌안토니오의 윙 포지션과 가드 자리에는 뛰어난 수비수로 평가할 수 있는 선수가 매우 적다. 포인트 가드 디전테 머리(22)가 지난 시즌 올디펜시브 세컨드 팀에 선정되는 성과를 남겼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수비 약점으로 꼽히곤 한다.

드로잔도 떼어 놓고 보면 수비에 약세를 보이는 선수다. 토론토는 드로잔이 코트 위에 있을 때 평소보다 많은 실점을 기록했다. 샌안토니오 수비가 시즌 동안 괜찮은 수비 숫자를 남길 수는 있어도 플레이오프에서까지 스타들을 막기에는 힘들 가능성이 크다.

▶지금 박차를 가하기로 한 샌안토니오

레너드의 트레이드가 본격적으로 논해지던 무렵 주로 거론되던 트레이드 상대는 훗날 스타로 떠오를 수 있는 선수들이 꼽히곤 했다. 현재의 기량보다는 한두 시즌 뒤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최종 결론은 결국 머지않아 30세를 넘기는 현재의 스타 드로잔이다. 어쩌면 드로잔이 지난 시즌보다 떨어지는 성과를 낼지도 모르는 시기에 있다. 게다가 같은 서부 컨퍼런스의 강팀들이 저마다 위력적인 전력을 뽐내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샌안토니오가 계속해서 고삐를 늦추지 않는 이유는 있다. 그렉 포포비치 감독이 많은 연령(69)과 미국 국가대표를 이끌어야 하는 이유로 인해 샌안토니오 감독 자리를 곧 관둘 것이란 예상이 도는 시기다. 또한 팀의 주축 알드리지도 선수로서 많은 나이에 있다.

이런 이유로 샌안토니오가 지금 박차를 가했다 볼 수 있다. 드로잔 영입에는 분명 위험부담이 있다. 앞서 언급한 수비와 플레이오프 성과 문제도 있고 NBA 커리어 9년차까지 계속 토론토 한 팀에서 뛰었던 선수로서 심리적 적응 문제도 있다. 트레이드 발표 당시 드로잔이 꽤 우울한 심기를 SNS로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때 계속 같이 갈 것만 같았던 슈퍼스타 레너드의 급작스런 이탈에 대해 샌안토니오는 나름의 연착륙을 기했다 볼 수 있다. 한 결 같이 레이커스 행만 외치던 레너드 그룹으로 인해 트레이드 주도권도 약한 상태에서 최선의 대안을 찾아낸 셈이다.

은퇴한 팀 던컨을 비롯해 샌안토니오의 정체성에 큰 지분을 차지했던 선수들이 계속 빠지고 있다. 토니 파커도 올여름 다른 팀으로 갔고 우승을 거뒀던 2013~14시즌 주역들이 이제는 몇 없다. 이런 시기에 큰 우여곡절을 겪은 샌안토니오가 얼마나 달릴 수 있을지, 드로잔이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볼 만하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